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 작가, 연애를 하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는 여자
『관능적인 삶』 펴낸 이서희 작가 김두식 교수, 민규동 영화감독과 함께한 북 토크
무명 작가의 첫 에세이. 그런데 웬걸, 반응이 무척 뜨겁다. 관능적인 책 제목과 저자의 프로필 사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Sophie VIille’라는 필명으로 올린 페이스북 글이 유명세를 타면서 책을 펴내게 된 이서희 작가. 12월 17일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그녀의 페친 김두식 교수, 민규동 감독과 마주했다.
관능은 무엇이며, 관능적인 삶을 어떤 삶일까. 낯간지러운 문장을 질색하는 독자들에게 이서희 작가는 말한다. “피상적 개념에서 벗어나 삶을 유지하는 감각작용의 총체로서 관능(官能)에 주목한다.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당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서의 관능이기도 하다. 고로, 삶은 관능(적)이다.” 페이스북에서는 ‘Sophie VIille’로 불리는 이서희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아내다. 부모의 고집으로 원치 않은 서울대 법대생이 되었고, 졸업 후 혼자만의 방을 갖기 위해 무작정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파리에서 영화 연출과 이론을 공부했고, 영화제작자인 남편을 만나고 3개월 만에 결혼. 현재는 미국 할리우드에 머물면서, 관능과 연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관능적인 삶』은 이서희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모은 에세이다. 소설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그녀. 스스로 “나의 글은 연애편지”라고 말한다. 작가는 편지의 수신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글을 읽고 나면 자신에게 속삭인 마냥 얼굴이 달아오른다. 작가는 사랑과 섹스, 남자와 가족 등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때로는 관능의 풍경에서, 때로는 지상의 침실에서 마주했다. “내 욕망이 살아 있는 한, 나는 나를, 여성을, 남성을,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서희 작가. 자칭 ‘연애적 인간’, 그녀의 글은 스스로를 무척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글들이다. 풍요로운 사유를 즐기는 삶이 얼마나 관능적인지, 작가는 말하고 있다. 『관능적인 삶』을 펴내고 이서희 작가가 독자들과 처음으로 마주한 북 토크. 작가의 페친인 김두식 교수, 민규동 감독이 자리를 함께했다. 흔한 큐시트 하나 없었던 행사였지만,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는 청중들의 경청은 작가의 긴장감을 살며시 내려놓게 만들었다.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거리감을 두어야 하는 이유, 타인과 연대를 만들어야 하는 까닭, 이서희 작가의 글이 왜 관능적일 수밖에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책, 남편이 알면 얼마나 큰 일이니?
김두식: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서희 작가의 페친이다. 트위터 세상에서 놀다가 ‘좋아요’만 눌러도 되는 페이스북 세상에 들어오게 됐는데, 이 세계에서 내 눈에 띈 사람이 이서희 작가였다. ‘좋아요’ 300개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서희 작가는 이 놀라운 인기를 가지고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 아주 재밌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페이스북에서 글발로만 이름을 얻고 책이 나오고 팔리는 이 특이한 현상에 흔쾌히 동참하게 됐다.
민규동: 이서희 작가와는 오랜 인연이다. 프랑스에서 만났고 이후 이서희 작가가 미국 생활을 하고 한국에 왔을 때 다시 만났다. 전업주부로 사는 모습이 아쉬워서 글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이서희 작가의 에너지가 아까웠다. 이서희 작가가 책을 내게 되어서 반갑다. 『관능적인 삶』은 좋은 출발이 될 거라 생각한다.
김두식: 이서희 작가의 첫 책이 나온 후 변화가 궁금하다. 페친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저자로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책 속에 인용된 지인들에 대한 반응도 궁금하다.
