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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 “나처럼 못생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 살면서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내가 인터뷰어가 된다면 클라라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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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인물과 사상>을 읽고 책의 세계에 빠졌던 서민 교수가 인물과사상사에서 펴낸 인터뷰집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대단한 것 하나 없는 사람이라고 수차례 거절했지만, 서 교수는 결국 승낙을 하고 말았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나고-서민

 

 

인터뷰집의 대상자를 인터뷰하는 건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일 수 있다. 웬만한 질문은 책에 모두 나와 있는데, 또 물을 말이 뭐 그리 많을까. 다만, 끊임없이 궁금한 질문이 나오는 대상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서민 단국대 교수 같은 인물일 경우에 말이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글을 쓴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는 ‘기생충’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그렇지 않다. ‘기생충’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징그럽게만 여겨지는 ‘기생충’이 질병을 낫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의 표지에 실린 기생충은 크론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착한 기생충’ 돼지편충이다. 생각보다 징그럽지 않은, 아니 어떻게 보면 퍽 아름다운 모습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못 생겼다”는 말을 지겹게 들어온 서민 교수는 거울을 자주 보던 소년이었다. 삐딱한 성격으로 자라진 않았지만 말도 더듬고 틱 장애도 겪어, 20대까지는 잿빛 인생을 보냈다. 그러다 도저히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유머 감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독학으로 깨우친 유머는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쳤고, 인간관계도 폭넓게 만들었다. 더욱 중요한 건 서민 교수가 ‘절세 미녀’라고 자부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한 것이다. 물론,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건 두 사람이 모두 상위 0.1%에 해당하는 소문난 애견가였기 때문이다.

 

서민 교수를 만나서 가장 묻고 싶은 건, “교수라는 분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사생활을 알리는 이유가 뭡니까?”였다. 책 속에서 어느 정도의 해답은 찾았지만, 스스로나 타인에게 이토록 ‘편견’이 없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의 블로그에 방송인 김제동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김제동보다 눈이 작습니다’, ‘저는 못생겼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서민 교수는 42세에 두 번째 결혼을 해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위암 투병을 했으며, 지금은 강아지 세 마리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MBC <컬투의 베란다쇼>에 패널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고, <경향신문> 누리집에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칼럼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얼마나 못생겼는지도 궁금했고, 얼마나 솔직한지도 궁금했다. “책 재밌게 읽었다”고 인사를 하니, 서민 교수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시작하자, 달변가였다. ‘상대가 이 대답을 어떻게 해석할까?’를 고민하지 않고 여과 없이 대답을 이어나갔다. <컬투의 베란다쇼>덕에 ‘카메라 마사지’를 많이 받아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부끄러움’이 사라져서 고민이라고 말하는 모습은 ‘교수’라는 타이틀을 잊게 했다. 어찌 하다 보니, 외모 이야기를 하다 외모로 끝나는 인터뷰가 됐다. 하기야, 서민 교수는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를 쓰게 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외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만나고-서민

 

 

못생겨서 유머감각을 터득했다


외모에 자신이 없다고 하면서, 책 띠지에 사진을 넣었다. 출판사의 의도인가? 유명세에 대한 자신감인가?


(웃음).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가장 못 나온 사진을 넣은 것 같다. 지난해 4월에 찍은 월간 <인물과사상> 표지 사진인데, 나는 새로 사진을 찍을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걸 그냥 쓰더라. 표지 사진을 보고 ‘내 피부가 이 정도인가?’ 싶었다. 너무 심각한 것 같아서 성형외과 친구에게 가서 조금 만졌는데, 전혀 반영이 안 돼서 아쉽다. 그래도 책의 콘셉트와는 맞는 것 같다. 어떤가?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지 않나?

 

실물이 더 낫다. 우선 키도 훤칠하고. 남자에겐 외모보다 키가 더 중요하지 않나?


