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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한입 음식 ‘타파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자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 유혜영 저자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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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한 노랑’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그림쟁이 유혜영. 그녀는 자신의 저서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요리책도, 여행서도, 에세이도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는 책이다.’ 7월 19일, 디자인하우스 모이소에서 열린 독자와의 만남 현장을 찾았다. 그녀의 맛깔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유혜영은 활기찼으며, 그녀의 애정이 가득 담긴 책은 여러 이야기로 다채로웠다.

스페인을 사랑하는 그녀가 전하는 ‘깨알 같은’ 정보

유혜영은 스페인 음식과 예술을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이번 책을 둘째 아들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애정을 표했다. 자신이 십여 년간 경험한 스페인 음식과 문화에 관해 이야기 하며, ‘깨알 같은 정보’라고 소개했다. ‘여기는 꼭 가보시라.’는 말도 여러 번 했다. 과연 음식에 대한 편집증적인 애정과 호기심을 가진 저자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번 책은 『스페인 디자인 여행』을 집필하면서 기획했다. 책에 넣을 건축과 관련한 사진을 정리하는데 음식 사진이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유혜영은 자신의 일러스트와 함께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녀의 말대로 챕터마다 추천 요리와 레스토랑은 물론, 쇼핑과 여행지까지 ‘깨알 같은 정보’가 가득하다. 맛깔스러운 이야기에 더한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는 또 다른 볼거리다.




스페인으로 떠나는 타파스 사냥(사파리)

토마토가 뭉근하게 익어간다. 거품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카바(Cava: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 포도주 저장소(cellar)란 뜻의 카탈루냐 말) 한 모금.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있다. 엄지와 검지로 제철 음식으로 만든 타파스를 집어 먹는다. 밤이 새도록 수다는 끝나지 않는다. 길거리를 방황하다 집으로 돌아가 내일의 해를 기다린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유로운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타파스 사파리’는 그녀가 지인들과 함께했던 실제 모임이다. 스페인 전통 저녁 식사는 10시부터다. 점심시간은 오후 2시에서 4시. 새벽 장을 보고 종일 문을 여는 우리네 식당과는 다르다. 스페인 사람들은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하여 저녁 8시 퇴근한다. 이런 생활 속에서 저녁 식사 전 시장기를 잠재우며 술과 함께하는 음식이 ‘타파스’다.
타파스(Tapas): 주요리를 먹기 전 또는 음료와 함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스페인 음식 (p.8)
그녀는 타파스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라 소개했다. 타파스를 이해하면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타파스는 커피잔 받침보다 조금 더 큰 접시에 담아서 낸다. 여러 개를 시켜서 함께 나눠 먹기도 한다. 식당마다 내놓는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의 반찬과 비슷한 타파스

저자는 화면에 바르셀로나 지도를 펼쳤다. 면적은 대전보다 작고 인구는 그보다 더 적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도시로 주목을 받는다. 가장 큰 요인은 ‘가우디’다. 가우디의 건축물은 바르셀로나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거리엔 현지인보다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타파스를 팔고 있다. 저자는 타파스를 우리의 반찬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스페인에선 밥 대신 빵을 즐겨 먹는다.




스페인에 간다면 잘 보고, 잘 놀고, 잘 먹자

음식 사진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저자는 맛깔스러운 음식 묘사와 함께 친절한 레시피도 더했다. 스페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현지인 추천 레스토랑도 책 속에 담겨있다.

하몽(Jamon)은 훈연이 아닌 바람에 말린 돼지 허벅다리 요리다. 가격은 고기보다 훨씬 더 비싸고, 발톱이 검은 걸 최고로 친다. 저자는 가격대별로 맛이 천차만별이니 좋은 걸 시키라고 권한다. 말랑말랑하고 흐물흐물하며, 지방과 살이 골고루 섞여야 좋은 하몽이다. 살점에 간간이 박힌 도토리 가루가 있어야 고소하다는 팁도 주었다.
스페인에서는 하몽의 종류와 빛깔, 어떤 종자의 돼지를 어떤 기후와 조건에서 사육해야 하는지는 물론 그 화려하고 깊은 풍미에 대해 적절한 감탄사를 쏟아낼 줄 알아야 비로소 미식가로 대접받을 수 있다. (중략) 하몽에 간간이 박힌 도토리를 예로 들며, 마치 중세 기사처럼 한 편의 시에 견줄 만한 찬사를 쏟아낸다. (p.45)
카탈루냐 지방의 샴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카바(Cava)에 대한 저자의 예찬론이 이어졌다. 추천 상표와 ‘상그리아’를 만드는 비법도 공개했다. 달콤하고 향긋하지만 ‘폭탄주’와 같으므로 주의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카바는 식사하기 전 입맛을 돋워주고, 간단한 스낵이나 치즈를 곁들일 때도 좋다. (중략) 무엇보다 카바는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개운한 맛과 톡 쏘는 향이 일품이다. (p.269)
이 밖에도 ‘알리 올리(Ali Oli)소스’와 핀초스(Pinchos), 홍합 요리 등도 소개했다. 핀초스는 타파스의 일종인데, 음식에 꽂은 기다란 이쑤시개 개수로 계산한다. 저자는 제대로 된 핀초스를 맛보려면 ‘피노초’라는 식당으로 가길 권했다. 맛있어 보이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미소를 보내면 주문 완료다.

