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풍의 역사』는 서사성에 의한 소설”
이야기 소설 『풍의 역사』로 돌아온 최민석 작가
많은 독자가 소설가 최민석의 작품에서 웃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풍의 역사』는 웃음 외에도 다양한 감정을 만날 수 있다.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 까닭이다.
문학에 우열이 어디 있으며,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을 나누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소설의 조건을 말해 보라고 한다면 ‘이중 구조’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렇게 읽어도 재밌고 저렇게 읽어도 재밌는 소설. 대표적인 게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이행하는 시기에 일어났던 세계관 대립을 미리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 소설은 훌륭한 교양 소설일 테다. 이런 사상사에 굳이 관심이 없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살인범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 간 갈등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기인 덕택이다.
풍은 이때부터, 모든 것이 표면에 드러나는 이름이나 이야기보단 내면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이중 구조를 좋아했다. (28쪽)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가진 힘은 여기에 있다. 이중 구조로 여러 층위의 독자를 유혹할 수 있어서다. 장편소설 『풍의 역사』도 그런 작품이다. 전작 『능력자』와 『쿨한 여자』, 소설집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에서 경쾌한 유머로 무장한 독특한 소설을 선보인 소설가 최민석.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 『풍의 역사』는 경쾌함을 다소 뒤로 밀어두고 전면에는 진중함을 내세운다. 물론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는 중간 중간에 양념처럼 가미되어 있다.
『풍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풍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풍은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세계2차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해방 뒤에는 베트남에 건너가 이후에 다가올 대한민국의 문화적 격변을 주도(?)한다. 그렇지만 역사책 어디에도 풍에 관한 기록은 없다. 풍은 격변의 시기에 살아갔던 수많은 평범한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이고, 풍의 행동 역시 의도된 게 아니라 우발적이었으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다.
소설 속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주인공 풍에게는 사랑하는 연인 밤이 있었다. 밤을 연모한 앞잡이의 간계로 풍은 징집되어 전선으로 내몰린다. 전선에서 밤의 사진을 고이 간직하던 풍. 치열한 전투에서 밤의 사진이 날라간다. 이 사진을 잡으려고 전선을 가로지르며 풍은 ‘밤, 밤, 밤’을 외친다. 이 장면을 보던 미군의 지휘관은 ‘밤(bomb)'을 듣고는 영감을 얻어 원자폭탄 투하로 전쟁을 끝낸다.
B급 유머 같지만, 어처구니 없는 사건 뒤에는 경제 침체, 식민지, 제국주의, 전쟁 등 어두웠던 20세기 세계사라는 진중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풍의 영웅담만 따라간다면 경쾌하게 읽을 수 있고, 그 속에 자리잡은 역사를 읽어낸다면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그릴 수 있는 작품, 『풍의 역사』는 그런 이야기다.
『능력자』가 기교라면 『풍의 역사』는 서사성에 의한 소설
딱히 컨셉으로 이렇게 입은 건 아니에요. 이번 추석 때 교통사고가 나서 눈 부위를 다쳤어요. 치료 중이라 상처를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인터뷰를 하는 점, 사과 드립니다.
쌍커풀 수술은 아니죠?
네.
『풍의 역사』는 전작인 『능력자』, 『쿨한 여자』와는 다소 다른 작품 같은데요.