키라도 커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로. 작년인가 대전MBC에서 ‘외모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청중들이 나를 보고 “실제로 보니 못생기지 않았다”며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다. 취미 중 하나가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해보는 건데, 어느 날 그 강연에 왔던 사람이 후기를 남겼더라. “서민 교수 진짜 못 생겼더라. 우린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거다. 정말 기생충처럼 생겼더라. 잘생긴 사람이 웃겨야지, 못생긴 사람이 웃기니까 재미 없다”고(웃음). 난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다(웃음).

 

오래 전부터 ‘기생충학의 대중화’를 위해 여러 매체에 칼럼을 써왔고, 지난해 7월에는 기생충의 생존기에 관한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펴냈다. 이번 책은 인터뷰집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부담이 됐을 법도 싶은데 인터뷰 대상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평소 내 삶이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방송도 1년 밖에 안 했고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다. 몇 개월을 계속 거절했는데, 출판사가 계속 하자고 했고 나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준 출판사이기 때문에 결국 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내 과거를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한 마음의 부담감이 있었다. 다 풀어버리자는 마음도 있었다.

 

교수가 사생활을 굳이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가끔 사람들이 “결혼이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을 때가 있다. 그 때마다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 나를 속이는 기분이랄까? 불편했다. 솔직하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해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를 보고, 가족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이번 책은 더 솔직한 과거사가 들어있는데, 괜찮을까?


주변에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안 해서 지인들이 아직 안 읽었다. 어머니도 모르고 있고. 아내는 조금 읽다가 말았다. 불편해서 안 읽는 게 아니라, 나중에 읽겠다고. 내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는 쓰겠다고 미리 허락을 받았다.

 

책이 나오고 나서, ‘이 내용은 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한 부분은 없었나?


사생활 같은 건 꼭 넣어달라고 해서 넣은 거다. 그런 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이런 특이한 일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책에서 확인할 거라 생각하고. 또 하나 궁금한 건, ‘이렇게 솔직할 수 있는 게 사실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점이다. 저자 지승호가 서민 교수를 두고 한 평가가 인상적이었다. “겸손하지만 그 안에 자신감이 가득한 남자, 그 자신감을 갖추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는 남자”라는 평이다.


나의 어디에서 그런 자신감을 봤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자신 있게 산 적이 없다. 숨어서 사는 걸 좋아했고, 방송 덕분에 부끄러움은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나에게 세상은 무섭다. 책에도 말했지만, <한겨레> 인터뷰가 나가고 나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나처럼 자신감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알고 보면 상처가 있지 않나? 나처럼 못생긴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대시도 여러 번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러니까 그게 유머로 일가를 이루고 난 이후다. 그 전까지는 많이 어려웠다. 20대 초반까지는 여자들이 남자의 외모를 많이 보지 않나? 나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다. 지금의 아내를 20대에 만났으면 당연히 차였을 거다. 나이가 많아지면 여자들이 초조해져서, 얘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 때부터 인생이 핀 거다. 예전에 휴대폰도 없을 때는 바람을 자주 맞아서, 혼자 쓸쓸히 스테이크를 먹고 집에 온 일이 굉장히 많았다.

 

부족한 외모의 대안이 유머감각이었던 건가? 유머는 어떻게 배웠나? 공부한다고 되는 것만도 아닌데.


지옥훈련을 했다. 유머가 안 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10년 넘게 노력을 안 했을 뿐이다. 보통 1,2년만 하고 때려 치는데 길게 봐야 한다.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구사를 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고, 그걸 못 견뎌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떤 구박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 어떤 상황이 있을 때, 속으로 ‘나라면 이렇게 말하겠다’라고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다. 지금은 <개그 콘서트>도 있고 재밌는 프로그램도 많으니, 개그 공부하기가 훨씬 편하다.

 

잘생겼더라면 이렇게 유머감각을 공부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래도 못생겼기 때문에 얻은 유익도 있지 않나? 글로 인기를 얻고 싶어 열심히 글을 썼고, 유머감각 덕분에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얻은 것도 많지만 지금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 될 자신도 없고, 잘생긴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지금처럼 성형시대였더라면 아마 수술을 했을 거다. 예전에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하면, “교수님, 눈 좀 맞춰주세요”, “왜 바닥만 보고 수업을 하나요?”라고 했다. 그 때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못생긴 학생들이 상담을 하러 오기도 하나?


