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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과 김치 중 더 오래된 음식은?

『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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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식탁 위의 한국사》는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들려준다. 메뉴로 오른 음식이 시대에 따라 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탄생과 기원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변동이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거시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상 속 음식에 얽힌 변화상과 역사성을 통찰한다.



한국의 대표 음식이 가득한 한 장의 슬라이드가 눈앞에 있다. 바지락 칼국수, 신당동떡볶이, 잡채, 김치, 평양냉면이 먹음직스럽다. 주영하 교수가 독자들에게 물었다.

“어떤 음식이 가장 오래되었을까요?”

정답은 맞춘 독자는 많지 않았다. 정답은 평양냉면이다. 한국음식에 관한 사회?문화적 지식이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TV만 틀면 맛집, 요리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먹방’(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음식과 큰 관련 없어 보이지만 20여 년 전 처음으로 ‘김치’와 관련한 책을 냈다. 전국의 230여 군데 5일장을 순회했다. 그는 음식을 식품이 아닌 인문학, 역사학의 맥락에서 연구해왔다. 최근 주 교수는 신간 『식탁 위의 한국사』 를 통해 장국밥부터 치맥(치킨과 맥주)까지 약 34개의 메뉴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9월의 마지막 밤, 한겨레 신문사에서 독자들을 만난 주영하 교수에게 2시간의 강연 시간은 책의 뼈대와 몇 가지의 예시를 겨우 설명할 정도로 짧았다. 흔히 많은 이들이 그의 책을 제목만 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음식 서적이라 생각한다. 명백한 오해다. 『식탁 위의 한국사』 는 오랜 세월 구축된 각종 고문서와 방대한 신문자료 등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하나의 건축물에 가깝다.

주영하 교수는 음식의 역사는 훈련받지 않아도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은 있다. 음식을 바라보는 생각의 방식을 키워야 한다. 그가 말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역사적 조리법 전개과정과 조리서에 대한 서지학적 검토를 통해 조리법을 검토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이 때, 명칭에 현혹되면 안 되는데 그것은 시대마다 음식이 다른 이름을 가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책은 필사본이 많아 가필이나 오타, 개정의 여지가 많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식료(재료)의 구성을 살펴야 한다. 김치를 담그는 배추도 김치마다 품종을 달리한다. 문헌상의 명칭도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정식인지 음식점에 특화된 음식인지 구분해야 한다. 대표적인 음식의 예가 비빔밥이다. 집에서 먹는 비빔밥과 식당에서 파는 비빔밥은 다르다. 밥 위에 미리 고명을 올려만 놓지 비벼놓으면 팔 수가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가 쏟아내는 한국음식의 문화사는, 격랑의 한국 근대사를 깊숙이 품고 있었다. 주영하 교수가 말하는 ‘식탁 위의 한국사’는 크게 다섯 개의 시대로 나뉜다. 시대를 나누는 기준은 특정음식을 다수가 즐겨먹게 된 시기, 식당의 메뉴로 자리 잡은 시기, 국가, 지역 사회의 사회문화적 변동이다.

다음은 강의 내용을 주 교수의 언어로 요약한 것이다.




1. 1880-1900년대

1876년 조선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강화도 조약이 계기가 되었다. 난생처음 외국인들이 들어와 제물포 주변에 살기 시작했다. 그 때 초기 미, 프 대사들은 통조림이나, 중국, 일본 음식을 먹었다. 자연스레 손탁호텔이나 일본식두부공장이 등장했다. 임오군란 이후, 일본인들이 다시 들어와 명동, 필동 일대에 거주했다. 초기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80퍼센트 이상이 남자였다. 그들을 위한 식당들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2. 1920-40년대

식민지시대를 한 범주로 보면 안 된다. 당시 통계자료 역시 일본인들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당시는 패배주의가 팽배하고 문화주의에 포섭된 시기였다. 경성 단성사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낙원사에서 증류식 소주, 막걸리, 갈비구이를 한 대 먹고 가는 모던보이를 상상해보라. 국밥집이 전문화되고 외국음식이 유입되는 등 도시에서 근대적 외식업이 정착했다. 1880년대 말부터 일본요리옥이 서울에 개업했고, 1990년 전후 조선요리옥이 탄생했다.

국밥, 비빔밥은 제일 먼저 외식업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많은 양을 빠르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일품요리이기 때문이다.


3. 1950-60년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대다수의 국민이 이동을 경험하는 시기다. 최악의 기근상태로 폭식이 보편적인 욕구가 되고 ‘밥심’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대유행을 한다. 이 흐름 속에 부산의 밀면이 탄생했다. 또한 설탕, 인스턴트 라면, 각종 공장제 조미료, 양조간장과 화학조미료가 일반화되었다.


