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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김재연의 “나의 일 센티는”

한때 절판된 『1cm』, 재출간되다 그녀들의 삶, 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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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나온 이 『1cm』 는 처음 책을 낸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인생을 긴 자라고 했을 때, 인생에 부족한 1cm를 채워줄 무엇’을 주제로 한 글과 삽화가 어우러진 이 책은 출간 당시에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2010년 3월, 출판계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법정 스님이 타계한 뒤, 스님의 유언에 따라 책을 절판함으로써 중고 책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지금도 법정 스님의 저서는 높게는 수십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이 『1cm』 를 두고도 벌어졌다. 2008년에 나온 이 책은 처음 책을 낸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초판본은 한때 4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인생을 긴 자라고 했을 때, 인생에 부족한 1cm를 채워줄 무엇’을 주제로 한 글과 삽화가 어우러진 이 책은 출간 당시에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절판된 뒤 2013년에 나온 『1cm 플러스』 가 나왔고 후속편의 성공은 『1cm 첫 번째 이야기』 가 다시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글을 담당한 김은주 작가는 제일기획과 NHN을 거쳐 현재 TBWA에서 활약하는 카피라이터다. 짧은 글로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카피라이터답게 그녀가 쓴 문장은 촌철살인이다. 김은주 작가의 글이 촌철살인이라면 김재연 작가의 그림은 화룡점정이다. 제일기획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김재연 작가는 김은주 작가가 제일기획 재직 시절 뜻을 합쳐 『1cm』 를 냈다. 이 책을 다시 내기 위해 재결합한 두 사람을 만났다.


김재연(좌) 김은주(우)

2008년의 1cm 그리고 2014년의 1cm


『1cm』 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절판되었는데요.

김은주 : 출판사 사정으로 책이 절판되고 나서 제 블로그나 메일로 문의가 많이 왔어요. 『1cm』 를 구하고 싶은데 어떻게 구할 수 없느냐고요. 『1cm+』 가 출간된 후, 더 많은 분으로부터 재출간 요청이 왔어요. 독자분들이 계속해서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 덕분에 이번에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1cm』 를 재출간하게 되었습니다. 『1cm』 로 다시 만나 뵐 수 있어서 기쁩니다.

김재연 : 1cm를 찾는 분들이 많았는데 절판돼서 안타까웠습니다. 책을 구하기 어려우니까 절판된 1센치가 중고로 4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기까지 하더군요. 다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이렇게 다시 재출간하게 돼서 감사합니다.

새로 내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김재연 : 기존 『1cm』 를 다소 급하게 내서 아쉬운 점이 많았었죠. 그래서 이번에 새로 만들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로 그린 부분이 좀 있습니다. 특히 각 챕터의 타이틀 페이지를 컬러나 패턴을 채워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손글씨는 다시 썼습니다. 또한 그림을 시대에 맞게 삭제도 했는데요. 예를 들어 ‘말로만 오십 년, 준비만 백 년’을 보면 여러 운동에 관한 소품이 나오는데 그 당시에는 운동하면서 MP3로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그렸는데, 요즘은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과감히 MP3를 삭제했습니다.

김은주 : 전체 챕터의 구성을 새로 잡았고 시대가 드러나는 글들은 최근 이슈로 보완했어요. 예를 들어 28쪽의 ‘씨앗’이라는 글에서 스티브 잡스나 넬슨 만델라의 타계와 같이 최근에 있었던 일들로 업데이트했습니다. ‘19금’ 페이지가 한 장 있었는데, 워낙 제 책의 독자분들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그 페이지는 뺐습니다. 그림의 제목을 새로 붙인 것도 있고, 전체적인 흐름과 내용은 그대로 두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리면서 어떤 점을 더 염두에 뒀나요?