이상하게 그런 상담은 안 하더라. 책에도 썼지만, 내가 제기차기를 엄청 잘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이었으니까. 2,500개쯤 차니까 대회도 나갔는데, 전부 나처럼 생긴 아이들이 나왔더라. 제기란, 외로운 스포츠구나 싶었다. 대학에 왔을 때, 우리 과가 200명 정도였는데 나보다 못생긴 애들이 약 10명 정도 있었다. 한 명은 확실하게 나보다 못생겼다. 그 친구도 죽도록 공부했겠구나, 싶었다.

 

 

만나고-서민

 

 

기생충, 실제로 보면 징그럽지 않다


어떤 학생이 서민 교수의 강의를 듣고 후기를 남겼는데, “기생충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없으니까 후학을 양성하려고 ‘기생충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외부 강의를 할 때는 주로 고등학생이 타깃이다. 기생충학을 전공하길 바라는 건 아니고, 이걸 매개로 과학에 관심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기생충학을 한다면 나라도 말릴 거다. 모두가 교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크게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까.

 

기생충학은 비주류, 비인기 과목이다. 대학 때, 의대 졸업자라서 우대를 받았다고 하던데.


기생충 연구를 하면 평생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개업의 선배를 보면 재미 없어 하는 경우도 많았고. 학생 때 우수하지도 않았고 기생충학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 의대 출신자가 부족하다 보니 교수님들이 반겨줬다. 지금 기생충을 연구하는 것에 나는 100% 만족한다. 야생동물의 기생충 질환, 우리가 더불어 사는 다른 동물의 기생충이 사람에게 끊임없이 넘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동물의 기생충도 연구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기생충 질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 학교에 1명씩 정도는 기생충학 교수가 있으면 좋겠다.

 

최근 13세 남자아이 몸에서 3.5m 기생충이 나와 충격을 가져다 줬다. 기생충학자로서 ‘기생충’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편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롭다, 징그럽다는 편견이다. ‘연가시’만 봐도 귀엽진 않지 않은가? 3.5m 기생충 사건을 놓고도 사람들이 ‘역시 기생충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이들이 기생충을 실제로 보지 못해서 이런 편견이 큰 것 같다. 기생충박물관을 짓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보고 나면 징그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기생충학이 필요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루게릭병은 빈도가 10만 명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드문 질환이다. 그런데 정말 열심히 연구한다. 하지만 1백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있는 기생충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방송, 외부 강연도 열심히 했지만 논문도 열심히 써왔다.


올해는 지금까지 4편을 썼다. 작년에 방송을 하면서 돈을 벌고 나니까, 왠지 돈을 계속해서 벌어야 할 것 같아서 외부 강연을 많이 뛰었다. 그러다 보니 논문을 쓸 시간이 없더라. 올해부터는 자제하고 내 삶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생충을 이 정도 홍보했으면 된 것 같고, 교수로서 논문을 쓰는 게 급선무다.

 

로또는 지금도 계속 사고 있나?


물론이다. 기생충 박물관을 짓고 싶은 꿈은 여전하다.

 

 

다시 읽기 시작하니, 독서가 가장 중요한 취미


책 이야기를 해보자. 서른이 넘어서야 독서에 취미를 갖게 됐는데. 어릴 때, 책을 읽으면 아버지에게 혼났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 책 읽는 자식을 혼내는 부모는 흔치 않은데.


아버지가 굉장히 무서웠다.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었다. 책 읽다가 걸려서 얻어 맞고 그랬다. 공부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독서실에서 12시까지 공부하고 싶었는데, 10시까지 집에 들어오라고 했다. 내가 하는 건 그냥 뭐라도 싫으셨던 것 같다.

