당신이 내게 재무 상담을 받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당신에게 연간 15퍼센트, 18퍼센트, 심지어 22퍼센트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 기회를 제안했다. 당신은 돈이 다소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그 기회에 동참하고자 한다. 그러나 내가 신용카드 빚을 갚음으로써 같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면, 당신은 지금 당장은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수익이 보장된 투자
어떤 지출을 위해 돈을 빌릴 경우, 우리는 그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스스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유는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동화 같은 변명이다. 이런 변명이 합리적인 것인지 판단하려면 빚을 얻어 쓴 지출이 당신의 꿈이나 목표와 관련돼 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면 어떤 빚이 잘못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반대로 과감하게 빚을 얻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약혼반지를 사기 위한 돈을 빌리는 데는 “노”를 외치다가, 꿈에 그리던 집에 몇 년간 살기 위해 돈을 빌리는 데는 “예스”를 외칠 수 있다. 석 달 치 월급을 써가며 반지를 살 생각은 없지만 좋은 집에 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빚을 질 생각을 하는 것이다. 또 TV가 구닥다리이긴 하지만 아직은 볼 수 있다며 새 TV를 사는 데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다가, 10년 된 차를 바꾸기 위해서는 과감히 신용카드를 써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빚을 진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빚을 져도 좋은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원칙은 한 가지다. 모든 상황이 빚을 지는 데 “예스”를 외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빚을 지는 이유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투자의 의미를 좀 더 폭넓게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 수익을 늘릴 목적으로 오늘 돈을 따로 모아두는 것만 투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빚을 줄여나갈 수 있는 현명한 결정까지 포함해 투자의 정의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이자가 스스로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빚을 내지 않는다”라는 격언이 있다. 빚에 대한 이자만 줄여도 엄청난 수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중한 대출이란 대출을 얻을 최적의 타이밍을 아는 것 이외에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즉 빚을 낸 후 그 빚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까지 포함하고 있다.
빚을 줄이는 게 투자다
금리가 높은 빚을 지고 있다면 그 어떤 투자 결정보다 빚을 줄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현재 투자가 잘되고 있다면 아마도 연 7퍼센트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용카드 할부액을 점검해보라. 잘 들여다보면 연 15퍼센트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빚이 있을 것이다. 투자와 빚 청산 중 과연 뭐가 더 합리적일까?
빚을 갚는 것은 이익이 확정된 투자다. 어디서 가장 많이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이자율 높은 빚이 있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여유자금을 동원해 그 빚부터 갚아라. 이자율 높은 빚부터 갚아나가는 것은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매우 효율적인 투자다. 이자율 높은 빚을 다 갚았다면 그다음으로 이자율이 높은 빚을 갚아라.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이다. 매달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면, 그것이 뭐가 됐든 심지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와 연결돼 있다 해도 카드를 긁으면 안 된다.
카드회사들은 너무 쉽게 대출을 해주고 할부 구매도 받아준다. 어느새 우리는 카드빚이 일상화됐다. 그러나 이제부터 카드빚과 절교하라. 카드빚은 이자율이 너무 높아서 이 빚만 잘 다뤄도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낫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살 때 신용카드 빚을 쓰고 있다면 높은 이자율도 반드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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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리처즈 저/박유연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한 장의 그림으로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자신의 목표에 맞는 재정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산 설계 가이드북이다.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구체적인 전략보다는 자산 설계의 기본 개념을 냅킨 위에 그린 간단한 스케치와 함께 소개해 책을 가볍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돈에 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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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리처즈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저명한 재무설계사로 〈뉴욕타임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스케치 가이: 냅킨 위의 자산설계 Sketch Guy: Personal Finance on a Napkin’란 제목의 재테크 칼럼을 5년째 연재하고 있다. 단순한 스케치를 토대로 복잡한 재테크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가 매주 이메일로 보내는 재테크 편지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