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나인 “첫 한국 무대, 기대가 크다”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인 한국 공연, 그들의 속 마음은?
비주얼계 밴드와의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은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장 되었다. 무대 위에서 강렬한 퍼포먼스 보여주는 뮤지션일수록 백 스테이지에서 수줍음이 많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어왔고, 실제로도 다수 봐왔음에도 왠지 이 팀은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물론, 쓸데없는 걱정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홍대의 구석진 카페에서 만난 아리스나인은 너무도 친절했다.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를 처음 찾은 10년차 밴드. 무대 의상과 화장을 벗은 다섯 남자는 예상보다 훨씬 어른스럽고(멤버들의 정확한 나이를 알 길이 없었다) 안정된 톤으로 차근차근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무대, 한국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쇼우(보컬) : 10년 동안 활동해오면서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으로 우리 연주를 집대성해 보여주고 싶어요. 기대가 큽니다.
해외 공연인데요,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사가(베이스) : 첫 아시아 투어이기도 하고, 특히 한국에서 첫 공연이기에 이번 < Supernova > 앨범 수록곡뿐만 아니라 대표곡들도 포함시켜 처음 보는 사람들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리스 나인이 라이브에서 중요시 하는 부분은 뭔가요.
쇼우(보컬) : 여러 사람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그건 그루브를 통해 표출된다고 생각하고요. 팬하고 밴드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중점을 둡니다. 이런 효과를 내려면 우리가 먼저 즐겨야하니까 우리부터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떼창을 서슴지 않는 한국 팬들입니다.
히로토(기타) : 가능한 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FT아일랜드와 친하다고 들었습니다. 음악 색에서 분명 차이가 있죠. FT아일랜드의 음악은 어떻게 보시나요.
히로토(기타) : 특히 보컬 (이)홍기 씨와 사이가 좋아요. 노래하는 걸 보면 파워도 있고 밴드 연주도 스킬이 굉장히 높죠. 언제 같이 라이브를 하면 좋겠어요.
혹시 그 외에도 관심 있게 들었던 한국 아티스트나 밴드가 있는지요.
사가(베이스) : 씨엔블루. 연주 실력들이 굉장히 좋습니다. 일본 밴드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FT아일랜드를 밴드보다 아이돌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밴드로 인기를 누리고 있죠. 이 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지.
사가(베이스) : 없어요. (웃음)
히로토(기타) : 보컬 홍기 씨 같은 경우는 스스로 음악 하는 걸 좋아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다고 했어요.
엑스 제팬과 루나 시(Luna Sea)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엑스 제팬은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밴드죠. 두 밴드의 어떤 점을 높이 사는지요.
쇼우(보컬) : 십대 전반, 막 음악을 시작하려던 그 시기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밴드들임에 틀림없죠. 지금 비주얼 밴드의 근본을 만든 선배들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투 기타 배치는 지금 스탠다드죠. 대선배들입니다. 항상 다른 새로운 걸 시도하려는 모습, 음악적인 것들을 보고 배웠어요. 그런 모습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현재의 비주얼 계 음악으로 파생되어 온 게 아닌가 생각해요.
신보 얘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이번 음반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쇼우(보컬) : 이번 앨범은 특히 1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에요. 유니버설 뮤직으로 이적한 후의 첫 음반이기도 하고요. 기존의 아리스나인 색을 잃지 않으면서 좀 더 팝스럽고 캐치한 음악으로 변한 느낌이 있습니다. 기념할만한 음반이 된 것 같아요.
「Shining」이 타이틀이죠? 타이틀곡 선정에 기준이 있었나요.
쇼우(보컬) : 「Shining」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사가(베이스)가 가장 처음 작업한 곡인데요, 파워풀한 곡이고 음반 색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서 타이틀로 정했습니다.
이번 음반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영어 제목이 많이 보입니다. 이유가 궁금한데요.
쇼우(보컬) : 구체적인 의미를 담거나 추구하는 곡을 쓸 때는 일본어 제목을 붙이고요, 이미지가 고정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내용을 쓸 땐 영어 제목을 많이 붙입니다.
예전부터 아리스나인의 음악에서는 댄서블한 요소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7년의 「Cosmic world」도 그랬고 「Rainbow」에서는 기계적인 드럼루프를 사용해 비트를 구성하기도 했죠. 신작을 보니 「メビウス」에서는 아예 전면적으로 신스 사운드가 들어가고, 「Kid」에는 덥스텝이 절묘하게 삽입돼 있습니다. 트렌드인 EDM의 요소도 적극 도입한 걸로 보아 댄스 음악에 대한 애착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쇼우(보컬) : 원래는 메탈, 하드 록에 있는 요소를 기본적으로 사용해요. 하지만 동시에 라이브에서 관객들과 리듬을 함께 즐기기 위해 댄스 뮤직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런 걸 적극적으로 집어넣으려고 노력을 하죠.