 

강준만 교수의 저널룩 『인물과 사상』을 읽고 책에 눈이 떴다. 강준만 교수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눠진다고 말할 정도라고.


1997년쯤부터 사회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공중보건의를 하던 시절, 신문지에 실린 <인물과 사상> 광고 ‘정권교체가 뭐가 그리 무서운가?’에 호기심을 갖고 읽게 됐다. 강준만 교수의 저서들이 많은 영향을 줬고. 교수님이 쓴 대부분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 그 때 소설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내 속에 잠자고 있던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지금까지 읽지 않았지? 책 나오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니까, 책이 가장 중요한 취미가 됐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오래 전부터 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여자를 사귈 때도 그렇고, 웬만하면 말보다는 글로 해결하는 습관이 있다. 30세에 내가 쓴 책이 있는데, 그걸 보면 책을 안 읽고 쓴 책이 얼마나 재앙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생에서 최초로 인정을 받은 게, 대학 동아리 회지에 글을 썼을 때다. 갈고 닦은 유머를 접목해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꽤 좋아했다. 그래서 자신감을 얻어 책을 쓰게 된 거고. 책을 읽으면서 글 쓰는 게 점점 나아졌고, 작년에 쓴 『서민의 기생충 열전』은 20년간 내가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 언론지의 1면이 허락된다면, 어떤 내용의 글을 쓰고 싶나?


건강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건강보험을 사랑합시다’라는 제목을 크게 적고 싶다. 건강보험료가 올해부터 1,500원이 올랐다. 사람들은 허리가 휜다고 하는데, 물가상승률이 비교하면 턱 없다. 사람들이 건강보험에 애정이 너무 없다. 해외유학생들도 다 우리나라에 와서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가? 미국에 가면 엄청난 치료비에 놀라고. 민간의료보험료를 1년에 십 몇 만원씩 내면서 건강보험료에는 너무 인색하다. 건강보험료가 올라가면, 예를 들어 국민 1인당 한 달에 3만 원씩만 더 내면, 민영의료보험 필요 없이 완전히 건강보험료로만, 병원에 가서 우리가 최고로 많이 내야 1년에 100만 원을 내는 그런 시대가 온다고 믿는다.

 

 

만나고-서민

 

 

스마트폰은 그만 보고 책을 읽자


요즘 가장 수다스러워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한국 남자들의 치사함, 이런 주제로 이야기할 때. 나쁜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흥미롭다.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집안일 하나 거들지 않고 사는 남자, 시어머니한테 학대 당하는 며느리 이야기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예전에 영화 <여배우들>을 상당히 재밌게 봤다. 내 몸에 여성성이 꽤 많은 것 같다. 지하철 막말녀 같은 사건이 터지면 굉장히 흥분하고, 여성들이 당하는 걸 보면 분개한다.

 

못생겼지만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고 밝혔는데, 못생긴 여자들을 볼 때는 어떤 생각이 드나?


10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하루에 두 명씩 외모를 예쁘게 바꿔주는 기술이 있으면 좋겠다는. 못생긴 여자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난 남자니까 이 정도로 그쳤지, 여자라면 더 힘들지 않았겠나? 이런 소설을 쓴 적이 있다. 내가 능력자라서 한 사람을 두 시간 동안 예쁘게 고치고 나면, 쓰러져서 하루 종일 잠을 자고, 다음 날 또 다른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 나는 성형수술에 관대하다. 남자들이 치사하게 예쁜 여자를 좋아하면서 성형한 사실을 알면 싫어하는데, 일관성이 없다. 이해할 수 없다.

 

본인 칼럼에 스스로 댓글을 달고, 대댓글도 자주 단다. 그동안 충격적인 댓글은 없었나?


