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금난새, 위대한 여술가를 만든 아름다운 만남” - 『금난새의 클래식 여행』

“여기서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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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든 순간이 즐거웠어요. 지금도 그래요. 공연을 잘 마쳐도 기쁘고, 실수해도 기뻐요. 연습할 때도 행복하고, 무대에 오를 때도 행복해요. 음악이 너무 좋잖아. 나는 항상 내 삶에 고맙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늘 행복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도전의 불안이라던가 두려움 같은 건 애초에 선택지에 없다. 그가 그토록 애정하고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서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지휘자, 라고 하면 누구나 오케스트라 앞에서 음악을 지휘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비슷한 수트를 입은 지휘자들이지만, 각자 천차만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모든 직업군이 그렇겠지만, 그 사람의 목표나 꿈, 삶의 방향에 따라 그 직업을 수행하는 방법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지휘자 금난새 씨만 봐도, 지휘자 역시 여러 유형의 지휘자가 있구나 알 수 있다.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시도를 통해 자신의 연주 세계를 확장하려는 음악가가 있는 반면, 후학 양성에 힘쓰고 교육 환경을 개선해 음악판 자체를 성장시키려는 음악가도 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보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더 중요한 건 이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같은 직함으로 불려도, 각자 해낼 수 있는 일은 천차만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금난새는 어떤 지휘자인가? 그는 음악이 주는 즐거움, 황홀함을 삶으로 만끽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즐거움과 기쁨이 너무(!) 커서 그걸 좋은 사람들과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랬기에 돈이 없다거나, 장소가 없다거나, 관객이 없다거나 하는 한계 따위는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는 늘 그렇게 연주를 시작했다. 로비에서도, 도서관에서도 공연을 열었다.

모두가 제야의 종에만 관심 있는 12월 31일에도 “이날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예술의 전당에서 제야 음악회를 열었다. 이 음악회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행사다. 그뿐이랴. “청소년 음악회를 초대권으로만 진행하는 관행 대신 2,000원 씩이라도 걷어서 해보면 어떻겠습니까?”라는 제안은 오랫동안 청소년 음악회 유료 전석 매진 기록을 달성했고, 이때부터 시작한 해설이 있는 콘서트는 금난새 지휘자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금난새 지휘자는 1997년 카라얀 콩쿠르 3위 입상을 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베를린 음대에서 라벤슈타인 교수를 사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KBS 교향악단의 전신인 국립교향악단에서 지휘를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던 때, 그는 사정이 어려운 수원시향으로 갔다. “어려운 처지의 오케스트라를 멋지게 바꿀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도전”이라는 생각이었다고. 1998년 최초로 벤처 오케스트라 ‘유라시안 필’을 창단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점도 그의 자랑거리다.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말하는 그의 과감한 도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숨찰 정도로 부지런히, 과감하게 걸어온 도전의 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의 표정은 정말로(!) 편안했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마 도전에 직면한 순간에도 저렇게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을까 싶은 얼굴이었다. 늘 주변의 것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뭔가 더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사방에 물음표를 달아놓고 다니는 그에게는 이 모든 일이 불현듯 ‘굿 아이디어’로 다가왔단다. 돈키호테 같은 성격으로 바로 추진했다.

“난 모든 순간이 즐거웠어요. 지금도 그래요. 공연을 잘 마쳐도 기쁘고, 실수해도 기뻐요. 연습할 때도 행복하고, 무대에 오를 때도 행복해요. 음악이 너무 좋잖아. 나는 항상 내 삶에 고맙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늘 행복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도전의 불안이라던가 두려움 같은 건 애초에 선택지에 없다. 그가 그토록 애정하고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느껴지는 설렘과 기쁨과 감격 때문에 듣는 내내 나까지 가슴이 콩닥거렸다.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게 하는 책, 금난새의 클래식 여행




“처음 이 책을 쓸 당시, 음악계에 책이 없다고 느꼈어요. 시험을 위한 책, 지식을 위한 책만 있지 음악을 즐길 수 있고 더 사랑하게 하는 책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역사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역사는 창조라고 생각해요. 있던 사실을 그대로 옮기는 건 불가능해요. 창조가 필요해요. 그런 관점에서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클래식 입문서로 사랑받아온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두 권이 『금난새의 클래식 여행』 한 권으로 합본 출간되었다. 시기별로 두 명의 음악가를 짝지어 17세기에서~20세기까지의 음악사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번에 개정하면서 20세기 후반 음악사를 설명할 수 있는 작곡가 번스타인과 피아졸라의 이야기를 추가했다.

