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곡을 만들 때는 친절하지 않지만...”

12월 향긋한 북살롱 『요조,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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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 살포시 내려앉은 지난 12월 2일, 요조와 기타, 요조라는 언어와 노래가 앙상블을 이뤘다. 서울 홍대 부근의 상상마당에서 열린 향긋한 북살롱, 『요조, 기타 등등』을 만나기 위해 독자들이 초대됐다.



요조가 강림했다. 그녀 앞에 지겹도록 나붙는 ‘홍대 여신(女神)’ 따위의 수식은 버리자. 되레 그녀의 뒤에 뭔가가 붙었다. 『요조, 기타 등등』. 글도 있고, 악보도 있다. 요조의 노래도 있으며, 타인의 노래도 있다. 뭣보다 기타. 여신보다 더 어울리는 요조를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닐까. 몇 년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기타를 든 뮤지션이 ‘대세’로 다시 떠올랐다. 그 이름들, 일일이 호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터이지만, 그 누구도 요조의 아우라를 넘어서지 못했다. 최소한 내겐 그렇다. ‘요조, 기타 등등’은 그래서 요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무엇일지도 모른다.

노래가 흘렀고, 책이 세상 밖으로 흘러나왔다. 요조의 목소리는 작고 조곤조곤했다.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목소리. 놀라운 것은 글이 곧 요조요, 노래가 곧 요조였다. 세상엔 수많은 저자들이 있지만, 글이 곧 그 사람이고, 노래가 곧 그 사람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 드문 사람이 겨울밤을 밝혔다. 대체 불가능한 뮤지션이자 작가로서의 요조.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작아서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행사의 마무리로 그녀가 불러준 바로 그 노래. 한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함께 하고픈 그런 노래.
우리는 이제 오늘부터 아침에 제일 먼저 보는 사람/ 자기 전에 절박하게 찾게 되는 사람/ 우리는 이제 오늘부터 영원을 얘기하는 사람/ 갑자기 비가 내려도 필요한 우산은 하나/ 우리는 이제 그런 사람/ 우리는 이제 오늘부터 서로를 가장 행복하게/ 가끔은 가장 불행하게도 만드는 사람/ 우리는 이제 오늘부터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늘 함께 이겨내든지 늘 함께 질 거라오/ 우리는 이제 그런 사람 _「그런 사람」 중에서



이번에 이상한 책 하나 내셨어요. 소개 좀 해주세요.

악보집이고요. 제가 이야길 많이 했어요. 에세이라고 부를 수 있기도 하고...

앨범을 내는 것과 책 내는 것은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어땠어요?

음악은 내가 만들지만 앨범을 완성해가기까지 동료들이 있어요. 녹음도 해야 하고. 그런데 책은 음반보다 훨씬 더 혼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컸던 것 같아요.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고. 혼자 감당해야 했던 것이 힘들었고, 호칭이 달라져요. 사인회에 가서도 적응이 안 되는 거예요. 어쩔 줄 모르겠어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와중이고(웃음).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서 감각적인 글을 많이 쓰잖아요. 팬들도 책을 낼 거라고 많이 기대했을 것 같아요. 이번이 공식적인 첫 책인데, 어떻게 쓰게 됐나요?

기고한 것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쓰긴 했었어요. 글을 쓰면서도 어떤 책을 내야할지 방향이 분명하지 않아서, 언제 어떤 책이 될지 궁금했어요. 마침, 출판사에서 악보집 제안이 왔는데, 기왕 낼 거면 독자들이 곡이 어떻게 나왔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글을 많이 넣어서 만들면 (책이) 재밌겠다 싶었어요.

책이 좀 특이해요. 에세이이자 악보집이면서 이야기가 있는 기타악보집이기도 하고, 기타악보가 있는 에세이이기도 한데, 글을 쓰면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나요?

곡을 만들 때는 너무 친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요. 듣는 사람에게 100% 알려주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니까, 경계하고픈 마음이 큰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배반하는 부분이었어요. 그걸 교묘하게 피해가야 하는 일이 힘들었어요. 전체를 알려주지 않으면서 나의 생각이나 상태가 어땠는지 적정수준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요조가 생각하는 기타, 기억하는 기타는 어떤 것인가요?

10대까지만 해도 기타는 악기라기보다 가구에 가까운 것이었어요. 먼지가 하얗게 앉아있는. 그럼에도 기타를 좋아했던 이유가 기타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멋스러움이랄까요. 누군가 잡으면 멋있어 보이고,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누가 안 잡아도 기타가 없는 방과 있는 방은 차이가 나요. 그런 것들 때문에 호감을 갖고 있긴 했는데, 본격적으로 기타를 잡고 친해보자는 마음을 먹은 건 오래지 않아요. 굉장히 오랜 시간 가까이 있었음에도 이제야 친해져가고 있어요.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존재가 기타에요. 기타를 본격적으로 친 것은 스물여덟부터에요.
“뭐랄까, 악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가구에 가까웠다. 집안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작은 가구.… 아무튼 나에게 기타는 언제나 가구였다. 언젠가부터 아빠보다 엄마가 더 연주하게 된 작은 가구.”(pp.14~15)
어떻게 기타 연습을 하게 됐어요?

