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미식 예찬』의 저자 브리야 사바랭은 말했다. 어떻게 음식만으로 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사바랭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순한 음식, 그것이 사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것은 빛깔과 냄새와 맛과 영양이 전부가 아니다. 그곳에는 언제나 사람에 대한 기억이 있다. 만든 이와 향유하는 이의 손길, 눈길, 그리고 그때의 마음까지도 음식은 담아내고 있다.
『뜨거운 위로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는 바로 그 음식에 대한 것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는 위로와 격려를, 설렘과 기대로 한껏 들뜬 순간에는 축하와 응원을 전해주는 음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의 저자인 위서현 아나운서는 그 안에 자신의 지난 시간과 소중한 사람들, 그 모두가 쌓여 만들어진 이야기들을 녹여냈다. 엄마표 미역국을 떠올리면서 ‘탄생으로 가려지고 삼켜진’ 엄마의 눈물에 대해 깨닫는가 하면, 홍차를 우려내며 ‘기다림을 알고 정확한 때를 아는’ 사람에 대해 자문해 보기도 한다. 그녀의 시선이 닿으면 평범한 음식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춰 보인다. 투박한 브라우니는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는 삶에 대해, 두부는 단단하지만 부드럽게 이지러지는 유연함에 대해 속삭이는 것이다.
힘들 때 먹는 음식은 엄마가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
『뜨거운 위로 한 그릇』에는 위서현 아나운서의 삶에서 음식이 함께했던 순간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녀가 발견한 인생의 진실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보석처럼 박혀있다. 입 안에 침이 고이도록 맛깔나게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이다.
삶은 우리가 어찌하지 못하는 속도와 흐름을 가지고 있기에, 궁금해 한다고 미리 답을 알려주는 법도 없고, 늘 더 나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법도 없다. 그러니 심각해질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늘 있던 자리에서, 늘 하던 대로, 혹은 그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머무를 수밖에 우리에겐 뾰족한 수가 없다. 누가 사갈지도 모를 케이크를 만들어놓은 채 늦은 저녁까지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케이크 가게 주인처럼, 그냥 그렇게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거다. (p. 134)
음식을 소재로 마음과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처음부터 음식 얘기를 쓰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마음에 대해서 쓰고 싶었는데, 무엇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야 독자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읽을까 고민했어요. 일단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먹는 거고요(웃음). 그래서 음식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저도 즐거울 것 같았어요. 제가 즐겁게 써야 읽는 분들도 쉽고 즐겁게 읽으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음식으로 사람 마음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라고 결정했죠. 『뜨거운 위로 한 그릇』을 쓰는 동안 제가 즐거웠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에게 음식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은데요.
음식과 함께 음악, 문학, 그림도 좋아하는데요. 음악은 그걸 들음으로써 마음으로 들어오는 거고, 그림이나 글은 읽어서 들어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음식은 몸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거거든요. 관념적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실제적이고 감각적으로 들어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음식처럼 직접적으로 위로해 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만나면서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혼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엄마가 안아주듯 위로해주는 건 음식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접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보면 관능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죠.