이서희: 책을 내려고 할 때 많은 분이 “너 괜찮겠니? 남편이 알면 얼마나 큰일이니?”라고 했다. 잘 모르는 분들도 연락을 해서 “당신은 유부녀고 애가 둘인데 어떻게 그런 글을 쓰냐?”고 했다. 그런 질문이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왜 내 이야기가 남편에게 잘못된 내용일까? 궁금했다. 내 이야기들이 남편에 대한 사랑, 내 상태에 대해서 결코 모순된 이야기가 아닌데 왜 사람들은 내가 유부녀임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될 글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맺고 있는 관계에 있어서 확신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돈독하니까 나를 두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남편이 내가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더 자극적으로 쓰라고 했다. 책이 팔리려면 그래야 한다고. 정말 마음대로 다 쓰되 자기 이야기만 빼라고 했다. 남편이 영화제작자이기 때문에 상업적 마인드가 발달해 있다. 작품과 개인의 삶을 연결하는 걸 익숙해하지 않는다. 작품은 작품이고, 개인의 삶은 개인의 삶이다.
김두식: 오늘 이 행사를 오기 전에 영화 <범죄소년>을 같이 만들었던 친구들을 만났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했는데, 오늘 이서희 작가 행사에 40대 남자 독자들만 오면 어떡하냐고 걱정해주더라. 그런데 다행히도 적절히 여성 분들도 많이 와줘서 안심이 된다(웃음). 혹시 작가 본인도 책을 내기까지 두려움이 있었나?
이서희: 처음 글을 쓸 때, 여성분을 대상으로 썼고 그들의 반응을 기대했다. 그런데 남성 분들 반응이 많아서 놀랐다. 리뷰를 써주신 남성들이 많아 놀랐고 글들이 매우 훌륭했다. 남성들에게 이런 감수성이 있었구나, 깨달았다. 그동안 남성들이 자신의 감수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길이 많이 막혀 있었던 것 같다. 관능, 연애, 섹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들도 많고 여성의 관점도 듣고 싶어하는데, 이야기할 공간이 없었던 것 같다.
김두식: 민규동 감독은 이서희 작가를 오랫동안 본 지인으로서 『관능적인 삶』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민규동: 이미 책 속의 많은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줬다. 이서희 작가가 몇 년 전 한국 왔을 때, 두 아이 엄마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그냥 주부로 살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눈앞에 두고 그냥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삶을 밀도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었다. 이서희 작가가 소수에게만 보여주는 제한된 글을 쓰고 있었지만, 만인에게 발가벗겨지는 것을 경험하고 자신을 찾으면, 앞으로 작가로 계속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김두식: 옆방 교수님이 이서희 작가와 대학 동문이다. 전형적인 서울대 법학생이었던 교수님인데이서희 작가의 사진을 보더니, “이 친구는 법학과 수업은 잘 안 듣고 국문과 수업만 들었다”고 하더라. 일반 법대생과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낸 셈인데,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서희: 모든 사람에게 글 쓰는 계기가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상처였다. 많은 분들이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서 자란다는 게, 상처를 받는 연속이다. 계속해서 상처를 받고 아프다 보니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한국 사회에 있을 때는 무작정 도망가고 싶었다. 가족은 나를 억압하는 존재였고 돌아갈 곳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달팽이처럼 굽이굽이, 압사되기 직전으로 기어가는 느낌으로 살고 있었다. 결국 졸업과 함께 프랑스 유학을 떠났는데, 유학시절 중 드디어 내 방이 생겼다. 누구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은밀한 방이 생겼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다. 결국 깨달은 건, 방이 확장되면서 도시가 보였다는 것이다. 도시를 부유하듯이 떠다녔고, 그 시간이 좋고 은밀한 방도 좋았지만 내게 안정감을 주진 못했다. 피로함이 누적되어 있을 때,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곳이 한국인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우연히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집과 가족을 얻었다. 집과 가족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건 내게 첫 경험이었다. 온전한 동굴이 제대로 생긴 느낌, 행복감을 느꼈다. 남편이 있었고 모성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
그렇게 살고 있다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내 상처를 다시 대면하게 됐다. 내가 자라왔던 과정을 아이를 통해 투영하게 된 거다. 이 아이가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서 아파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이렇게 온전하고 완벽할 것 같은 공간에서 살 수 없겠다,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오히려 아이를 통해서 세상과 접점을 찾고 내 상처를 보고, 다시 아프고, 정말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지점이 글쓰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김두식: 글을 쓰기까지에 있어 민규동 감독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이서희: 미국에서 10년간 지내다 한국에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하고 연락할 사람을 찾다가 민규동 감독이 생각났다. 연락을 받아줄까? 고심했는데, 너무나 반갑게 받아줬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살면 안돼. 너는 연애를 하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서 연애를 할 수 없다”고 하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하면서 글쓰기를 제시했다. 유학시절에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고 한글로 된 책도 읽지 않았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때때마다 감독님께 글을 보여줬다. 내 글 중에 가장 날 것들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 아마 민규동 감독일 거다.