스무 살부터 음악을 했고, 보컬로서만 활동했어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앨범을 냈는데, 프로듀서가 다음 앨범은 제가 만들어서 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만들어, 했는데, 그날 밤 집에 와서 기타 코드를 잡아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기타를 안고 스트로크를 한 번 하는 데 용기가 좀 필요했다. 내가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내 첫 앨범의 프로듀서였던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민홍 오빠 덕분이었다. 다음 앨범부터는 스스로 만들어보라고, 할 수 있다고, 밑도 끝도 없도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 밤 집에 와서 엄마에게 C코드 어떻게 치는 거냐고 물었다. 그게 시작이었다.”(p.17)
가사가 재밌고 좋은 게 많아요.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요조씨가 노래를 부르면 달라져요. 가사는 어떻게 쓰고 영감은 어떻게 얻어요?

가사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책, 영화, 음악 등에서 뽑아내는데요. 일상에 대해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이에요.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 때가 있잖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허투루 보내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어요. 소중한 하루를 자다니, 이러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노래가 있다면?

어떤 노래든 조금씩 그런 게 있지만, 「나영이」 라는 노래가 있어요. 연희동 살 때 길고양이를 만났어요. 그때 주업은 뮤지션, 부업은 길고양이 키운다고 했었는데, 그때 만난 고양이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제목이 왜 나영이가 됐느냐면, 친구 중 한 명이 여행을 가면서 화분을 맡겼는데, 죽었어요. 화분 이름이 나영이였어요. (화분이 죽은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노래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친구에게 말했어요.
집을 나와 마을버스 타러 걸어가던 연희동 골목길/ 먹을 것을 뒤적거리던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네/ 내가 뭐라도 좀 가져다줄까/ 추운데 잘 곳은 있는지/ 그저 앞발만 꾹꾹 꼬리를 한번 흔들/ 조심스레 고양이 내게 말하네/ 배고픈 것은 괜찮아/ 아무리 추워도 따뜻한 자동차 밑이라면 얼마든지 있는 걸/ 그보다 난 말야/ 아무라도 누군가 나를 불러주면 좋겠어/ 단 하나뿐인 이름으로 _「나영이」 중에서



옥상달빛과 요조, 서로의 히로인

추천사를 써 준 옥상달빛이 등장했다. 요조에 대해 물었다. “조용하고 엉뚱하게 웃기는 사람”이라고 말한 옥상달빛은 책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언니의 진지한 대화들과 개그 코드를 찾아보는 재미가 단언컨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인터뷰하면서 친한 동료 뮤지션이 누구내고 물어올 때마다 없어요, 하고 머리를 긁적이곤 했다. 지금은 있다. 나만의 히어로, 아니 히로인 둘. 옥상달빛.”(p.211)
요조랑 어떻게 친한가요? 어떤 뮤지션이고 어떤 여자인가요?

옥상달빛 : 개인적으로 술을 함께 먹기도 하고 밥도 먹고요. 얼마 전엔 여행도 함께 다녀왔어요. 글을 굉장히 열심히 쓰더라고요(웃음). 그냥 평범한 사람은 아니에요. 맥주를 굉장히 좋아하고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잘 해요. 요조 언니는 친해지기 전 멀리서 봤을 때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도 그래요. 깨는 게 없어요.

옥상달빛이 20대 위로의 아이콘 같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해요?

요조 : 모르는 사이였을 때는 옥상달빛의 노래가 무척 착했어요. 알고 나서 왜 이렇게 착한 음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겉으로는 마음씨 좋은 언니처럼 속없이 웃고 하는데도, 착하고 여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친해져서 알게 됐어요. 음반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함께 작업하고 노래도 함께 부르기도 했어요. 노래가 무척 착하고,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스터 작업 중인 노래를 다 듣고 그런 이야길 건넸어요.

요조 앨범이 5년 만에 나왔는데, 이전과 굉장히 많이 달라진 새로운 음악 어땠어요?

옥상달빛 : 홍대에 여신이 너무 많잖아요. 여신의 대표가 요조여서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요(웃음). 언니가 우리 회사에 오고 노래를 들었는데, 많이 달라져서 무척 좋았어요. 사랑스러운 것도 여전히 있고, 조곤조곤 할 말 다하는 게 멋있었어요. 예전도 좋았지만, 지금이 훨씬 좋아요. 「Mr. Smith」 라는 노랠 듣고서 이 사람 비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조 언니가 가사가 잘 쓰는 줄 알고 있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요조의 재발견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척 좋습니다.

「Mr. Smith」 는 영어로 된 가사인데요, 왜 영어로 썼어요?