같은 음식도 만드는 사람의 레시피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되기도 하잖아요. 작가님만의 비법 레시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날의 특별한 레시피를 하나 꼽자면, 저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것 같은 애플파이를 만들어서 주변 분들에게 선물하곤 해요. 계피랑 흑설탕을 넣고 조린 사과를 단단한 파이에 듬뿍 얹어서 만들어요. 그 과정도 즐겁지만 선물을 드릴 때마다 오히려 제가 특별한 즐거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특별하면서도 정겨운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이 드나 봐요. 그래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한테 자주 애플파이를 구워서 선물해요.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셨어요. 공부를 결심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인연이나 운명을 믿는 사람인데요. 상담심리학도 그 시기에 제가 배웠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연세대학교 상담대학원에서 1년 동안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으니까, 1년 정도만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제가 질문이 끊이질 않으니까 교수님께서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시더라고요. 아마 머리로 생각했다면 시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원 공부를 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이미 입학시험을 보고 개강하는 날 강의실에 앉아 있더라고요(웃음). ‘이렇게 운명처럼 끌려가는 게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계획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어요. 계속 교사가 되려고 준비하다가 대학교 4학년 때 홀린 듯이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게 됐거든요. 사람마다 다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무언가가 나를 끌어당길 때 그걸 너무 강력하게 거부만 하지 않으면, 결국엔 다 자기다운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나를 바꿔야 한다면 그 일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
아나운서라는 조직이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는 곳인데요. 특히 여자들에게는 많은 제약과 요구들이 존재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아나운서에게 제약 조건이 많다고 해서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저한테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맞춤처럼 딱 맞았어요. 아나운서국이 굉장히 정신적이고 강해야 살아남는 조직인 건 확실해요. 자기 소신을 지키지 않으면 버텨내기가 쉽지 않죠. 자신을 충분히 믿어주면서 오만하지 않은, 그런 자신감도 꼭 필요해요. 카메라 한 대가 사람 만 명의 기(기운)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거든요. 뉴스를 진행할 때도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하면, 겁먹은 채로 진행한다는 느낌이 시청자에게도 전해져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시청자들한테도 금세 주눅이 드는 거죠. 그리고 칭찬보다도 지적을 많이 받는 직업이고, 다른 아나운서와 비교하는 이야기도 많이 듣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중심을 지키고 자기 진심을 믿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역할을 받을 수 있겠죠. 그런 확신이 있지 않으면 정말 버텨내기 힘든 것 같아요. 경쟁도 계속 되고, 거기에서 밀리면 ‘내가 뭐가 부족하지’하고 자괴감도 많이 들죠. 그렇지만 어떤 프로그램에 투입되면 항상 빛나는 모습으로 자신감 있게 해야 하잖아요. 신입사원 때는 항상 그것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나를 바꿔야 한다면 내가 이 직업에 안 어울리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버텼어요. 제 동기들 중에 노현정 아나운서, 김보민 아나운서처럼 쟁쟁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 신입사원 때는 쉽게 제 자리가 생기지는 않았어요. 바로 돋보이지 않으면 PD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데서도 꾸준히 즐겁게 일하고 있으면, 언젠가 자기한테 정말 잘 맞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조금도 부족하지 않게 다 펼쳐낼 수 있도록 계속 쌓고 있어야 되죠.
그런 부분들이 상담심리학 공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나요?
아나운서 생활 때문에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건 아닌데요. 상담 심리학을 공부한 것이 큰 힘이 된 건 사실이에요. 페이스를 지키는 중심도 많이 갖게 됐고요. 제일 도움 받은 건 아나운서가 ‘조명을 받는 빛나는 자리’라는 생각을 완전히 깨게 됐어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계속 내담자를 만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의 마음에 조명을 비추고 내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질수록, 그때 얻게 되는 희열은 정말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빛나는 무대에 섰을 때의 희열하고는 비교가 안 돼요. 그러다 보니까 아나운서인 나를 완전히 지우고 인터뷰이나 청취자들의 마음에 계속 초점을 맞추게 됐고요. 그런 것에 기뻐하는 라디오 청취자들도 많이 생겼어요. 인터뷰이들에게도 ‘제 인생의 바라보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보게 됐고, 너무 의미 있게 돌아갑니다’라는 얘기를 듣게 됐고요. 그렇다 보니까 아나운서 역할이 내가 나서서 빛나는 자리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누군가를 소개하고 연결해 주는 역할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갖고 계셨던 생각들도 달라졌나요?
저는 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수동적인 입장이었거든요. 워낙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이 심해서 먼저 다가가거나 ‘저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어요. 제가 아나운서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정말 놀랐었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너무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상담을 하면서 만난 내담자들은 자기의 깊은 상처를 치유 받고자 용기를 내서 저를 찾아와 준 거잖아요.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에서는 저를 완전히 열어 놓고, 상대방이 자기 인생을 치유하는 도구로 쓰이게 내놔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의 자기 노출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자기를 알맞은 시점에서,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노출을 할 경우에 내담자가 큰 용기를 얻는다고 해요. 그래서 저 자신을 열어 놓는 것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일상에서 만났다면 가볍게 인사하고 스쳐갔을 사람들도 나를 얼마나 열어 놓느냐에 따라서 깊은 인연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운명과 인연의 폭도 확실히 넓어진 것 같고요. 운명을 거스르거나 인연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 폭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넓힐 수는 있는 거죠.