장편소설을 3권 썼습니다. 첫 번째 『능력자』를 쓸 때는, 한국 순수문학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농담의 끝이 어디인가를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스타일에 의한 소설로 그 안에는 많은 기교가 들어가 있죠. 서사적 요소는 많지 않습니다. 이야기 구조가 간단해요. 『쿨한 여자』는 연애소설이죠. 서정성을 추구했던 소설입니다. 『풍의 역사』를 쓸 때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어요. 『능력자』가 기교, 『쿨한 여자』가 분위기라면, 『풍의 역사』는 철저히 서사성에 의한 소설이죠.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3년 전쯤에 청탁 받았을 때, 원래는 그리스 비극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작품을 생각했죠. 지인들이 다 손을 저으며 싫어하더라요. 쓸 수 있겠느냐 묻기도 했고, 더 충격적인 건 이야기가 끔찍하고 비극이라 싫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때 『풍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한국 근현대사, 동아시아, 세계역사에 모두 개입하면서 자기가 해결은 하지만 공식적인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인물에 관한 영웅담이었어요. 다들 이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걸 해 왔다면, 이젠 한 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써 보고자, 해서 쓰게 된 거죠. 소설가로 계속 살 수 있는지 해 본 실험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페이스북에 장황한 출사표를 던지기도 한 거고.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차이, 괴리가 컸나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음원이 유통 안 되고, 기다리는 영화는 수입이 안 되고, 어쩌다 좋아하게 된 책은 절판이 되더군요.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겪었어요. 겪어보고 확실히 알았어요. 이제는 인정합니다. 처음에는 몰랐어요. 가끔은 마이너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제가 때때로 좋아하기도 했어요 1,000만 관객은 아니지만 500~600만이 본 영화 중에서는 제가 좋아한 작품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접점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죠. 제가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지향점이 다르구나, 하는 사실을요. 소설가는 세상과 독자와 호흡을 맞춰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한두 번쯤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역시 삶은 이야기였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단지 이력서에 몇 줄 써질 경력에 불과하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밤하늘의 별처럼 잠들지 않게 하며, 이불을 덮고서도 그 속에 빠져 새벽을 맞게 하는, 즉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누구에게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여전히 흘러가고 있기에, 또 하루를 온전히 살게 하는 바로 그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삶은 그 사람의 묘비에 새겨질 몇 줄의 이야기였고, 그 사람의 후손들 입에 담겨질 영웅담과 추억이었고, 어떤 이에게는 이름만으로 눈물 맺히는 사연이었다. (277쪽)
언제까지 작가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고 했는데요. 전작을 향한 대중 호응이 덜해서였나요, 아니면 자신이 생각했던 문학적인 완성도가 있을 텐데 여기에 미치지 못해서였나요.
솔직히 말하면 둘 다죠. 제가 폭넓은 독자를 가진 작가는 아니에요. 농담처럼, 신에게는 12명의 독자가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소수의 독자가 꾸준히 찾아주는, 문학을 장사에 비유해서 죄송하긴 한데 장사로 치자면 단골손님으로 유지되는 작가죠. 사실 그런 게 제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거예요. 하지만 작가도 생활인이기에, 계속 살려면 어느 정도 작품이 소화가 되어야 하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B급 성향의 이야기, B급 취향의 이야기거든요. 작품 질이 B급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이런 매니악한 정서가 담긴 이야기만으로 작가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풍의 역사』는 그런 정체성을 유지는 하되, 최대한 자제해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서사로 꾸미려 했어요. 잘 안 된 거 같아요. (웃음) 독자들이 여전히 B급이라 말해요.
한국 역사는 이야기 소재로 풍성해
『풍의 역사』를 보면 풍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데리다를 비롯하여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유독 찬드라세카라 벵카타 라만의 사진만 나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재미삼아 넣었어요. 두 번째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고 저와 동갑내기 작가가 있는데, 그 작가 작품에 사진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부러워서 넣어봤어요.
소설 속에서 중요한 두 인물이 풍과 앞잡이입니다. 어리석은 질문 같은데, 혹시 작가님은 어떤 인물에 가깝나요.
정확한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작품에는 풍과 앞잡이가 있고 한 명이 더 있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바로 오중사죠. 말이 굉장히 많고, 풍을 곤경에 빠뜨리고 나중에 반성해서 풍은 물론 구와 언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서태지 출현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오중사에 가깝지 않은가 싶어요. 그리고 손자인 언이 기술자 역할이니, 글을 쓰고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에서 언과 닮아 있겠죠.
한국 근현대사가 배경인데, 사관이라고 하죠. 역사가 보는 시각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잖아요. 어떤 면을 부각하고 싶었나요.
딱히 부각하고 싶은 건 없었어요. 제게 확실한 사관이 있어서 쓴 작품이 아니에요. 역사는 하나의 소재일 뿐이죠. 레바논 작가나 인도 작가나, 한국 작가에겐 자민족 역사를 쓰기에 좋은 토양이 있죠. 워낙 역사가 버라이어티 하니까요. 이 좋은 소재를 언젠가는 한 번 써 보고 싶었어요. 그 자체가 하나의 풍요로운 이야기 소재니까 활용했을 뿐입니다.
