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살베르 “망각을 찬양하고 싶었다”

『울지 않기』 리디 살베르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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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내가 가장 편안하고 쉽게 쓴 작품 가운데 하나예요. 작업하면서 매일 행복했습니다. 기억과 역사의 관계에 관해 말하자면, 유럽에서 사람들이 역사 쪽에 치우쳐 있는 게 사실입니다.

2014년 공쿠르 상 수상작인 리디 살베르의 『울지 않기』가 출간됐다.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공쿠르 상이 여성 작가에게 월계관을 씌워준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로 2008년 이후 6년 만이다. 『울지 않기』는 15살 에스파냐 소녀 몬세와 프랑스의 대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목소리를 교차시켜 에스파냐 내전을 입체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1936년의 여름의 기억만을 남긴 채 나머지 생을 모두 잊어버린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삶을 소설에 담아내면서 어머니를 다시 살게 한 것이 무엇보다 행복했다는 작가 리디 살베르. 『울지 않기』는 역사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제각기 존엄한 자신으로 살아남은 작고 여린 존재들을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맑고 담백하게 그린 초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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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은 『울지 않기』를 역사소설, 자전적 소설, 기억에 대한 소설 등으로 표현합니다. 당신은 이런 평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울지 않기』는 말씀하신 모든 장르를 차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우선, 1936년의 에스파냐 내전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사건과 맞물린 작디작은 삶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의 실제 삶이라는 토대 위에 허구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기억의 미덕들과 기억이 현재에 불러일으키는 반향을 동시에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망각의 미덕들도 얘기하지요. 니체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한 망각 말입니다.

 

기억과 역사의 관계는 『울지 않기』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죠. 현재의 기억 상실과 육체적 노화 속에서도 오로지 한 순간, 1936년 여름의 그 찬란한 순간만을 기억하는 어머니를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소설은 내가 가장 편안하고 쉽게 쓴 작품 가운데 하나예요. 작업하면서 매일 행복했습니다. 기억과 역사의 관계에 관해 말하자면, 유럽에서 사람들이 역사 쪽에 치우쳐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난 지나치게 세밀한 기억에 의존하는 문학 앞에서 솔직히 좀 짜증이 난다고 고백해야겠네요. 프랑스에서 우리는 어쩌면 전적으로 기억을 상실한 현재를 사는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사실들이 잊히는 현재 말이에요. 『울지 않기』가 많은 부분 기억에 의존하는 문학이긴 하지만 나는 몬세라는 인물, 그러니까 건망증을 앓는 인물을 설정하고 싶은 모순된 욕망을 품었지요. 망각을 찬양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망각 없이는 기억도 없으니까요. 말하자면 역사 속에 한 발을 담근 동시에, 자신을 매혹하는 역사 이외의 모든 역사를 잊어버리는 인물을 설정한 거지요. 나는 역사를, 다시 말해 1936년의 절대자유주의의 봉기를 다루면서 몬세라는 인물의 삶에 집중했고, 자유와 삶을 발견하는 이 인물이 겪는 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성에 대해서도, 남자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한 여성이라는 지위에서 자유로운 지위로 건너가는 이 인물의 변화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지요.  

 

1936년 7월 어머니의 강제결혼은 이 이야기를 그리스 비극의 고전적인 대결로 이끌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 남편과 아나키스트 오빠의 대결. 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는 결국 카인과 아벨의 비극적인 결말을 준비합니다.


삶을 사랑하는 어머니 몬세는 그 결혼을 비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냅니다. 나로선 경악할 일입니다만. 열다섯 살의 몬세는 자유와 사랑을 갑자기 발견하고, 내면적인 동시에 집단적인 혁명을 겪습니다. 정확한 이름조차 모르는 프랑스 청년과의 단 하룻밤 짧은 사랑은 혁명과 더불어 강렬하고 끈질긴 기억으로 남습니다. 몬세는 그의 아이를 갖게 되어 마을로 돌아오고, 공산주의 이념에 경도된 디에고라는 다른 청년과 결혼합니다. 그러나 몬세의 오빠 호세와 남편 디에고는 모든 면에서 앙숙관계이며 사사건건 논쟁을 벌입니다.

