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 문인화 공부에 나선 이유

『인생내공』 이시형·이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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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인생내공』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책의 공동 저자인 이시형 박사와 이희수 교수가 ‘우리가 터득한 ’인생내공‘을 나눠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독자들과 만났다. 책은 뇌과학과 문화인류학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내일’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담았다.

“우리는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100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겪어 보지 못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무덤에 가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다. 은퇴 이후를 인생의 ‘덤’이나 ‘나머지’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p.9)



100회 생일, 어디서 무엇을?

‘100세 시대 : 내일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힘’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선 이시형 박사는 질문부터 던졌다. “100세 생일, 뭐하고 있을 것 같은가?”

그는 요즘 대중강연을 나설 때마다 가장 100세를 살아야 한다는 말부터 꺼낸단다. 올해 우리 나이로 81세를 맞은 그도 50~60세까지만 해도 이런 강연을 하고 다닐지 상상을 못했다. 그렇게 ‘100세 시대’가 훌쩍 다가왔다. 그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3가지 자본으로 △금융자본(생활비) △주택자본(살 집) △개인자본(건강+네트워크(친구))을 꼽았다. 이어 100세까지 5대 건강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1.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하고
2. 치매에 안 걸려야 하고
3. 현역으로 뛸 수 있어야 하고
4.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사람이어야 하고
5. 우아하고 섹시하고 멋있게 살아야 한다


“사람은 섹시해야 한다. 나도 아직 섹시하다는 소릴 듣는다(웃음). 남녀가 만나면, 어떤 만남이든 설렘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남녀가 아닌 두 사람이 만난 것이다. 설렘이 있도록 자신을 잘 다듬어야 한다. 나는 설레는데 상대가 설렘이 없으면 그건 문제잖나.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약해지고 떨어지는데, 그럴수록 자신을 닦아야 한다.”

이 박사는 100세 시대를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 10가지를 제시했다.

식습관

-건강한 한식으로 하루 세 끼
-덜 달게, 덜 짜게 먹기
-천천히 먹기 (한입에 30번 씹고, 한 끼에 30분씩)

운동습관

-근육단련(주3회) (하체-앉았다 일어나기/ 상체-팔굽혀펴기)
-계단아 반갑다 (100계단 5층 매일 오르기)
-30분 걷기(매일) & 지하철 서서 (좌우 균형 운동)

마음습관

-감사, 미소, 큰소리로 한 번 웃기
-화, 짜증날 때 심호흡 3번 휴우

리듬습관

-11시 전 취침, 6시 전 기상
-몸을 따뜻이 (따뜻한 물, 따뜻한 옷)
이 박사는 인생의 시계를 100세(24시)로 보면, 50세(12시)가 넘어갔을 때가 승부처라고 말했다. 후반전을 더 잘 해야 한다는 것. 전천후 요격기가 돼서 어떤 상황에서든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인생이 달려있다. 후반전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많은 은퇴한 분들이 준비를 못한다. 후반전 준비는 전반전에 해야 한다. 전반전에 후반전을 위해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베이비부머는 기적의 세대다. 맨 땅에 헤딩하면서 모든 것을 일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예방에 대한 개념이 없다. 준비가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한다. ‘YO(Young Old)세대’를 아시나? 나는 이 말이 참 마음에 든다. 55세에서 75세를 ‘신중년’이라고 표현한다.”

이 박사는 현재 세로토닌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이것을 달리 말해 ‘선비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참여한 독자들에게도 ‘세로토닌적 삶(선비 정신)’에 대해 제언했다. 이에 문인화 공부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례로 들었다.

“80세가 되면서 든 생각이, 지금까지는 잘 하는 것을 하면서 뻐기고 다녔는데(웃음), 못하는 것을 해보자. 생각해보니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그림이었다. 그래서 문인화가를 모시고 동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그림을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지만, 전시회도 하고 화첩도 내려고 한다. 80세에 새로운 것을 했다는 정신을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우리 일상에서 퇴근해서 다음날 출근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후반전이 결정된다. 이번 책이 75권 째인데, 50세에 첫 책을 쓰고 3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책을 썼다. 나는 새벽 4시30분,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그것을 했다.”




엔돌핀의 시대에서 세로토닌의 시대로

이희수 교수가 뒤를 이어 강연자로 나섰다. 이 교수는 대뜸 한국에는 존경할만한 원로가 많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청장년 시절, 헌신과 열정으로 살았음에도 80~90세가 되면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지 안타깝다는 것. 그리고 필요한 것이 ‘세로토닌’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산업사회는 엔돌핀의 시대였다. 엔돌핀은 산업사회의 고도성장을 위한 물질이자 정신건강의 요체였다. 엔돌핀 문화가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봐도 된다. 그러다 인류사적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엔돌핀 시대가 끝난다. GDP가 1만5천 달러 정도 되면 더 높아져도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도 지금 2만 달러를 넘어서, 엔돌핀 시대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로토닌이다.”

