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 박웅현, 꿈꾸지 말고 내 아이를 덜 사랑하자
『여덟 단어』 박웅현 저자 강연회 인생은 나만의 길이다 꿈꾸지 말고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자
비가 오락가락하던 7월 11일 저녁 예스24와 북하우스 주최로 박웅현 저자의 강연이 열렸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대학로에 위치한 ‘벙커1’엔 박웅현 ECD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 월차를 내고 강원도 태백에서 온 사람, 미국 시애틀에서 온 가족도 있었다. 90%를 가리키던 습도만큼이나 삶을 향한 독자들의 열기도 대단했다.
기자가 되겠다며 도서관에 앉아있던 학생 박웅현. 그는 시사상식을 공부하는 대신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다. 언론고시엔 모두 낙방했고, 광고 회사에 들어갔다. 지금은 TBWA KOREA에서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 시대를 대표하는 카피를 여럿 탄생시켰다.
『책은 도끼다』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공저)』 등으로 알려진 광고인 박웅현 ECD. 그가 이번에는 인생에 관한 화두를 던졌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여덟 개로 정리하여 『여덟 단어』를 출간했다.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인생에 대한 답은 몇 번의 강의와 몇 권의 책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라는 유기체를 무시하지 말라. 그렇게 당신만의 인생을 또박또박 걸어가면 된다.”
인생의 정답은 마음속에 있다
하얀 칠판이 새까매지도록 질문이 들어찼다. 박웅현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인생관부터 이상형까지, 질문은 가지각색이었다. 독자가 여러 문장으로 질문하면 그걸 한 문장으로 만들어 적었다.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처럼 풀어나가며 강연회를 이끌었다. 자신의 답은 한 개인의 생각이니 참고 사항으로 여기라는 전제를 두었다.
“내 생각을 말할 뿐이다. 나조차도 인생을 사는 방식에 관해 알려주는 책은 믿지 않는다. 멘토도 마찬가지다. 참고로만 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나 멘토도 내가 될 수 없고, 내 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
꿈꾸지 말고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자
박웅현은 자신을 광고하는 사람이라고 간략하게 소개했다. 꿈을 묻는 말엔 ‘없다’고 대답했다. 하루하루 사는 게 모여서 내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이 더 중요하기에 젊은이들에게 꿈꾸지 말라고 말한다.
“나에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여덟 단어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집에 가면 자는 것, 내일 일어나면 수영하는 것을 생각한다. 개는 밥 먹을 때 꼬리치기를 후회하지 않고, 내일의 공놀이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충실한 하루하루가 모여 5년 뒤에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많은 독자가 삶의 고난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 물었다. 이에 그는 불교의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을 인용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p.218)
슬럼프가 오면 견디고, 현실이 싫다고 도망치면 안 된다. 박웅현은 슬럼프가 삶에서 자동차의 범퍼와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덧붙여 모든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 정면 돌파를 제시했다.
“언젠가 고난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게 좋다. 이런 점은 동물로부터 배워야 한다. 산에 사는 동물은 눈이 오면 눈을 맞는다. 먹이가 없으면 굶고, 다치면 스스로 치유한다. 그래도 안 되면 구석에 가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다른 사람의 슬럼프 극복법을 따라 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 자신의 치유법이 될 수 없다. 문제를 피하면 더 꼬이기 마련이다. 직시하자.”
자신이 고민해서 선택한 답을 옳게 만들자
저자는 26년간 한 가지 일을 했다. 그만큼 직업에 관한 질문도 많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돈의 흐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박웅현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돈이 따라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진부할 수 있지만, 이 얘기밖에 할 수 없다. 돈을 따라가면 돈은 오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하는 걸 하면 돈은 따라온다. 돈은 자연스럽게 흐른다. 당장 연봉이 높은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라.”
결국 고민은 자신이 하는 것이고, 자신의 신념을 사랑하라고 조언했다.
“어떤 선택도 가능하고, 옳은 답은 없다. 어디에나 진흙탕은 있다. 이직을 생각한다면 고민해서 선택하라.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들어라.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는 다치면서 자란다
그의 딸 박연은 『인문학으로 콩갈다』를 냈다. 책에 적힌 그녀의 사례는 많은 부모의 관심을 샀다. 박웅현은 부모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는 ‘생각대로 커 줬으면 좋겠다’는 오만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걸 안다. 세상은 부모 뜻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면 나와는 다른 유기체라고 인정해야 한다. 책임감을 버리고 아이를 덜 사랑해야 한다. 다쳐가면서 커가는 걸 받아들이자. 내가 만든 최고의 작품으로 자식을 가리키는 부모는 무섭다. 자식으로부터 빨리 벗어나자.”
언제나 답은 내 안에 있다
강연회장 칠판에 가장 많은 질문은 ‘뭘 하면 좋을까요?’였다. 박웅현은 ‘무엇’이라는 답 대신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너무나 많은 책이 인생이 쉬워지고,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우리 삶은 규격화할 수 없다. 그걸 규격화하는 건 불합리하다. 누군가의 가치관과 환경이 앞으로 내가 맞닥뜨릴 상황과 같을 수는 없다. 방학에 무엇을 할지 알고 싶다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잘 모르겠다면,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인생은 나만의 길이다
박웅현은 광고를 하면서 ‘사기꾼’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혹자는 정치인 만큼 믿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광고인을 꼽았다. 짧은 시간에 시선을 끌고 구매욕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광고를 ‘잘’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세상에 변화를 준다고 평가 받는다. 가치 울림을 주는 광고인 박웅현. 이번 책을 통해 그의 삶을 지탱하는 여덟 가지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책을 읽고 마음이 움직인 독자라면, 이제 자신만의 답을 찾아 떠날 시간이다.
묵묵히 자기를 존중하면서, 클래식을 궁금해 하면서, 본질을 추구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깊이 봐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전인미답의 길을 가자. (중략) 이제 자신을 믿고 씩씩하게 또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 길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p.237)
관련태그: 박웅현, 책은도끼다, 여덟단어, 광고, 인문학
홋카이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삿포로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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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과 사소한 순간을 좋아하며, 종종 글자를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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