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예는 없다, 행복한 주인만 가능하다

『타임시커』 이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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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야기는 미스터리 편지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추리기법을 활용하여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저자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스토리텔러로서의 노련미를 한껏 과시한다. 다방면의 지식을 엮어내면서도 이야기 전개에서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만 하면 어른들의 철저한 관리 아래 ‘빨리빨리병’을 답습하고 시간의 삼엄한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마음 역시 실감나게 그려냈다.

사람에겐 ‘시간 선호’라는 것이 있다. 사람마다 시간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시간은 객관적 가치가 아닌 주관적 가치가 작동한다. 그러니 시간을 함께 해도 그것에 대한 평가와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지기 마련이다. 주관적 시간의 작동이다. 지난 1월20일,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타임시커』 출간기념 이남석 저자강연회에 모인 독자들의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지식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간’의 본질과 의미를 탐색하는 책의 저자답게 이날의 강연은 인문학적인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시간의 인문학?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시간이 보인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의 조건 중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학문을 뜻한다. 삶의 조건 중에 시간이 있다. 그래서 인문학은 시간을 다룬다. 6하 원칙에 의해 시간을 생각하기 위해 책을 썼다.”




왜 시간을 고민해야 하는가

저자는 시간과 인문학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었다. 그에 의하면 시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시간이 우리를 만들어주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은 시간에 대한 태도를 갖고 있다. 크게 세 가지다. 미래지향, 현재지향, 과거지향. 누구나 특정하게 선호하는 시간이 있는 가운데, 대부분은 미래를 지향한다. 그런 성향을 이용하는 세력도 존재한다.

“나중을 위해 현재를 참으라고 말한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보자.개미는 뜨거운 여름 열심히 일한다. 겨울에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다. 여름에 베짱이는 논다. 여름을 편하게 지낸다. 노는 건 똑같다. 그런데 왜 그런 우화까지 만들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현재지향이다. 당장 좋은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

시간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는 시간을 감각하는 것은 오롯이 ‘현재’에서다. 과거도 현재에서 느낄 수 있다. 현재라는 것 위에서 생각한다. 현재 지향성. 시험을 앞두고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며 논다든지, 내일은 없다며 ‘불금’을 즐기는 것, 그런 것들이 현재지향이다. 우리는 내일 닥쳐올 숙취를 알면서도 지금 당장의 즐거움에 취한다. 광고가 그런 현재지향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부추긴다. ‘(현재를) 누려~’라고 주입한다. 예외가 있다면, 미래를 지향하는 보험회사 광고가 있다. 과거지향도 있다. <응답하라 1994>처럼 과거를 꺼낸다. 과거는 부담이 없고, 확정적이며 안정감이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를 다룬 드라마는 이상화를 시킨다. 심리적인 부담감을 싹 없애고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 낭만이 있었지”라고 말한다. 낭만만 있었나? 폭력도 있었지. 의도적으로 낭만화 한다. 과거 지향을 상품화하는 사람이나 과거만 놓고 사는 사람도 있다. 언제 자신이 잘 나갔었다면서. 그러면 현재의 삶은 추락한다. 상대적으로 이상적인 세계가 있으면 현실은 시궁창으로 빠진다. 그것도 위험하다.”

그러면 어쩌라고? 저자는 꼼꼼하게 따져볼 것을 권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 등으로부터 주야장천 듣는 말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란다. 그러면 삶이 바뀐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재미없게 만들어버린다. 현재를 무가치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렇다면 현재만을 지향하는 것이 좋을까?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현재에서뿐일까?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것

“미래지향적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강요된’ 미래지향적인 것이 나쁘다. 즉, 시간의 주인이 내가 아니었을 때 나쁜 것이다. 시간 관리를 잘 한다는 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주인 된 자세로 뭔가를 하면 도움이 되나, 그렇지 않은 시간 관리는 재앙이다. 현재지향적이라함은 미래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책임까지 고려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원천이 현재만은 아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럴 때 다른 게 보인다. 대부분 사람에게 강요되는 것이 극단적인 미래지향성이다. 그것 아니면 길이 없다고 겁박한다. 대표적인 것이 선행학습이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과연 바람직할까. 우리는 늘 뭔가를 더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 저자는 내가 나이기 위해서는 뭔가를 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시간은 선물을 준다”고 말한다. 선물의 핵심은 뜻밖의 것을 뜻밖의 시간에 받아야 하는 것인데, 시간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뜻밖의 순간에 뜻밖의 것이 생겼을 때 짜증내지 않고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럴 때 시간은 선물이 된다. 그런 생각 속에서 사람은 변화한다.