책을 쓰면서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나 치유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물어보게 되는 거예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특별한 맛이 나오는지 여쭤보게 되고,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지내온 인생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요. 음식 하나에도 그 사람의 긴 인생이 같이 따라 들어오는 거예요.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또 다른 인연이 생기는 거죠. 어떻게 보면 스쳐 지나갈 법한 사람이었는데 인연이 되고, 그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데미안』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책
2010년에 에세이 『만남의 힘』을 출간하셨고, 『어떤 날』에는 공동저자로 글을 쓰기도 하셨어요. 오래 전부터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셨나요?
제가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작가에 대해서 너무나 드높게 기준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책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부정적이었거든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거랑 책을 내는 건 너무 다른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니까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계속 글을 썼는데, 그러면서 책을 내자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신변잡기나 가벼운 생각을 내용으로 책으로 내는 건 오히려 책 시장을 오염시키는 것 같아서(웃음) 계속 안 쓰고 있었죠.
그런데 입사 3년차쯤에 『88만원 세대』를 읽고 나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겨서 『만남의 힘』을 쓰게 됐죠. 『88만원 세대』의 이야기에는 공감하지만 대안은 특별히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노하우 혹은 삶의 비법을 들려주기로 한 거예요.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거죠. 그 분들은 인생에 대해서 너무 재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공을 거두셨더라고요. 그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떤 날』은 출판사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저 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여행 얘기를 마음껏 풀어내면 좋겠다고 하셔서요. 같은 주제에 대해서 다양하게 얘기가 펼쳐지는 걸 보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내가 좋아하는 김소연 시인이나 뮤지션 요조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궁금해 하면서 출간을 기다리곤 했죠. 『어떤 날』에 참여하는 동안 너무 즐거웠고, 생활에 많은 활력을 얻었어요.
『뜨거운 위로 한 그릇』에 실린 음식 이야기처럼 잊을 수 없는 ‘책과의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로가 필요할 때 만난 책도 있을 테고, 용기를 내게 해 준 책도 있을 테고요.
저는 철학서나 사상서를 좋아하는데요. 칼 융이나 칼 융을 공부한 로버트 존슨의 책들을 혼자 카페에서 읽곤 해요. 그럴 때면 그 작가와 사람과 마주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제 문제에 대한 답들을 발견하고요. 근래에는 로버트 존슨의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를 읽으면서 깊은 치유를 받았어요. 내 안에 가장 어둡고 외면하고 싶고 덮어놓고 싶은 부분, 그 그림자가 사실은 가장 큰 창조의 영감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직면하면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독창성을 가질 수 있는 있다는 거죠. 그게 결국 칼 융에서 나온 이론인데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이 힘을 얻었어요.
곁에 두고 거듭 찾게 되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기적으로 읽는 건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에요. 특히 『데미안』은 정말 시시각각,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것 같아요. 아무 때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싱클레어의 말이 저에게 어떤 지표가 되어줄 때가 있거든요. 헤세의 힘은 정말 자기 내면에 집중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 가치가 옳다, 저렇게 해야 한다’하면서 나를 흔드는 많은 요소들이 있잖아요. 『데미안』 같은 책은 항상 들고 다니다가 갑자기 읽어도 ‘그래, 어찌 되었건 모든 일의 책임은 결국 내가 져야 되고, 내 안의 빛이 말해주는 길을 따라야 나중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돼요. 그렇게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게 저에게는 『데미안』인 것 같아요.