요조 : 노래를 만들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 이야기에 적합한 언어가 있는데, 가능하면 여러 나라 말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Mr. Smith」 는 한국말보다 다른 나라 언어로 하고 싶었고, 안 되는 영어로 했어요(웃음).

옥상달빛과 요조는 아이티 봉사활동을 함께 다녀왔는데, 어땠나요?

옥상달빛 : 아름다우면서 슬펐어요. 작년에 아프리카 갔었을 때는 아이들이 순수해서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였는데, 아이티는 아이들이 너무 적극적인 거예요. 돈 달라고, 배고프다고.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을 내밀었고, 그래서 아이들도 자기들이 손을 내밀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나 봐요.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요조 : 아이티, 무척 아름다운 반면에 끝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장이었는데, 쓸 만한 물건을 줍기 위해 뒤지는 모습이 너무 슬펐어요.

홍대 어디서 놀아요? 자주 가는 맛집과 데이트 코스 추천해주세요.

옥상달빛 : 클럽빵이라는 곳이 있는데, 커피랩이라는 곳에서 작업을 많이 하고요. 삼겹살을 좋아해서 명품축산이라는 삼겹살집을 종종 가요. 요조 언니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커피랩이에요. 술은 우리 회사에서 먹는 사람이 몇 명 안 돼요.

요조 : 저는 집에서 술을 주로 먹는데, 홍대 주변에선 사무실 근처에 술도 파는 카페가 있어요. 사람들과 헤어지기 아쉬울 때 거기 가서 먹어요.

옥상달빛 노래 중 책에 수록된 「안부」(p.210)가 흘러나왔다.



내 눈에 가득 찬 그리움이 바람에 날아와 네 머리카락에 스며들길/ 조용한 이 마을을 돌고 돌아 네 볼에 입 맞추길/ 유난히 밝았던 오늘의 달빛이 창가에 오래 머물길/ 유난히 많았던 오늘의 볓빛이 네 창가에 머물길/ 아, 그리워 _「안부」 중에서
겨울, 어떻게 나요?

방법이 따로 없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데, 겨울에는 주로 안 나가려고 해요. 크리스마스엔 스케줄이 있으면 거기 가도, 스케줄 없으면 어딜 가야할지 몰라서. 올해는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추운데도 바깥에서 많이 걷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핫팩을 넣고 많이 걷고 있어요. 주전부리도 챙겨서. 찬바람 맞으면서 걷는 것도 기분 좋더라고요. 겨울산책도 괜찮지 않을까요? 핫팩이 의외로 괜찮던데요(웃음).

독자와 직접 만나니 어떻던가요? 음악회와 다를 것 같은데.

굉장히 달라요. 앨범 사인회를 해도 사진 함께 찍는 걸 허락하지 않았거든요. 왜냐면 사진을 같이 찍어주면 에너지가 나가니까 공연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고. 안아달라면 안아주고 별걸 다해도 사진을 함께 찍는 건 안했는데, 책 사인회를 하면서 그걸 허락했어요. 나의 영혼을 나누는 거죠. 누군가에겐 아무 것도 아니지만, 저에겐 큰 결단이었어요. 그만큼 고마웠어요.

음악보다 글을 먼저 접했는데, 위안이 됐어요. 기억에 남거나 위안에 남는 책이 있다면요?

힘들었을 때 위안이 됐던 책이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힘을 얻었어요.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도 힘든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위안이 됐고요.

홈페이지에 요즘 글을 안 쓰더라고요. 페이스북의 글은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책을 의식하게 되면서 홈페이지에는 글을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누군가가 미리 읽을 수도 있고, 아껴두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인터넷을 잘 안 해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잘 안 들어가요. 얼마 전 누군가 홈페이지 글에 위안을 받았다는 메일을 보내면서 홈페이지에 글을 써달라는데 쓰고 싶은 글도 있고, 적으려고 하다가도 인터넷이 안 되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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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기타 등등 요조 저 | 중앙북스(books)
홍대 인디 뮤직의 아이콘 요조가 작가로서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첫 책’ 《요조, 기타 등등》은 노래를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 노래들을 연주할 수 있는 기타악보가 이어지는, 꽤 특별하고 흥미로운 에세이집이다. [요조, 기타 등등]의 큰 줄기는 제목 그대로 요조(Yozoh), 기타(Guitar), 등등(etc.). 요조가 직접 선곡한 30개의 노래를 따라가며 기타 치고 노래하는 그녀의 일상과 사랑, 추억, 작사작곡 뒷이야기, 그 외의 기타 등등한 사연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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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요조, 기타 등등

<요조> 저13,320원(10% + 5%)

노래와 함께 조곤조곤 흐르는 요조의 이야기 그리고 이 계절을 함께할 30개의 기타악보들 홍대 인디 뮤직의 아이콘 요조가 작가로서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첫 책’ [요조, 기타 등등]은 노래를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 노래들을 연주할 수 있는 기타악보가 이어지는, 꽤 특별하고 흥미로운 에세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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