“계획한 것만 가지고 완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뜻밖의 일이 생기면 아 이런 것도 생기네, 하면서 받아들이는 것, 그러면서 즐기면 된다. 사람은 분위기에 취해서 변할 수도 있다. 내가 극단적으로 미래지향적이다 싶으면 현재지향적인 사람과 어울려서 취미활동을 하면 좋다. 내가 생각한 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 확인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같은 성향의 사람들과 어울리면 불행해진다. 우리는 아파트 평수를 넓혀서 가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평수에 가니 더 큰 평수가 있는 거지. 숨을 한 번 쉬어라. 완벽하게 삶을 바꾸지 않아도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이것은 극단적인 것에 대한 경고다. 극단적인 현재지향성 역시 완화해야 한다. 과거가 행복한 것도 문제지만 부정적인 것도 문제다.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 필름을 새로운 필름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지향성을 지양해야 한다. 과거의 상처가 있어도 그것이 지금의 나를 휘두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때 필요한 주문을 저자는 알려준다. 예전의 나는 그랬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개처럼 살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동물적으로 사는 볼륨을 낮춰야 가사가 들린다. 인간의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다른 가사를 들으면 삶이 바뀔 수 있다. 현재에 압도당하는 사람도 있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까. 과거에 파묻힌 사람도 마찬가지고. 왜 그럴까. 내가 모든 것에서 잘 하려고 해서 그렇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니 중요한 몇 개만 챙겨서 해야 한다.”

저자는 완벽주의자는 두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매사에 철저하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철저하게 미루는 것. 완벽주의자의 집은 그래서 아주 완벽하거나 돼지우리처럼 만든다. 두 개는 통한다. 남의 평가로서 움직인다는 것. 우리 사회는 그럼에도 완벽하라고 강요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시달린다. 불가능한 것임에도 완벽하려고 노력한다. 남에 의한 시간 운용이다.

“가능한 것만 해야 한다. 일의 가짓수가 7가지 이상이면 관리를 못한다. 심리학자는 5개 이하로 관리하라고 한다. 그러면 압도당할 일이 없다. ‘To Do List’를 객관화ㆍ시각화해야 한다. 짧은 기간에 이루고자 하는 일의 목록을 작성해서 시각화한다. 시각화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메모나 그림 등 뭐든 객관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5개를 넘지 않는 것이다. 능력이 많은 사람은 내가 못할 일을 포기하는 사람이다. 자기 시간을 자기가 펼쳐나가는 사람이다.”




시간관 = 인생관

저자는 음악, 영화, 미술, 문학 등을 많이 접할 것을 권했다.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시간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자고 부연했다. 적정한 상황마다 시간지향성을 오갈 줄 알되, 주된 지향성을 가지면 된다는 것. 그는 곧 신경림 시인의 「봄날」 을 꺼내 함께 생각하자고 말했다.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늙은 소나무 아래서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판다
잔을 들면 소주보다 먼저
벚꽃 잎이 날아와 앉고
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처녀들
벌겋게 단 볼을 식히고 있다

벚꽃무더기를 비집으며
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뜨고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파는
삶의 마지막 고샅
북한산 어귀
온 산에 풋내 가득한 봄날
처녀들 웃음소리 가득한 봄날

“각종 문화 자원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녹아 있다. 꼼꼼하게 보면 인생관, 시간관을 느낄 수 있다. 내 것보다 나으면 그것을 따르면 삶이 더 좋아질 수 있다. 이 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 지향이 있다. 내 인생은 매번 봄날이라고 믿는 사람은 시간이 주는 선물에 응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좋은 작가는 이런 것에 대해 응답한다. 인생관은 곧 시간관이다.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시간 위에 산다. 나와 가장 닮은 사람도 보이고 먼 사람이 보일 것이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다 어우러진다. 그때그때 그것을 꼼꼼하게 보면서 응대하면서 살아야 한다. 청소년이라고 미래 지향으로 살라고 말해선 안 된다. 청년이 돼도 똑같고, 중노년이 돼도 똑같다. 그러니 ‘아프니까 청춘’이라면서 아픈 것을 경쟁한다. 시간관만 달라져도 인생이 달라진다.”