원래 안티 팬을 거느리는 걸 열망했다(웃음). 누가 나를 두고 욕하면 기분 좋다. 고맙다고 말하긴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앞으로 기생충처럼 잘 살겠다”고 말한다. 심한 악플을 보면 기분이 나쁘지 않냐고들 하는데, 화나지 않는다. 아마 나의 진정한 약점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어떤 사람이 “내가 너의 과거를 아는데 이런 글을 쓰고 있냐?”고 글을 남긴다면 무서워 떨겠지만, 외모에 대해서는 어떤 욕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개의치 않는다는 건,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옛날에 내가 쓴 책을 가지고 욕을 하면 움찔한다. 지금 생각해도 쓰레기 같은 책이니까. 하지만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를 두고 욕하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재밌게 쓴 책이고, 내가 인정하는 책이니까. 조금 서운할지 몰라도, 스스로 판단해서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믿음을 갖는다고 할까?

 

못생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못생겨서 연애가 풀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특기, 필살기를 하나 만들어서 10년 이상 꾸준하게 노력하면 된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서른 중반이 지나면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 있다. 남자가 35세가 넘으면 외모가 그렇게 큰 무기가 되지 않는다. 나 역시, 전과가 있는 마흔 살인데, 절세 미녀를 얻지 않았나? 선을 보면서도, ‘이렇게 괜찮은 여자들이 왜 나한테 갑자기 잘하지?’ 의문이었다. 여자들이 결혼할 시기를 놓치면, 못생긴 남자들도 쳐다봐준다. 못생겼을수록 늦게 결혼하면 길이 열리는 것 같다.

 

 

만나고-서민

 

 

애견인으로 통해서 아내와 결혼에 골인했는데,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연애가 쉬울까?


개를 좋아하는 건, 유전자가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상위 0.1% 안에 드는 극우 애견가다. 전생에 개였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개 치료비가 2억 원이 나오면, 당연히 아파트를 판다. 다른 사람들은 100만 원만 나와도 개를 버리질 않나? 그런 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다. 유전자가 타고나야 한다.

 

인터뷰어가 된다면, 어떤 인물과 집중 인터뷰를 하고 싶나?


클라라를 만나고 싶다. 작년에 클라라가 <컬투의 베란다쇼>에 출연했는데, 내가 클라라랑 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샀다. (서민 교수는 지금까지 2G폰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은 카메라와 이메일 기능만 사용한다) 클라라를 인터뷰하고 싶은 이유는 예쁘고 빨리 떠서 욕을 많이 먹는 연예인 중 한 명인데, 그 고충을 나누고 싶다. 사람이 한 순간에 떠서 하루에 수십 개 방송을 하고 인터뷰를 하다 보면, 앞뒤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는데, 대중들은 그걸 너무 곡해하는 것 같다.

 

포털 사이트에 ‘서민 교수’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기생충박사’라고 뜬다. 다른 연관검색어를 상상해 본다면?

 

글의 마술사? 농담이고(웃음) ‘유기견’이 어떨까. 지금은 후원만 하고 있지만, 유기견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개를 키우고 있는데, 개를 입양하는 사람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법이 생기면 좋겠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자유 주제’ 강연을 펼친다면, 어떤 주제를 선택하고 싶나?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 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스무 살이 넘어서는 책을 많이 읽는 게 도움이 된다. 다른 길을 만날 수 있는 게 바로 ‘책’이다. 스마트폰은 그만 보고,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다.

 

어떤 독자가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 가장 좋을까.


살아가면서 자신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누구나 약점은 있는데, 그 약점을 너무 크게 생각하고 ‘나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분들이 읽으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못생겼으니까 뭐라도 해야겠다, 그런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서민의기생충같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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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지승호 공저 | 인물과사상사
지승호와 서민은 홍대 앞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시켜놓고 6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수차례 만났다. ‘소심함’과 ‘유머’라는 공통의 태도로 똘똘 뭉친 두 사람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고, 기존 매체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서민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이자 친구로서의 서민,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의 서민, 개를 지극히 사랑하는 ‘개 아빠’로서의 서민까지……. 지승호는 물었고, 서민은 답했다. 덕분에 우리는 “월세 밀린 세입자처럼 조용히” 그러나 할 말은 하는 보기 드문 사람, 서민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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