김두식: 왜 글을 민규동 감독에게 보여줬던 것인가? 여성에 대한 이해가 있는 영화감독이었기 때문인가?
이서희: 감수성이 풍부하고 누구보다 여성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사람이다. 여성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해도 왜곡하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이다. 또 남성이기 때문에 보통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방어기제가 덜하다. 더 확실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민규동 감독이었다.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너 이러지마. 행복한 지금 생활을 왜 깨니?”라고 말해줬지만, 민규동 감독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줬다. 이번 책을 내면서 내 글의 수위를 조금 낮췄더니 “네 원래 글이 더 짓궂고 도발적인데 왜 이렇게 검열했냐”고 말해줬다.
민규동: 이서희 작가가 그냥 엄마, 아줌마로서 점점 자기가 없어져가는 여자로 살아가는 게 안타까웠다. 어떤 작가로 살아가길 바랐다. 그런 재능, 에너지가 명확히 보였기 때문에 길을 주고 싶었다. 나 역시 연출보다 글이 더 편한 사람이다. 어떤 작가의 글은 내가 그 사람과 똑같은 삶을 살아도 그런 글을 못 쓸 거라는 생각이 있는데, 이서희 작가의 글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상처가 생각을 통해 섬세한 실로 뽑아져 나오는 지점이 있다. 책을 통해 대중을 만나게 됐는데 껍데기를 처음으로 벗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의미는 10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거다. 어떤 운명의 힘에 의해서.
제대로 느끼고 움직이는 삶이 관능적이다
독자: 처음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긍정적인 반응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서희: ‘너저분한 여자’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본명에 프로필 사진까지 있었던 분인데, 나름 대담하시구나 생각했다(웃음). 나는 특별한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고, 그냥 ‘좋아요’를 눌러드렸다. 가끔 페친들이 나를 겨냥하고 쓰는 글이 있는데, 다 각자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 볼 수는 없지만 보게 될 경우에는 ‘좋아요’를 눌러준다. 최악의 경우는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이런 이 따위 글을 올리냐’는 반응이다. 가장 싫은 건, 가르치려고 드는 분들이다. 스스로 굉장히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조만간 서희 씨 글에 대해서 칼럼을 한 번 올리죠”라고 하신 분도 있었다(웃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권력을 행사하려는. 반대로 감사한 리뷰도 많이 보았다. 서평을 읽다가 눈물을 흘릴 뻔한 적도 많다. 내 마음속까지 걸어 들어와서 글을 써줬다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처럼 강렬한 느낌이었다.
이서희: 글을 쓸 때는 몰랐는데, 책이 되니까 내게도 공포가 됐다. 어느 부분은 말하기 싫은 것도 있지만,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거리감을 두는 게 필요하다. 상처와 내가 붙어 있으면 절대 나을 수 없다. 딱지가 생기고 응어리가 생긴다. 딱지가 생기고, 다시 마르고, 낫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딱지가 붙어 있으면 마찰이 계속 되니까 아프다. 응시하는 거리감을 갖는 게 정말 중요하다. 관능에서도, 상처를 통해 얻게 되는 관능이 있다.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만큼 거리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응시해야 힘이 생긴다.
독자: 처음 이서희 작가의 글을 보았을 때는 미혼의 여자가 썼을 줄 알았는데 결혼한 사람이라서반전이었다. 나도 아줌마인데, 이런 글을 읽고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주니까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다. 상처를 드러내고 사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걸 안 좋게 받아들이기도 하더라. 물어보고 싶은 건, 결혼한 여자들이 관능적인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다.