저자는 “여러분의 시간을 끊임없이 표시하고 있는 마음 속 시계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나의 시간을 어떻게 가리키고 있는지, 내 시침과 분침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믿고 있는 것 말고 행동하고 있는 것을 봐야한다. 그때 표시하고 있는 것이 곧 자신이다. 뭘 하려는 것이 아니고 지금 가리키고 있는 것. 그것을 통해 시간에 대한 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전했다. 그렇기에 시간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가 다르고, 이유가 다르다. 『타임시커』 에서 주인공 규린이는 시간에 대해 ‘서로를 영원히 기억하고 있는 시계’라고 정의한다. 그렇게 자기만의 정의를 가져야 한다. 다음을 채워 넣을 줄 알아야 한다.

시간은 OOO이다. 왜냐하면 OOOOO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간을 정의해라. 그 사람의 말을 나의 말로 바꾸는 것이 이해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도 남의 말을 나의 말로 바꿔라. 비유적으로 정의해 봐라. 프랭클린의 말처럼 시간이 금이라면 뭔가와 바꿀 수 있는 가역성이 있어야 한다. 시간은 투자하는 조각조각이 아니다. 수치가 쌓여서 더 많은 것을 베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것을 투자하면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즉, 시간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숫자나 돈이 아닌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시간은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다.”

시간을 목적이 아닌 자원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이것의 위험을 경고한다. 내 행복을 위해 태워야 하는 장작 같은 것으로 시간을 생각한다는 것.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장작을 뺏어서라도 내 장작을 태우려고 한다. 즉, 20대들이 88만원을 벌더라도 내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본다. 시간은 고로 인생관이고 세계관이다. 시간이 주관적이라는 것에서 출발하면 다른 것이 보인다. 저자는 이번에는 루이스 보르헤스의 것을 인용한다.

시간이 너를 휩쓸고 가는 강물이지만
네가 강물이다.
시간은 너를 찢어발기는 호랑이지만
네가 호랑이다.
시간은 너를 삼키는 불꽃이지만
네가 불꽃이다.

“시간은 괴물이다. 내가 시간의 주인인 적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중요하다. 시간학은 주인이 되는 학문이다. 철학자들도 그래서 시간을 말했다. 시간은 추상적이라서 다루기 힘든 주제다.시간은 마음을 그리는 캔버스이다. 누가 그리나? 내가 그린다. 책은 시간을 어떻게 볼 것인지 이야기했다. 행복한 노예는 있을 수 없다. 행복한 주인만 있을 수 있다. 언젠가 주인은 채찍을 든다. 자기 손으로 시간을 정의하고 허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인생을 산다.”


Q&A

나만의 시간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을 알고 싶고, 인문학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3인칭으로 보면 다 한심한 짓이다. 그런데 1인칭으로 생각해보라. 3인칭에게 시간은 스냅숏이어서 별 것 아니라면서 포기한다. 그러나 1인칭은 끝까지 간다. 다른 필요성이 보일 때까지 끝까지 간다. 그게 시간의 힘이다. 지금 힐링은 끝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가서 문제다. 인문학은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삶의 조건에 신자유주의가 있다. 신자유주의를 피할 수는 없지만 덜 소비할 수는 있다. 덜 부대끼면서 살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안 되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 반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 지금 지상낙원이냐고. 현실적이라는 말은 현재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개개인이 시간의 게임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자기가 없으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쁜 놈이 되고 기회주의자가 된다. 내 삶에는 그때그때 등장하는 타인의 얼굴만 있다. 타자는 내게 차별적으로 다가온다. 동등한 주체가 아니다. 사람마다 보는 세계의 눈이 다르다. 정답을 생각하기보다 내가 삶을 헤쳐 나가는데 많은 것을 접해야 한다. 현재의 나를 도전해서 검토 받고 또 다른 나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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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시커 Time Seeker 이남석 저 | 작은길
‘지식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여 청소년 독자들로부터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 이남석 작가의 신작. 이번에는 ‘시간’이라는 묵직하면서도 절실한 삶의 테마를 선택했다. 우리 청소년만큼 ‘지금’이라는 시간을 맘껏 누리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핑크빛 미래를 위해 살도록 강요받는 청춘이 또 있을까. 불행히도 시간에 예속되는 나이마저 점점 어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래도록 미뤄 왔던 질문을 이제 본격적으로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시간은 뭘까? 시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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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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