 

저는 여기서 무엇보다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들의 논거라는 것들이 대개는 아주 은밀하고, 감정적이며 비합리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두 사람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두 사람을 갈라 세우는 것은 정치적 이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모욕들로 얽힌 어린 시절의 경쟁관계이기도 합니다. 저는 정치적 논거의 비합리적 차원에 늘 민감하게 주목해요. 무엇이 우리를 이리로 혹은 저리로 내몰까요? 베르나노스는 대개 두려움이 우리를 내몬다고 말했습니다. 선량한 사람들이 겪는 큰 위험은 두려움의 도구가 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지요. 오늘날에도 대단히 강한 울림을 주는 말입니다.

 

책에서 자주 베르나노스를 언급하고 계신데요.


전에는 베르나노스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베르나노스를 가톨릭 작가로 분류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겠지요. 그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작가인데 말입니다. 그러다 2년 전에 『달빛 아래의 대 공동묘지』를 발견했습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그 책을 읽자마자 당장 이 소설의 첫 문장들을 썼지요. 그의 목소리가 제 어머니의 목소리를 불러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여기 있던 나의 어머니가 베르나노스의 목소리와 공명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책 말미에 이르면, 프랑코가 승리해 당신의 가족은 프랑스로 망명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잖습니까. 수치심이며 자제심이 느껴지는데, 모든 걸 이야기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어머니의 정신을 충실히 반영했지요. 어머니는 울지 말고 이를 악물라고, 자신의 불행 속에 빠져 자기 비위를 맞추지도 말고, 자기 운명을 측은히 여기지도 말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전 어머니의 이런 점을 아주 사랑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최악이었던 일인 망명에 대해 길게 늘어놓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프랑스에 도착해 아르줄 레 쉬르메르의 수용소와 모자크 수용소를 거쳤고, 이어지는 세월은 끔찍했습니다. 가진 거라곤 없었고, 말할 줄도 몰랐고, 불결한 곳에서 살았지요. 정말이지 아주 힘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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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어머니의 삶을 되돌아 볼 수밖에 없는 이 글쓰기의 과정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궁금합니다. 의무를 다했다는 그런 감정을 느낄 것도 같아요.


사라질 수도 있었을 것들을 안전한 곳에 두게 되어 기뻐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를 다시 살게 한 것이 행복합니다. 어머니 이름은 몬세라 몬클루스 아르호나인데, 이 이름을 안전한 곳에 두기 위해 이 책에 글자로 한 자 한 자 적어두었지요. 이 이름이 조금 더 오래 살도록 말입니다. 최근에 작가 에릭 슈비아르의 블로그에서 읽은 글입니다만, 믿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세는 우리 머릿속에 든 죽은 이들의 삶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난 어머니께 내세 하나를 선물했고, 그것이 아주 기쁩니다.

 

끝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현대 작가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오스트리아 출신의 논쟁적인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작가이며 그녀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 미치온(Michon)과 에릭 슈비아르(Eric chevillard)도 역시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입니다. 가벼움과 우스꽝스러움 속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매우 아름다운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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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기리디 살베르 저/백선희 역 | 뮤진트리 | 원서 : Pas Pleurer
《울지 않기》는 열다섯 살 에스파냐 소녀 몬세와 프랑스의 대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목소리를 교차시켜 에스파냐 내전을 입체적으로 그린 소설로, 2014년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저자인 리디 살베르는 에스파냐 내전 당시 프랑스로 망명한 공화파 부모를 둔 에스파냐계 프랑스 작가이며, 등단 25년 만에 프랑스 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공쿠르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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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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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기

<리디 살베르> 저/<백선희> 역13,9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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