4. 1960-80년대

이농(離農)과 도시화가 본격화 되는 때이다.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이 함께 거주지를 형성하면서 고향 음식점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함경도 부자들은 대개 필동 부근에 모여 살았다. 을지로, 필동 일대에 면옥집이 생겨나게 된 이유다.

1970년대 후반 전국적인 교통망이 구축되면서 ‘관광음식’이 등장하는데 흑산도 홍어, 마산 아구찜, 육회 비빔밥 등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5. 1990년대

도시화가 완성되고 세계화 시대에 진입되는 이 시기에는 ‘한국인에게는 한국음식이 가장 좋다’는 자문화중심주의가 자리잡는다. 한국 음식이 각종 프랜차이즈화되기도 한다. KFC와 다를 바가 없다. 서울에 사는 내가 먹는 감자탕과 목포에 사는 아버지, 부산에 사는 삼촌이 먹는 감자탕의 맛이 다 같은 것이다.

문화적 혼종이 만들어낸 결과가 우리 앞에 있다. 균질화 역시 조심해야한다. 어떤 음식의 오래된 조리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15세기 조리법대로 만든 음식을 대접받은 적이 있다. 한 상에 15만 원짜리였는데 맛이 없었다(웃음) 무조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균질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강한 어조로 주영하 교수가 독자들을 향해 묻는다.

“단군, 세종대왕이 먹어서 대단한 음식인가요? 지금 우리에게 의미있는 음식이어야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내면서 두려움이 있습니다. 혹시나 이 책에서 말하는 역사가 여러분에게 정답으로 이해되지 않을까. 방송국 작가들에게 종종 전화가 오는데 그들이 다짜고짜 묻습니다. ‘불고기를 언제부터 먹었나요?’(웃음) 저는 정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고요. 음식을 통해 사회를 설명하고 싶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착각하는 사실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작가는 말한다. ‘선택적인 식생활’은 직접 재료를 구해 요리를 해야했던 구석기 시대에나 가능한 것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는 음식은 문화적 현상이다. 작가는 음식을 먹는 것을 태어나서 말을 배우는 행위로 빗댄다.

“생물학적인 음식은 물질입니다. 그러나 문화적인 음식에는 한국사에 대한 생각이 있습니다.”




독자와 나눈 대화

평소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면?

항상 의심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긴데 왜 이런 글을 쓰냐는 얘기를 간혹 듣는다. 제일 무서운 분들이 80세 이상 된 노인 분들인데, 이 책을 연재 할 때는 그분들께서 용기를 많이 주셨다. “맞아. 6-70년대는 그랬지.”하시면서 그땐 그랬다. 자신감을 얻었다.

지식을 화려하게 소개하는 것 보단, 스스로 생각을 자꾸 하도록 해드리고 싶다. 물론 곧 잘 실패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 음식의 변화된 특성 중 좋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균질화된 맛, 특히 매운맛이 사회를 휩쓸고 있다는 부분은 안타깝다. 자극적인 매운 맛을 위해 재료에 저렴한 중국산 고춧가루, 칠리소스까지 섞으면 원재료의 신선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하나는 자문화중심주의다. 삼겹살을 어느 시대부터 먹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나, 일본에서 우리의 전통 음식인 삼겹살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이 주요 일간지에 실려도 반론이 없는 풍토가 안타깝다.

나는 90년대에 태어난 친구들에게 희망을 건다. 세계적인 요리학교에 한국인들이 많다. 그들이 우리의 요리기술에 대한 반성과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주영하 교수는 시종일관 ‘정답은 없음’을 강조한다. 독자 스스로 해석하고 발견할 것을 당부했다.

“먼저 어머니, 할머니를 통해 우리 집의 ‘食(식)’역사를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또 다른 역사를 서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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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냥 먹지 말고 생각하며 먹자 - 『식탁 위의 세계사』 이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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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 저 | 휴머니스트
이 책에서는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음식 메뉴들의 본래 모습과 진화 과정에 대해 설명하지만 그 진화 과정은 결코 음식 자체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특히 음식을 만든 사람이 발명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20세기를 한반도에서 살면서 경험한 세계와 관련이 있다. 어떤 음식에는 정치적 관계와 경제적 맥락이 깊이 개입되어 있으며, 우연히 발명된 음식에도 음식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이 내재되어 있다. 이런 면에서 음식의 역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20세기 한국 음식사의 시대구분이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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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엘프에디터

지금은 남의 목소리를 듣고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트위터 @tappingsth)

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 저26,100원(10% + 5%)

한국 근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식(韓食)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음식인문학자 주영하가 지난 100년 동안 우리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와 변화를 말한다. 식민지 시기를 통해 맞이한 근대, 급속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살펴보는 한반도의 20세기 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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