“번스타인과 피아졸라는 둘 다 연주자면서 작곡가죠. 하지만 달랐어요. 번스타인은 세계적으로 활동했고 인기가 많았다면, 피아졸라는 그에 비해 제한된 영역에서만 활동했어요. 번스타인은 인생의 영광부터 쓴맛까지 고스란히 누렸고, 피아졸라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로 탱고를 하면서 자기만의 음악 인생을 만들어나갔고요. 이렇게 비교되는 게 재미있죠.”

20여 년간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진행해온 그이기에 금난새 해설은 쉽고 친근하다. 음악사의 문외한이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그의 해설의, 이 책의 미덕이다. 특히 시기 별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두 명의 음악가를 라이벌 구도로 배치해 설명하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바로크 시대의 바흐 VS 헨델, 낭만파의 슈베르트 VS 멘델스존, 피아노의 거장 쇼팽 VS 리스트 등 동시대 예술가지만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과정을 통해 자기 세계를 피워낸 천재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음악적 호기심만 충족시키지 않는다. 삶의 고난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는지, 어린 시절의 환경은 한 명의 세계를 얼마나 많이 좌지우지하는지, 보상받지 못하는 기구한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천재의 삶을 엿보며 우리 삶에도 대입될 만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한다.

“해설할 때도 그런 얘기를 해요. 여러분, 슈베르트나 차이코프스키는 정말 불행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건 경이로움입니다. 과연 이런 시련과 어려움이 없었으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시련보다는 절실함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 절실함에서 뭔가 남이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의 감정을 갖게 된 거잖아요. 그게 작품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을 거고요. 원하지 않지만 다가온 불행, 이런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에서 에너지가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마찬가지고 누구나 행복한 걸 원하죠. 다만 슬픔이 오더라도 거기에서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가져야 하겠구나, 이 예술가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나니…”




그렇다면 젊은 시절 음악가 금난새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형이 스물아홉에 세상을 떠났어요. 젊을 때죠. 그게 내 삶에 매우 큰 전환점이었어요.” 베를린에 막 유학을 떠났던 시점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당도해 이제 막 자기만의 세계를 개척해야겠다고 맘먹은 스물일곱 살 유학생에게 벌어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세계의 절반이 사라지는 듯한 일이지 않았을까.

“당연히 슬펐죠.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으니까. 내 형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요. 언제나 본보기가 되었던 형이었어요. 그때부터 가끔 그런 생각을 했죠. 형의 삶도 내가 사는 게 아닐까? 내가 두 사람의 삶을 산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야겠다고 각오하기도 했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절망이 용기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고통스러웠지만, 살아있다는 데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졌어요.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니 모든 것이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유학생활이 쉽지 않았지만, 항상 행복했고요. 좋은 음악 듣고 연주할 수 있잖아요.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잖아요. 그런 생활이 내게 큰 용기를 줬어요.”


그는 음악을 듣고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때를 기억한다. 책에도 실려 있는 이야기다. “베토벤은 저에게 좋은 음악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유학 시절,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연주회에서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베토벤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나도 누군가를 기꺼이 울게 하는 음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p.119)”

“베를린의 진짜 좋은 홀에서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있었죠. 오케스트라 뒤 합창석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가장 싼 표였지만 지휘자의 얼굴이 보이는 자리였어요. 카메라 장비에 단원들도 보여요. 그들이 연주하는 모습, 지휘자와 눈을 마주치는 표정...... 전원 교향곡을 연주할 때였어요. 악보의 음표는 결국 글이잖아요. 그걸 소리로 일으킬 때의 감동이란! 아, 베토벤이 이 순간 여기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가 작곡한 시대에는 이렇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없었을 텐데. 200년 후에 이런 연주가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면서 또 이런 감사를 하는 거죠. 베토벤 대신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고맙다.(웃음)”