김재연 : 광고에서 카피와 아트(비주얼)가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잖아요. 그 모토로 1cm도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림은 삽화 개념이 아니라, 그림 자체로도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평소에 캐릭터에 관심이 많았는데 1cm를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캐릭터 개발을 위해 고심했는데요. 캐릭터도 잠깐 등장하는 게 아니라 생명력을 부여해서 그 캐릭터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염두에 두며 그렸습니다. 가령 책에 나오는 초등학생 꼬마와 슈퍼모델 캐릭터를 보면 태어나서 처음 본 슈퍼모델에게 첫눈에 반한 초등학생 꼬마가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데요. 책의 그림만 보더라도 초등학생 꼬마의 첫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으실 거예요.

2008년에 나온 『1cm』 와 2014년에 나온 『1cm』 가 같은 책이면서도 살짝 바뀌었네요. 두 저자의 삶은 변한 게 있나요?

김은주 : 그때는 싱글이었고 지금은 결혼했네요. 그리고 『1cm』 를 출간한 이후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달팽이 안에 달』 과 양현정 작가와 함께 작업한 『1cm+』 를 출간했고,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이라는 책의 번역 작업도 했어요. 책으로 계속해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 같아요.

김재연 : 저도 미혼에서 기혼으로 변한 거예요. 그리고 그때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현재 일의 책임과 강도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세져서 ‘불면불휴’의 여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시에 두 사람은 어떤 계기로 책을 만들었나요?

김은주 : 평소에 크리에이티브한 생각과 구상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단순히 글뿐 아니라 비주얼적인 요소들을 같이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데 오랜 시간 동안 그런 글과 구상들이 쌓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주얼적인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같은 회사 동료였던 재연선배에게 같이 책을 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제가 먼저 글에 맞는 그림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재연선배가 그 구상들을 기본으로 그림의 표현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김재연 : 저희는 4년 동안 함께 아트와 카피로 일하며 광고를 만들었는데요. 유독 잘 통하는 친한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은주가 먼저 책을 내보자고 제안했고 써왔던 글과 여러 가지비주얼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사다리 타기, 종이 접기, 숫자대로 선을 그으면 메시지가 나오는 아이디어 등등 정말 신선한 표현이 많았었죠. 그 아이디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반대로 글은 나와 있는데 그림 아이디어가 안 나와 있는 본문들은 단어나 글의 컨셉을 파악해서 좀 더 위트 있는 그림을 그려서 우리 둘만의 독특한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1cm는 새로우면서도 독자와 공감하는 책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어떻게 보나요? 최근에 사인회도 열었는데 그때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김은주 : 당시에도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은 많았지만 다른 책들과 형식과 내용의 차별화가있었던 것 같아요. 『1cm+』『달팽이 안에 달』 을 보신 독자님들은 느끼셨을 텐데 저는 늘 텍스트와 다른 요소가 결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한 장치들도 넣어 책의 가능성을 확장했는데요, 이런 형식의 새로움과 함께 위트와 공감이 있는 내용이 많은 호응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현자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통할 수 있었던 부분,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고, 꿈을 꾸고, 사랑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을 독자 분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김재연 :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나만의 책을 만들어가는 ‘유일함’ 때문인 것 같아요. 사인회는 독자분들께서 많이 와주셔서 예정보다 1시간 길어졌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1cm』『1cm 플러스』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김은주 : 『1cm』 는 20대에 썼고, 『1cm+』 는 30대에 썼습니다. 20대에 쓴 『1cm』 는 재기발랄하고, 『1cm+』 는 깊이가 더 깊어진 느낌입니다. 일러스트 분위기도 『1cm』 가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1cm+』 는 더 따뜻하고 포근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자를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고 후자를 더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어요. 아마 다음에 나올 책도 앞의 두 권과는 또 다른 느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광고 만들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두 사람 모두 광고 업계에서 일하잖아요. 매력적인 일 같은데,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김재연 : 2년 전 , 눈이 나오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알래스카로 가야 했어요. 30여 명의 스텝들이 만년설에 도착하고 한 4시간 정도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후가 안 좋아지는 거예요. 기후가 나쁠 때 잘못하면 3~4일 정도 고립되는 위험한 순간이니 여자들만 우선 7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먼저 빠져나가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촬영을 무사히 마쳤는데요. 그때 생명에 위협도 느꼈고, 남겨진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어요. 요즘 들어 가장 느끼는 건, 이쪽 일을 하려면 체력이 강해야 해요. 원하는 아이디어대로 안 될 때가 있고 좌절도 많으니 강한 멘탈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은주 : 회사 창립 기념일 때 내부 직원들을 위한 광고를 만들었을 때 김아중씨가 모델로 출연했었는데, 스케줄이 있어 먼저 가게 되었어요. 추가 안무를 찍어야 해서 할 수 없이 제가 대역으로 어설프게 춤을 추면서 몸 모델을 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네요. 카피라이터 일은 야근도 많고 주말근무도 있어서 힘든 부분도 많은데요, 그럼에도 이 직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양해지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김은주 : 장르는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고 알랭드보통의 작품을 좋아해요. 또 비주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을 찾아서 봅니다. 최근에는 『피로사회』 라는 철학서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책을 읽고 많이 공감했고 사색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김재연 : 아트디렉터라는 직업 특성상 디자인 관련 전문서적을 자주 봅니다. I Love Type Series시리즈 책을 좋아하는데 책도 예뻐서 수집 수준으로 모으고 있어요. 그리고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등의 생각의 자극을 주는 책도 좋아합니다.