한 인물의 삶과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병치된다는 점에서 올해 나온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과 『풍의 역사』가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금시초문인데…. 만약 그렇다면 선생님께 죄송할 따름이에요. 『풍의 역사』의 서사에는 시대를 적극적으로 개입시켰지만, 이 방식은 가능한 한 이번으로 끝내려고요. 굳이 따지자면, 저는 시대는 시대, 개인은 개인이라고 생각하는 쪽이거든요.
네, 『투명인간』과 『풍의 역사』 비교는 제가 해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질문 드릴게요. 풍이 살아온 삶의 끝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증오와 이기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기사 댓글을 보면 엄청나요. 세월호 사건에 달린 댓글만 봐도 그렇고요. 한국이 이게 나라인가, 공동체가 맞나 싶을 정도죠. 과거보다 증오가 팽배해지고, 이해나 관용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럼에도 교통사고 겪고 나서 느낀 건, 적어도 마지막 인간성은 놓치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어요. 많은 사람이 자기 시간을 쪼개서 위로하고, 병문안 왔어요. 고마웠습니다.
나는 어느 날 할아버지로부터 이 긴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되었는데, 그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물어보았다.
-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용서만 하고 싸우지는 않으셨어요?
그날 할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 아니다. 나도 싸운단다. 나는 너를 통해 싸우고 있단다. (241쪽)
풍이 세계2차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풍자스럽게 그린 초중반은 유쾌했습니다. 그에 비해 중반 이후는 다소 쓸쓸했는데요.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이야기 소재로 선택하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 같기도 한데, 창작자로 고민이 없었나요.
원래 이렇게 쓰고 싶었어요. 중후반으로 갈수록 슬프죠. 과거에는 식민 지배, 전쟁 등 극단적인 상황이 있었고 이후에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더 살기 힘든 시기를 보냈잖아요. 중후반으로 갈수록 쓸쓸하고 슬프게 흐를 수밖에 없었던 건 운명 같아요. 한국사를 택하면서부터 시작한 운명. 그 와중에도 오중사의 끊임없는 실수 등 웃음을 유발하는 양념은 넣고 싶었어요.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되, 서슬 푸른 한국사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려 했어요. 피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허풍, 허구, 허언 이렇게 3명이 등장하고 허풍의 이야기가 주인데요. 구와 언의 이야기로 3부작을 낼 생각은 없나요.
끝났어요. 더 내서 얼마나 더 망하려고.
책 나오고 당한 교통사고, 좋은 일 안 생기던데?
『풍의 역사』가 나오고 나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은 액땜이다, 뒤에 어마어마하게 좋은 일이 있을 거다, 책이 잘 될 거다, 이렇게 위로해줬지만 좋은 일 안 생기던데?
가끔씩 계약금을 미리 주는 출판사가 있는데, 이럴 때 좀 더 아이디어가 제대로 발산되는 것 같아요. (웃음) 사실, 닥치면 다 해요. 다만, 미리 아이디어를 짜놓을수록 더 건강한 글이 나와요. 막판에 쓰면 쓸수록 좀 더 막장이 돼요. 본능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마감 이틀 앞두고 쓴 「독립운동가 변강쇠」가 원래 하루 만에 쓰려 한 건데, 체력이 안 돼서 이틀 걸렸어요. 그래서 막장 중에 막장인가 봐요. 다른 작가들 인터뷰 보니까 근사한 답변 많이 하던데, 오늘 인터뷰 망한 거 아닌가요.
다 질문자의 부덕입니다. 어쨌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장편 3편, 소설집 1편을 썼습니다. 소설 외에도 에세이와 시나리오 작업도 했는데요. 이토록 다양한 글을 쓰느라 아이디어가 고갈됐을 것 같기도 한데요. 현재 심신이 지쳐 있지는 않나요?