독일 사회가 나에게 가르친 것들




그렇게 늘 음악이 함께 있었던 독일 유학 시절은 늘 행복했다. 외롭고 고독한 적이 있느냐는 말에, 그런 적도 있겠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단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 시절의 삶은 사랑 그 자체였다. 그는 독일 유학시절을 들려달라는 말에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어떤 연인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거예요. 남자는 가만히 있는데 그를 바라보는 여자의 표정이 얼마나 사랑에 가득 차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그 눈빛만 봐도 ‘아이 러브 유’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마치 내 눈앞에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지는 듯했어요.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람의 표정이라니. 내게 굉장한 영감을 줬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은, 지켜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잖아요. 독일에서의 생활은 그런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는 “독일이라는 사회가 나를 키웠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법,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가르침이었지만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그의 행적(!)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타고난 돈키호테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이루는데 두려움이 없다. 다행히도 그의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고, 본인의 수완이 좋아 돈키호테보다 그의 모험이 성공적이라는 게 차이점이랄까. 반면 독일은 엄격한 룰이 엄정하게 지켜지는 사회다. “반항적이고 괴짜같은” 그의 성향을 그 사회의 분위기가 많이 다듬어줬다.

“독일에는 ‘빨리빨리’가 없어요. 도로 공사를 할 때도 오래 걸리더라도, 두 번 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꼼꼼히 하거든요. 우리나라는 책임시공이라는 표지판을 걸어놓잖아요.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할 때부터 책임을 지고 시공하니까요. 거기는 구호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줘요. 복도에 나가면 절약이라는 말 대신 30초만 켜졌다 꺼지는 전구가 달려 있어요. 제가 관심 있게 본 건 그런 거였어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개표 시스템은 되어 있지만, 그걸 검사하는 사람은 없어요. 시민을 믿는다는 거죠.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기질적으로 끓는 피가 있어요.(웃음) 독일은 안정적이고 흥분하는 일이 거의 없는 사회죠. 제도적으로 컨트롤 되는 게 많고요. 저 같은 돈키호테에게 부족한, 햄릿형 성향을 보강할 수 있었다는 게 독일에서 얻어온 가장 큰 배움이었어요. 제가 이탈리아나 영국으로 갔으면, 이 기질이 넘쳐버려서 풍차를 받아 쳤을지도(웃음) 그래서 유학을 떠날 때도, 그곳의 환경이 내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성향을 보존해주면서, 새로운 걸 더해줄 수 있는지도 염두에 뒀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자기 성향을 잘 알아야겠죠.”



“존중받아보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책에 실린 음악가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할 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가 음악을 즐겼거나, 부모님이 일찌감치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 그것으로 돈벌이를 시키든 교육을 했든, 좋아하는 걸 계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사례가 많았다. 어린 연주자들은 주변에 좋은 음악가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스메타나는 리스트처럼 되고 싶어했고, 리스트는 파가니니 같은 연주가가 되고 싶었다.

금난새 지휘자도 이와 비슷했다. 작곡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일찌감치 클래식에 일찍 재미를 붙였다. 그에게 음악 영웅은 『금난새의 클래식 여행』의 뒷부분에 실린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다. 유명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를 번스타인이 진행할 때, 당시 중학생이었던 금난새는 그를 처음 만났다. “어쩌다 보게 된 프로그램이었지만 번스타인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해설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를 통한 번스타인과의 만남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p.487)”

“지금 그의 50년 전 필름을 봐도 정말 재주가 넘치고 재능이 있는 지휘자에요. 해설자로서도 위대한 사람이었죠. 어릴 때부터 꿈같은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독일에 가서 더 다양한 지휘자를 접하게 됐죠. 그때 카라얀이 나타났어요. 카라얀은 번스타인처럼 아기자기하고, 상대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좋은 친구 스타일은 아니었어요.(웃음) 그는 약간 거만한 듯하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굴었지만, 그럼에도 밉지 않은 거죠! 매력이 있으니까. 결국은 매력이 중요한 거라고 봐요.”

카라얀은 콩쿠르 때 처음 만났다. 수많은 지휘자가 리셉션장에 나타났는데, 그 가운데 카라얀을 발견했다.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금난새 지휘자는 말했다. “옛날에 장군들이 왕의 휘하에 서 있잖아요. 왕이 장군들을 꽉 끌어안고 있는 듯했달까! 압도적인 매력이 있었어요.”