이 교수에 의하면, 엔돌핀이 성장의 시대라면, 세로토닌은 성숙의 시대다. 이전까지는 물질 중심주의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영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단순한 자본에서 사회적 자본과 상징적 자본이 중시되는 시대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천박에서 품격으로.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인문학적인 가치가 중시되고 사회 전반에 두텁게 깔려 있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50대 이후로는 세로토닌적 삶을 살아야 한다. 엔돌핀이 사람을 추동하고 신바람 나게 일하게 하면서 결과 중심으로 이끌었지만, 역기능이 있다면 중독성이다. 이것을 조절하는 것이 세로토닌이다. 50세 이전 전반전에는 엔돌핀이 맞다. 50세 이후는 세로토닌적으로 살아야 한다. 책에는 역사적으로 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을 사례로 제시했다. 로마제국은 엔돌핀에 의한 정복의 역사였다. 그러나 절대 불변의 제국은 없다. 문명에도 사이클이 있다. 얼마 지나면 쇠퇴기가 온다. 내부적으로 서로를 갉아먹으면서 제국은 멸망한다. 우리 사회에 빗대 말하자면, 엔돌핀에서 세로토닌 사회로 가고 있는데, 이것이 오래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한다. 창의력은 같은 동족끼리는 생기지 않는다. 다름에서 진정한 창의력이 생긴다. 다문화 시대가 세로토닌 시대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이시형ㆍ이희수가 함께한 대담

백상현 아나운서의 사회로, 대담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두 분의 인연을 듣고 싶다.

이희수 : 1999년 8월 터키에 큰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4만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형제 국가라면서 한국 정부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나는 터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 신문에 그건 아니라며 칼럼을 썼었다. 그걸 보고 이시형 박사가 공감한다면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다른 분들과 함께 만났고, 이후 의기투합해서 터키를 돕는 운동을 40일 동안 함께 했다. 현금 30억 원 가량을 모금했다. 이런 열정을 갖고 한국-터키 친선협회를 만들었다. 이것에서 비롯돼 15년 동안 인연이 지속되고 있다.

『인생 내공』 에는 의지가 강한 사람보다 일상에서 감동을 받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빅터 프랭클의 말을 인용했다. 일상에서 어떤 일에 감동을 느끼나?

이시형 : 인간은 진선미를 만날 때 감동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 착한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다. 나는 쉽게 감동을 받는 사람이다. 뇌 피로에 가장 좋은 묘약은 감동의 눈물이다. 웃는 것보다 감동의 눈물이 6배 정도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강한 사람보다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사람이 오래 살고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다.

이희수 : 이시형 박사와 함께 다니면서 눈물이 많아졌다(웃음). 행복이 인생의 목표는 아닌 것 같다. 살아있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이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나누는 것이 행복인 것 같고. 내 주변에서 베풀 수 있는 것을 찾으면 좋겠다. 그것이 쌓이면 내공이 된다.

누구에게나 내리막길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이시형 : 나도 어려운 고비가 많았지만 내리막을 내려간다는 생각은 깊게 해본 적은 없다. 그런 면에서 행운아지. 한국은 지금 하산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을 올라갈 때는 신이 난다. 그런데 내려갈 때는 위험하다. 한국은 지금 저속 성장의 시대에 돌입해 있다. 그러니 하산을 준비해야 한다.
“하산할 때가 더 위험하다. 산행에서 사람들이 다칠 때도 대부분 내려올 때다. 이 세대 사람들은 하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들이 경험한 사회는 줄곧 오르막만 있었지, 내리막은 없었다.… 바야흐로 저성장 시대 아니 하산할 때를 맞이했지만, 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을 하고 인생의 절정에서 내려와야 할 시대가 되었음에도 이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p.73)
책을 보면,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한 시기를 너무 많이 보낸다고 했다. ‘세로토닌적 삶의 제안’했는데, 이 가운데 꼭 실천하고 지키면서 살자고 하는 것이 있다면?
“세로토닌 문화는 곧 현대적 선비문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올곧고 바르고 정갈하고 지조를 지키는 고급 정신문화.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p.232)
이시형 : 젊을 때는 많이 모아야 한다. 그래야 베풀 것이 있다. 나이 들어서도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베풀 수 있다. 100세까지 현역이어야 한다는 말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크게 내놓을 것은 없어도 수입이 있으니 나눌 수 있음이 행복하다. 또 인생을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나눔이라고 본다. 작아도 나눌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이희수 : 인류학 전공자로서 1학년 1학기 개론 시간이면 학생들에게 문화 상대주의를 가르친다. 어떤 문화든 그 문화만이 가진 향기가 있다. 품격 있는 선진국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버릇이 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듯이,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지를 일상에서 훈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전에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다른 생각, 다른 환경,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생각하는, 이런 훈련된 모습이 하나의 세로토닌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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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공저 | 위즈덤하우스
뇌과학과 문화인류학을 대표하는 인생고수 이시형 박사와 이희수 교수가 합심하여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내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은퇴 후 10년이 아닌 40년 넘게 더 살아가야 하는 지금, 이제 여생이란 없다. 전반부와 후반부만 있을 뿐이다. 장수는 준비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고통일 것이며,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축적해 둔 사람에게는 지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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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인생 내공

<이시형>,<이희수> 공저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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