「Exist」는 데뷔시절을 연상케 하는 묵직한 사운드로 시작해 밝고 청량한 편곡으로 전환됩니다. 과거와 현재, 혹은 아리스나인의 명과 암을 아우르는 멋진 트랙이죠. 이러한 대비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인가요.
쇼우(보컬) : 이곡은 제가 먼저 곡을 쓰고 사가(베이스)와 토라(기타)가 함께 편곡했습니다. 초기의 셀프 프로듀싱 때와 작업 방식이 비슷했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 게 아닐까 싶어요.
2007년의 「Jewels」에서부터 쇼우의 보컬이 지금과 같은 매력을 같게 된 것 같아요. 힘을 빼고 좀 더 팝 보컬에 근접해 부르려 했던 시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에 대한 자각이 있는 건가요.
쇼우(보컬) : 「Jewels」전까지는 제가 멜로디를 직접 썼어요. 「Jewels」부터 다른 멤버들도 멜로디를 쓰기 시작했죠. 「Jewels」는 사가가 썼던 곡인데 너무 어려워서 계속 같이 연습하고 재녹음해서 만들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다른 멤버들도 함께 곡을 만들게 됐죠. 보컬에 관해서는.. 자각하는 건 별로 없었어요. 고음을 내면서 고통스러워 할 때 좋은 목소리가 나고 섹시하다고 멤버들이 얘기해주더군요(웃음).
사가 씨는 곡에 만족하나요.
사가(베이스) : 열심히 노력해서 녹음한 곡인만큼 만족합니다.
< Blue Frame > 이후로는 그룹의 이름이 아닌 멤버 각자의 이름을 작곡자 명단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쇼우(보컬) : 앨범 < Vandalize >까지는 사가(베이스)가 작곡의 이미지와 전체를 담당했는데 < Gemini >부터는 다른 멤버들도 참여해서 책임을 지고 각각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좀 더 강조하기 위해 크레딧에 팀명이 아니라 각자 이름을 올렸죠.
곡 작업방식이 궁금합니다. 체계가 있는 건가요.
히로토(기타) : 곡을 일부러 쓰려고 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느낀 감정이나 기분의 온도에 따라 씁니다. 각자가 맡고 있는 파트가 다르고 곡을 만드는 스타일도 다르죠.
음악작업 하면서 서로에게 뺏고 싶은 능력이 있나요.
히로토(기타) : 사가(베이스)의 엄청난 기억력과 음감이 부럽네요.
사가(베이스) : 모든 파트의 능력을 다 뺏고 싶어요.
나오(드럼) : 보컬의 능력. 인기를 제일 많이 받으니까요.
쇼우(보컬) : (이 말을 듣고 수줍은 듯 웃음)
토라(기타) : 노래. 연습해도 노래는 잘 안 되니까요. 노래를 잘 했으면 좋겠어요.
2010년을 기점으로 강한 콘셉트보다는 일반 모던 록 밴드 같은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리스나인 뿐만 아니라 여타 비주얼 밴드에게도 보이는 공통적인 변화죠. 일본 비주얼 계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생겨난 경향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떤 의도에서 이러한 변화를 감행했는지 궁금하네요.
쇼우(보컬) : 비주얼 밴드이긴 하지만 그전에 스스로 뮤지션이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음악적 요소에 불필요한 경우라면 비주얼적인 요소를 버리기도 하죠. 때에 따라선 화장을 진하게 하고 비주얼 밴드로 돌아가기도 합니다만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이니까요. 판단에 따라 양보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비주얼 계는 비주류 음악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비주얼계가 강세인가요.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네요.
쇼우(보컬) : 본도 비주얼 밴드가 메인스트림으로 여겨지진 않아요. 1990년대 인기 높은 밴드들이 나오면서 굉장히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요. 비주얼 밴드의 세계관, 아트워크 이런 요소들을 버리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본도 댄스 음악이 주류긴 하지만 비주얼 밴드의 음악도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밴드 결성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아리스나인의 10년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사가(베이스) : 굉장히 먼 길을 돌아온 밴드인 것 같아요. 만드는 법, 활동하는 법에 있어 역할이 계속 바뀌기도 했고요. 자리 잡힐 때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 밴드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만 형태가 갖춰진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헝그리한 밴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변화하고 싶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히로토(기타) : 이번에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확신을 가졌어요. 10년 활동하는 동안 일본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아리스나인의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요. 씨 뿌린 걸 이제 수확하는 것 같아요.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더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나오(드럼) : 결과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아리스나인의 미래로 이어지는 10년을 보낸 거 같아요.
쇼우(보컬) : 처음 낸 음반으로만 성공하는 밴드들도 있죠. 저희는 10년을 해오면서 처음으로 이번에 해외투어를 하게 됐습니다. 고생해서 해왔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계기로 멤버들의 의욕이 되게 높아졌어요, 발전을 볼 수 있는 10년을 보내왔다고도 생각해요. 앞으로의 10년을 보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토라(기타) : 제 인생도 그렇고, 10년 동안 굉장히 많은 성장을 한 밴드라 생각하고 있어요. 10년이면 중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는 밴드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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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