『뜨거운 위로 한 그릇』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마도 그것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님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상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모두가 각자 자기 위치에서 힘든 거예요. 그런데 그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거죠. 저도 그런 시간을 보냈거든요. 너무 어두운 터널 같은 힘든 시간을 거쳤었는데, 그걸 누구한테도 해결 받을 수 없고 도움 받을 수 없더라고요. 모두가 그렇게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어디에서 치유를 받고 스스로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썼어요. 결국은 자기가 책임져야 할 자기 인생이잖아요. 물론 운명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어차피 자기가 해결해야 되는 일들이 있어요. 일상에서 자기를 돌보고, 자기의 경험의 폭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세계를 끊임없이 조금씩 넓혀가는 것, 그런 건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없는 거죠.
그 이야기를 저는 음식으로 풀어냈지만, 누구에게는 그것이 요리가 될 수도 있고 집안일이나 커피를 만드는 일, 혹은 음악을 듣는 게 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자기 감각을 가장 예민하게 깨울 수 있고 건드릴 수 있고 열어낼 수 있는 도구를 하나씩은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힘들고 외롭고 우울한데 아무에게도 도움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는 것 같아요. 누가 도움의 손길을 줘도 그 손길을 붙잡을 힘도 없는 날이 오거든요. 그럴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마음을 한껏 열어놓을 수 있는 장치들을 지니고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힘든 날에는 그것이 반드시 힘이 되거든요. 무의식중에 찾아와서 자기를 붙잡아주는 무형의 존재가 되어 줘요. 힘들지 않은 날에는 삶을 즐겁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즐거운 소재가 되고요. 그러니까 누구나 그런 도구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위서현 아나운서에게 음식이란 우리의 감각을 황홀하게 하면서도 삶에 질문을 갖게 하는 존재였다. 거기에 더하여 그녀는 『뜨거운 위로 한 그릇』을 통해 ‘음식이 우리 삶을 위로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바람은 단순하고도 분명했다. 『뜨거운 위로 한 그릇』에서 위로 받고,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서 한 가지의 질문이라도 지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뜨거운 위로 한 그릇위서현 저 | 이봄 매일 아침 7시 클래식 FM을 통해 우리의 아침을 깨워주던 KBS 아나운서 위서현의 첫 번째 에세이이다. 음식을 좋아하고, 심리상담학을 전공한 저자가 음식을 매개로 일상에서 만난 깨달음, 음식이 주는 따뜻한 위로,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방법,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치유를 말한다. 사람에게 지치고, 세상살이에 고단해질 때면 그 어떤 말보다 한 그릇의 음식이 진하고 깊게 마음을 치유해줄 때가 있다. 여행에서, 혹은 일상 속에서 만난 음식과 음식이 이어준 인연들을 통해 지친 삶이 어떻게 위로받고, 치유되며,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이화여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연세대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을 전공했다. KBS 아나운서로 15년간 일하다가, 마음을 다루는 일에 매료되어 심리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 객원교수이자 전문상담가로, 주로 그림책을 통한 표현예술치료와 심리상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클래식 FM의 ‘노래의 날개 위에’를 진행했고 매일 아침 7시에 ‘출발 FM과 함께’, 1Radio의 ‘책 읽는 밤’ dmf..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왔던 김겨울 작가가 시인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본래 시인일지도 모르겠다. 김겨울 시인은 우화라는 이야기의 형태를 빌려, 담대하게 불가해한 인생의 의미와 슬픔이 가져다주는 힘을 노래한다. 다 읽고 나면, 이 시인의 노래를 가만히 서서 듣고 싶어질 것이다.
무기력. 전 세계를 뒤덮은 감정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3년이 결정적이었다. 매킨지 조사로는 세계 직장인 42%가 무기력한데 한국은 51퍼센트로 높은 편이었다. 희망은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가 무기력을 극복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궁금한 건 뭐든지 파헤치는 '왜왜왜 동아리' 제대로 사고쳤다?! 반려견 실종 사건을 파헤치던 동아리 아이들, 어른들이 이익을 위해 선택한 일들이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후 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세상을 바꿔나가는 개성 넘치고 활기찬 아이들의 반짝이는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