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짱뚱이 오진희 작가 “자연과 놀아야 진짜 창의력 생기죠”

『자연을 먹어요』 봄, 여름 편 출간한 동화작가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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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 시리즈』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오진희가 『자연을 먹어요』 봄, 여름 편을 출간했다. 강화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고 있는 오진희 작가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자연을 먹어요』을 통해 흙과 물,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맛을 소개한다.


“우리 식구들은 참외를 껍질째 먹어요. 참외 껍질은 향기도 좋고, 속살보다 영양분이 더욱 많이 들어 있대요. 그리고 애써 농사지은 것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할머니는 사람들이 혼자만 먹으려고 싹쓸이를 하니까 산나물, 들나물 들도 점점 사라진대요. 그래서 배고픈 고라니랑 산토끼가 사람들이 먹는 밭작물을 훔쳐 먹는 거래요. 사람도 동물도 서로 혼자만 먹으려고 욕심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사이좋게 나눠 먹는 방법은 없을까요?”
MBC <아빠! 어디 가?>에 출연 중인 도시 아이들은 여행지에서 아이스크림 대신 미숫가루, 과자 대신 감자,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는다. 햄을 찾던 아이들은 어느새 찐 감자가 주식인 마냥 맛있게 먹는 모습이다. 좋아하는 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았던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뛰어 놀다 보니, 자연의 맛을 알게 됐다. 부모들이 훨씬 더 자연과 가깝게 살았는데도,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모들보다 더 거리낌 없이 자연에 적응하고 있다. 『자연을 먹어요』를 집필한 오진희 작가는 “TV 속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는 인공적인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먹어요』는 어린이를 위한 몸살림 교과서다. 자연이 준 건강한 먹거리를 살펴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소개한다. 오진희 작가는 “무심히 지나치는 풀잎에도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이 골고루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먹어요』 봄 편에는 괭이밥, 냉이, 삘기, 돌나물 등을, 여름 편에서는 산딸기, 살구, 비름나물, 참외, 매실 등의 유래와 조리법을 보슬이와 보람이네 가족을 통해 친근하게 전한다. 

“자연을 잠깐의 체험학습과 짧은 여행으로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선물을 한 움큼 입에 넣어주고 싶었어요. 봄과 여름 편에 이어서 가을, 겨울 편도 완성이 될 거고요. 가을이 되면 고구마 밭에 엎드려서 한 달 동안은 농사일에 매달릴 것 같아요. 겨울이 되면 농사지은 고구마를 맛있게 구워 먹으며 생태, 평화와 관련된 그림책이나 동화들을 계속 쓸 거예요. 책을 쓰다가 지루하면 가끔 내년에 농사지을 밭에 퇴비를 만들기도 하고요. 종이를 많이 쓰면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 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니까 천천히 조금씩 꼭 써야 할 책만 써야겠지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자연 이야기를 해오셨는데, 『자연을 먹어요』에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과일, 채소 등을 직접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감성을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저는 자연에서 노는 걸 워낙 좋아해요. 산과 들에 놀러 다니면서 봄에 나오는 들나물을 시작으로 여름엔 텃밭에서 풋고추, 가지, 호박, 오이를 날마다 한 바구니씩 따 먹어요. 그런데 혼자 먹으려니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만 먹는 어린 친구들이 안쓰러웠어요. 좋은 것은 나누어 먹어야 하잖아요. 많은 친구들과 나누려면 우선 어떤 것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려 줘야 하죠. 제가 어릴 때는 삶에서 스스로 터득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거나 시골에 살아도 아파트에 사니까요. 책으로라도 알려 줘야지요.


봄나물, 여름 과일 등 여러 가지 먹거리를 소개하셨는데요. 딸기는 6월에 먹어야 좋은 과일인데, 겨울에 대부분 먹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제철음식이 또 있나요?

요즘은 모든 과일과 채소들이 모두 제철엔 먹을 수 없고 하우스 재배를 통해서 일찍 시장에 나온 것들을 먹습니다. 빨리 키워서 일찍 시장에 내놓아야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의 먹거리가 시장 논리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사실이 안타깝지요. 옛날에는 오이도 7-8월이 제철이고 참외도 7월 말, 8월에야 밭에서 나온 것들을 먹었지요. 밭 딸기는 5월 중순이 넘어야 익기 시작해요. 우리 몸의 건강을 책임지는 먹거리가 때를 거슬러 나오면서 우리 몸도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참 걱정입니다.