번스타인과 카라얀이 음악가의 꿈과 지향을 세워줬다면, 독일에서 직접 사사한 선생님들은 음악가의 태도를 그에게 가르쳤다. “선생님이 아침마다 연습실에 들어오잖아요. 그럼 ‘헤이, 미스터 금. 굿모닝”하면서 악수를 해요. 보통 “안녕하세요” 하면 “어, 왔냐.” 하는 식이잖아요. 그때 선생님들은 언제나 학생과 동등하게 악수를 했어요.“ 금난새 지휘자는 직접 일어서서 내게 악수를 청했다. 금난새 지휘자에게 손을 내미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에 올라가고 힘이 들어간다. “아니 아니, 동등한 친구끼리 악수한다고 생각하고 어깨에 힘을 빼요. 이렇게 손은 꽉 잡고. 어때요. 느낌이 다르죠.”







그는 이런 가르침이 가장 큰 교육이었다고 말한다. “지휘자는 책임감이 있는 자리에요. 거만해서도 안 되고, 비겁해서도 안 되죠. 또 영리한 것만으로도 안 되고, 좋은 리더가 돼야 해요. 음악 교육만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선생님이 저한테 알려준 것은 사람은 평등하다는 거예요.

‘너를 내가 가르치는 사람이다’라고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악수하면서 이미 나를 한 명의 지휘자로 인정해주는 거예요. 그 순간 그 사람이 나를 지휘자로 만들었어요. 그게 나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내가 나를 봐도 볼품없었는데, 그 악수를 할 때마다 자신감을 얻었고요.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을 봐도 굽실대지 않는 태도를 배웠어요.”


그 역시 배운 대로 연주자들을 대한다. 그가 매번 오케스트라 공연을 마치면 무대에서 가장 늦게 퇴장하는 지휘자다. 으레 지휘자가 퇴장하면 박수가 그치기 때문에, 단원들에게 끝까지 박수를 받게 하고 마지막에 퇴장한다. “늘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존중받아보는 경험.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언제나 더 좋은 방법, 더 좋은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음악가. 그에게는 도전과 일상의 구분이 크게 없어 보인다.


“내가 즐거운 일이 사회에 공헌 될 수 있기를”




만약 맨 뒤에 금난새 편을 붙인다면 그는 어떻게 스스로를 소개할까? 짓궂은 질문을 던졌더니 그가 웃으면서 고개를 젓는다. “저는 작곡가가 아니잖아요. 여기에 낄 수가 없어요.” 잠시 생각하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으로 하는 말 같은데 모차르트 슈베르트 없었으면 우린 어떻게 사느냐, 그 작곡가한테 정말 고맙다고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나는 그들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음악적으로도 위대한 사람이지만, 나에게 빵을 주는 사람이잖아요.(웃음)

그 위대한 유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더 위대한 걸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모든 인류는 재산 창조물이죠. 역사나 기존의 저작은 이해하는 사람이 소유할 수 있어요. 내가 베토벤을 내 방식대로 이해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나만 소유하기에는 무척 좋은 거니까 같이 공유하자고 말하는 거죠. 이해하고 즐기고 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갖는 거에요. 저처럼.(웃음)”

“전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여태까지도 클래식계에서 새로운 일을 많이 해왔지만 잠자는 분야, 사람들이 눈감고 못 알아보는 분야를 깨우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공헌이라고 봐요. 내가 즐거운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늘 그걸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덕을 가능한 보지 않으려고 해요. 독립심이 있어야죠.(웃음)”


쉬운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기어이 찾아내고야 마는 독립심, 혹은 독창성. 그것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게 아닐까. 최근에도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합동연주회,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송도 음악페스티벌 선임지휘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돈키호테 금난새. 어떤 이룰 수 없는 큰 꿈이라도, 그라면 해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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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의 클래식 여행 금난새 저 | 아트북스
지난 10여 년간 쇄를 거듭하며 클래식 음악 입문서로서 큰 사랑을 받아온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의 개정판이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1』과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2』를 한 권으로 합치고 전체적으로 도판을 보완해 펴냈 것이다. 이전 판본에서는 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토크를 마지막으로 20세기 초중반까지의 음악사를 정리했지만, 개정판에서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진보주의자들」 장을 추가해 20세기 중후반 음악사까지 살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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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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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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