스페인 음식이 유명세를 타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서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많은 별을 얻은 나라이기도 하다. 더불어 주방용품이나 요리기구 디자인도 발전하고 있다. 저자는 잘 보고, 잘 놀고, 잘 먹고 싶다면 스페인으로 가라고 말한다.


‘보른’ 지역과 ‘산타 카테리나’ 시장

유혜영은 스페인의 명소로 보른 지역을 꼽았다. 항구에 가깝고 파도도 거의 없는 평화로운 동네다. 아기자기한 디자이너 샵을 찾는 쇼핑 관광객이라면 단연 추천할 만한 곳이다. 14세기 한 시인은 ‘세상을 한 바퀴 돌아서 보른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결국 돌아온 곳은 보른일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소개했다.

더불어 산타 카테리나 시장도 추천했다. 이곳에선 아무 식당이나 가도 맛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시장을 소개하며 화려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의태어와 의성어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탱글탱글, 말랑말랑, 아삭아삭, 바삭바삭, 사각사각, 팔딱팔딱, 벌름벌름, 반짝반짝, 반질반질, 미끈미끈 (중략) 달콤한, 쌉싸래한, 매콤한, 짭조름한, 시큼한, 신선한, 고운, 선명한 등. (p.104)



상상력을 더한 스페인 음식

그녀의 이야기는 스페인 ‘푸드 디자인’으로 흘러갔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마르티 귀세를 만난 일화도 들려주었다. 푸드디자인은 음식을 하나의 ‘오브제’로 인식하여 먹는 이에게 상상력을 주는 개념이다. 스페인 화가 달리의 음식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달리 박물관에 가면 그가 음식에 대해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건물 외벽과 천장은 빵, 달걀, 문어로 장식할 정도다.

최근 스페인의 음식은 퓨전 그 자체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음식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요리의 결정체로 ‘분자 요리’와 ‘파타타스 브라바스’를 꼽았다.
‘파-타-타-스-브-라-바-스’라는 단어에 리듬만 잘 살려도 왠지 입안이 경쾌해지는 느낌이다. 큼직하게 썬 감자를 씹는 맛이 일품인 데다, 겉은 바삭거리고 속은 부드럽다. 길게 썬 감자튀김의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감자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감칠맛까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조리법이다. (p.317)

자유와 긍정이 넘치는 건강한 나라, 스페인

유혜영은 바르셀로나의 특별함을 느끼려면 현대 미술관 앞으로 가라고 했다. 광장은 하나의 예술 공간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춤을 추고 놀이를 하는 곳이다. 자유로움 속에도 질서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바르셀로나는 특별하다.

저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도 스페인 사람들은 항상 표정이 밝다고 했다. 여름 휴가를 가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 저축과 산업 발전보다는 여유로운 일상을 택한 사람들. 혹자는 게으른 국민성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유혜영은 스트레스가 낮은 스페인을 건강한 나라라고 불렀다.

강연회를 마치고 사인회가 이어졌다. 곱슬머리에 큰 눈을 가진 그녀의 남편과 아들도 함께했다.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 아래로 타파스 사파리를 떠나고 싶다면, 유혜영의 알록달록한 이야기가 도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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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타파스 사파리 유혜영 저 | 디자인하우스
요리라는 장르가 예술이 주는 것 이상의 섬세한 감동을 주는 시대에 맛집과 음식 탐험을 위한 원정을 떠나는 것은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풍요롭고 저렴한 유희가 아닐까? 이 책은 우선 바르셀로나의 뒷골목에 자리한 타파스 식당과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면서 영화, 예술, 문학 같은 문화 이야기를 버무려 우리의 오감을 깨운다. 이에 더해 타파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빵, 생선, 마늘, 치즈, 알카 초파 같은 식재료를 통해 문화를 이야기하고, 예술가들이 어떻게 음식으로부터 영감을 얻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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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인희

홋카이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삿포로에서 살고 있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 일상을 여행한다.
먹고 마시는 것과 사소한 순간을 좋아하며, 종종 글자를 읽고 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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