『자연을 먹어요』에 소개된 음식 중에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작가님이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음식에 대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어린 시절 여름 내내 호박을 먹었어요. 애호박이 열리면 된장국도 끓여 먹고, 호박에 새우젓을 넣고 볶아 먹고, 장마에 줄기가 무성해지면 호박잎을 쪄 먹고, 풋호박이랑 호박 줄기로 들깨탕을 끓여 먹고 비오는 날은 애호박 썰어서 호박전 해 먹고요. 그때는 날마다 먹는 호박이 질려서 먹기 싫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호박이 사랑스러워요. 헤헤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우리 집 호박이 잘 안 열려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호박잎만 먹고 있어요.


지리산 자락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는데, ‘짱뚱이’로 불렸던 어린 시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재밌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여름에 냇가에서 놀다가 보면 물속에 있는 고기랑 다슬기가 눈에 보여요. 그러면 물놀이를 하다가 다슬기를 잡기 시작하지요. 고무신을 벗어서 잡은 다슬기를 양손 가득 들고 맨발로 집에 가는 거예요. 날쌘 애들은 손으로 고기를 잡았어요. 손으로 잡을 만큼 고기가 많기도 했고요. 그렇게 잡은 고기를 모레를 파서 연못처럼 만들어 놓고 보고 놀다가 풀어 주기도 하고 많이 잡으면 풀줄기에 꿰어서 들고 집으로 가져가 저녁 반찬을 했지요.




강화도 생활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도시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누리실 것 같은데요.

놀고, 먹고 일하고요(웃음). 시골 생활은 마음만 달리 먹으면 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요. 지금 우리 집 마당엔 오이, 호박, 파, 고추, 가지, 토마토가 있어요. 처마 밑엔 주먹만 한 박도 열려 있어요. 장마가 그치면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을 거예요. 그렇게 살아요. 자연에 살다 보면 겸손해져요. 농사를 짓는 일은 부지런히 시절을 따라 일하지만 결과는 오직 하늘(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장마와 태풍을 견딘 곡식들이 가을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도 되고요.


여름철, 아이들이 먹으면 좋을 자연식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먹거리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가장 좋은 음식은 제철에 나온 것들을 가장 간단하게 조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엔 햇감자를 굽거나 쪄서 실컷 먹이세요. 감자에 있는 비타민은 다른 채소와는 달리 굽거나 쪄도 잘 파괴되지 않는답니다. 우유니, 버터니 이런 것 넣지 말고요. 그냥 순수한 감자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먹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장 건강한 먹거리가 아닌가 싶어요.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하고 계신데요. 아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의 무관심은 어른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환경 교육을 하다 보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잘 받아들여요. 어른들이 먼저 잘해야 해요. 지금 어른들은 미래 아이들이 써야 할 자원이나 에너지들까지 끌어다가 쓰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지 어른들이 더 깊이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입에 머리에 넣어 주는 대로 자라잖아요. 어른들이 문제지요.


그림책과 만화책의 글 작업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할 때나 그림을 생각하는 것은 비슷해요. 글을 쓸 때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만화는 아무래도 대사가 많지요. 만화는 그림책 한쪽을 필름처럼 나누어서 좀 더 천천히 자세하게 표현한다면 그림책은 생략이 많고요. 저는 그림책을 쓸 때, 독자의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느낌이나 생각을 독자에게 맡기려고 노력했어요. 만화보다는 덜 친절한 느낌이지요. 만화가 그림의 양은 훨씬 더 많지만 글의 영향력은 그림책보다 더 큰 것 같아요.




강연회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시는데, 아이들에게 주로 말씀을 하시나요?

엄마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놀려라, 놀아라!”예요. 누구나 공부로 일등이 될 수는 없잖아요. 잘 노는 아이가 행복하고, 행복한 아이가 공부만 해서 일등 하는 아이보다 더 잘 살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도대체 뭘 위해서 하는지도 모르고, 휩쓸려서 아이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녀요. 창의성은 책이나 학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요. 자연 속에서 놀면 가장 최고의 창의성이 생겨요. 논술, 논술 하는데 애들이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논리적 사고를 하지요. 내 스스로 해 봐야 내 논리가 생길 것 아닌가요? 제가 주로 하는 얘기들은 이런 것이에요.


『자연을 먹어요』를 읽을 예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척 더운 여름입니다. 지난 33년간 북극의 빙하가 절반이나 녹아 버렸대요. 죄송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여러분은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을 그대로 닮지 마세요. 지구를 지켜 주세요. 기후 변화로 위기에 빠진 지구를 지키려면 먼저 우리들의 먹거리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 땅, 내 몸이 태어난 곳, 자연에서 나온 먹거리들을 알고 먹어야 건강한 몸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답니다. 자연을 알고 자연을 먹고 자연을 누리면서 지구를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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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먹어요! 봄 오진희 글/백명식 그림 | 내인생의책
사계절 내내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로 준 먹을거리가 무엇이지 알아보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나게 해 주는 어린이를 위한 몸살림 교과서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이 준 건강한 먹을거리를 계속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흙과 물과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자연의 맛을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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