그간 창조의 원동력은 외로움이었어요. 외로운 사람에겐 시간이 많잖아요. 친구 만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 시간에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써왔어요. <대학내일>에 애독자도 제목을 헷갈려하는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의 후속작을 연재했고, 채널예스에도 ‘최민석의 영사기’를 쓰고 있어요. 이렇게 쓴 게 만 3년이 되어 가는데, 약간은 지친 상태에요. 3, 4년간은 장편소설보다는 엽편소설, 그 외에 에세이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숨을 고르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주는 일을 닥치는 대로 다 할 생각이에요.
최민석 작가 하면 아무래도 ‘유머’일 텐데요. 소설이나 칼럼, 에세이에 유머가 뛰어납니다. 반면, 직접 뵈면 의외로 진지한데요. 글을 쓸 때 본능적으로 웃겨야 하는 욕구가 생기나요.
이중적인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웃음) 소설 쓸 때 웃기려는 욕구가 있는 건 아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따로 있어요.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 이거죠. 결국 인간의 카타르시스인데, 차원이 다양하죠. 슬퍼서 재밌을 수도 있고, 웃겨서 재밌을 수도 있고, 감동적이어서 재밌을 수도 있어요. 독자가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풍의 역사』를 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엔딩 쓸 때는, 풍과 작별하기 싫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 작품은 웃음만 기억되는 경향이 있어요. 웃음 외에도 쓸쓸함, 고독, 질투, 분노 등 다른 감정도 있는데 말이죠. 아마도 한국 문단이 진중함을 추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유머 위주로 기억되는 모양인데, 사실 『풍의 역사』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넣으려 했어요.
오전에 글 쓰고, 오후에 달리기 하고, 가끔 맥주를 즐기고, 장편 3~4편을 내고 단편집을 중간에 발표하고, 이런 모습이 하루키랑 닮았는데요.
헙! 큰 일 날 소리. 하루키 팬에게 욕먹어요. 딱히 닮은 게 아니라, 대부분의 소설가가 비슷한 거 아닐까요? 소설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아침형 소설가와 올빼미형 소설가. 제가 아는 상당수가 아침형 소설가입니다. 아침에 소설을 몇 시간 쓰면 몸에 좀이 쑤셔요. 소설 써 보면 알아요. 운동을 해야 장편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시나 단편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장편은 정말 체력이 필요해요. 운동해야죠. 소설가가 실내 체육관에 들어가서 역기를 들겠어요? 실내에서 글 쓰던 답답한 마음에 또 실내로 들어가긴 싫잖아요. 실외로 나가야죠.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겠죠. 이런 생활을 저를 비롯한 굉장히 많은 소설가가 반복한다고 생각해요. 글 쓰면 답답하니까 운동하고, 운동을 해도 실내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 하고…. 당연히, 달리고, 달리면 목 마르니까 맥주 생각 나고…. 맥주 마시면 자연스레 음악 듣고 싶어지고…, 운동하는 소설가라면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요?
밴드 ‘시와 바람’ 앨범은 언제 나오나요. 지난 번 채널예스 인터뷰에서는 곧 나온다고 하셨는데.
며칠 뒤면 제가 독일에 가는데, 그것 때문에 앨범 녹음이 미뤄졌어요. 정규 앨범 1집 녹음을 스튜디오에서 몇 번 했어요. 비틀즈 정도 되어야 한다는 원테이크 방식으로요. (웃음) 독일 다녀 와서 남은 보컬 녹음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내려고 해요.
독일에 간다고 했으니, 말이 나온 김에 독일 팬에게 한 말씀.
독일에 팬이 어딨어요. 이 질문의 저의가 뭐죠? 그래도 답해야 한다면 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 작품 읽으면서 부끄럽다고. 부끄러운 작품 써서 죄송하고요. 당분간은 장편소설을 쓸 계획이 없는데, 이 작품이 부끄러운 걸로서는 마지막일 테니, 많이 기억해주시고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이 아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른 다양한 활동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풍의 역사최민석 저 | 민음사
최민석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풍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희대의 허풍쟁이 ‘이풍’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박정희 정권, 5공화국, 서태지의 출현 등,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에 개입되면서, 특유의 영웅적 활약으로 세상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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