김은주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1cm』



두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1cm는?

김재연 : 세월이 지나가면서 자꾸 변하고 있어요. 1cm라는 책이,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가 찾아야 할 1cm는 무엇인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그게 사랑이었다가, 지금은 여유였다가,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하나로 규정할 순 없네요. 아무튼 지금 나의 1cm는 여유입니다.

김은주 : 저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1cm는 늘 채우고 싶은 것 그래서 나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흐름에 따라 채우고 싶은 것들이 변하고, 그것들을 채워가면서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요즈음 제게 필요한 1cm를 꼽으라면 사색하는 시간입니다.

김재연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1cm』

김재연 작가는 ‘우선은 놀아야 힘이 난다’고 프로필에 적었는데, 어떻게 노시나요?

김재연 : 저년차 때 존경하는 선배님과 일한 적이 있는데 그 분께서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는 카피를 쓰셨어요. 위트 넘치는 그 카피가 정말 좋아서 지금까지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너무 바빠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특이하게 노는 방법은 없어요. 시간 나면 삼청동이나 가로수길을 산책하거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친구의 집에 가거나 해요. 일상에서 나만의 재미를 찾는 편이입니다.

『1cm』를 어떤 사람이 읽어야 할까요?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김은주 : 일상이 평범하게만 느껴지는 분들, 지금의 인생에서 무언가를 더하고 싶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1cm의 시선을 바꾸면 그 동안은 보지 못했던 인생의 흥미로운 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덜 상처받고,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재연 :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또한 유독 자기자신에게만 가혹한 분들이 계시는데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기 자신임을 깨닫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김은주 : 계속해서 응원 보내주시고 다음 책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앞으로도 좋은 책으로 뵙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연 요청도 있는데 잘 준비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재연 : 순수미술 전공이긴 하지만 짧은 기간에 다양한 기법과 각기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그린 건 처음인 것 같아요. 『1cm』 를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고, 제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걸 다시 발견하게 되는 계기였어요. 그때처럼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싶어요.

김은주 작가는 번역도 했는데, 더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김은주 : 텍스트와 멜로디의 결합도 매력적인 것 같아서 작사에 도전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쓰다만 소설이 있는데 완성해 보고 싶고, 일러스트뿐 아니라 다른 요소와 결합한 책들도 구상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흥미롭고 공감 가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니 많은 기대 부탁합니다.

* 인터뷰에 함께 수록한 두 편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아 달라는 요청에 두 저자가 뽑은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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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일센티 첫 번째 이야기 김은주 저/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2008년 출간,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게는 1cm만큼의 ( )가 필요하다”는 독특한 부제를 달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1cm(일 센티)》. 아쉽게도 절판되어 출간 후 5년 이상이 지난 최근까지도 독자들의 재출간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장 가치가 높아 중고 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던 이 책. 2014년 3월, 허밍버드가 《1cm(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과 함께 완성도를 높여 새롭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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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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