이서희: 연애를 너무 좋아해서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 좋은 남자들만 만났던 건 아니다. 정말 이상한 남자도 많이 만났다. 기억에서 지웠기 때문에 글로 안 쓰는 것뿐이다. 몇 년 전에 친구와 점집을 간 적이 있다. 무당한테 “내가 뭘 잘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무당이 이러더라. “뭘 몰라? 넌 연애를 제일 잘해.” 그래서 내가 “저 연애해도 돼요?” 물으니, “결혼했잖아. 이 여자가 미쳤나?”라고 말하더라(웃음). 내가 “타고난 소질을 못 살리면 어떻게 사냐”고 다시 물었더니 “연애 소설이나 연애 영화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관능이라는 의미 자체도 삶을 한번 제대로 살아보는 방식으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다. 제대로 보고 느끼고 움직이는 게 관능적인 삶인데,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를 제약한다.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제약되는 건 많지만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그 제약들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왜 우리는 제약되어야 하는지. 남녀평등을 하자는 게 아니라. 개념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한다. 확장할 수 있는 범위가 많다. 내 삶이 개인의 삶과 가족으로만 한정됐다면, 삶에서 타격을 받았을 때 그거 자체로 인해서 내 삶의 영역이 무너져 버린다. 하지만 타자의 개념까지 내 영역을 넓히면 내가 살 수 있는 삶도 달라진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게 된 거다. 다른 사람, 다른 영역까지 내 삶에 포함시켜 더 큰 타인과 연대를 맺으면 폭격이 터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건 사회가 될 수도 있고 종교, 예술이 될 수도 있다.
독자: 세 분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섹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민규동: 글이 섹시한 사람이 나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미모는 금방 변한다. 비교 대상이 많으니까. 그러나 글은 순식간에 삶을 휘어잡는 힘이 있고 변하지 않는다.
이서희: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나는 굉장히 촌스러웠다. 그런데 누군가 내게 ‘관능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대개 여자들은 어느 순간 거울을 바라봤을 때 스스로가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그 순간 놓치지 말고. 제대로 즐길 줄 알고 누리는 것, 그런 느낌을 전달하는 것도 섹시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섹시하다.
김두식: 자기 욕망이 뭔지 잘 모를 때, 10년 후 자신이 암에 걸려서 지난 인생을 돌아볼 때 후회할 일이 뭔가를 떠올려보면, 자기가 누군지 분명하게 답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맑은 사람이다. 술수를 부리지 않고, 앵무새처럼 남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목소리가 있는 사람이 좋다.
독자: 사실 이서희 작가가 이런 에세이가 아니라, 상처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소설을 쓸 거라고생각했다. 에세이로 출발했지만 후에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쪽으로 발전할 계획은 없나?
이서희: 원래 하고자 했던 장르는 소설이었다. 페이스북에 처음 올린 글도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허무는 글이었다. 글은 일단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재미를 자극하는 글은 관음을 자극하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관음의 장르니까. 처음 글을 쓸 때는 ‘이게 일기야? 뭐야?’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를 두려고 했다. 책을 낼 때 주변 분들로부터 한국 소설 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형 작가가 아니면 차라리 에세이로 가는 게 나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관능적인 삶』은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고. 냈던 책이다. 소설과 에세이를 애매하게 가는 글을 생각 중이다.
김두식: 이렇게 준비 없이 진행을 본 건 처음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흐름이 있는 질문들이 쏟아져 다행스럽다. 훌륭한 청중들과 함께한 자리여서 좋았다.
이서희: 북 토크에 와준 분들이 모두 나에겐 감동이다. 민규동 감독님은 내가 아무것도 해드린 것도 없는데, 언제나 믿고 해보라고 응원을 해주셨다. 감독님 이름이 ‘동쪽 별’이다. 나에겐 행운의 별이다. 김두식 교수님과는 폐친이다.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뜬금없이 사회를 요청 드렸다. 워낙 교수님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 루머가 많더라. 품성이 매우 훌륭하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있었다. 용기를 가지고 부탁을 드릴 수 있었는데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관련 기사]
<이서희> 저11,700원(10% + 5%)
내가 애타듯 당신도 그러하기를 지상의 은밀한 밤, 그 매혹과 관능의 연대기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내면의 관능을 세밀하게 서술한 『관능적인 삶』은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가장 지적인 에로티시즘을 경험케 한다. 『관능적인 삶』은 작가 이서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써내려간 숱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