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힙합 삼촌? - 다이나믹 듀오
“제작자로서는 아직 어색… 현역으로 봐주세요.”
힙합 삼촌들이 돌아왔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30대에 접어들어 늦은 군 생활을 시작한 다이나믹 듀오. 그들의 공백을 같은 소속사의 슈프림팀과 무브먼트(Movement)의 스타들이 돌아가면서 메워주곤 했지만, 힙합 가수들의 예능 출연이 잦아지며 장르의 저변이 넓어진 지금에도 가장 친숙하게 느껴졌던 더블 다이나마이트의 부재는 여전히 공허함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힙합 삼촌들이 돌아왔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30대에 접어들어 늦은 군 생활을 시작한 다이나믹 듀오. 그들의 공백을 같은 소속사의 슈프림팀과 무브먼트(Movement)의 스타들이 돌아가면서 메워주곤 했지만, 힙합 가수들의 예능 출연이 잦아지며 장르의 저변이 넓어진 지금에도 가장 친숙하게 느껴졌던 더블 다이나마이트의 부재는 여전히 공허함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내려놓는 법을 알았다던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을 어떤 이미지로 규정짓지 않겠다는 다짐에 동의했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 같지 않다는 팬들의 비난에 상처받지 않고 지금 자신들에게 어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한 생각 덕분인지 작년과 올해에 걸쳐 발표한 2장짜리 정규앨범 < Digilog >는 아이돌 홍수 속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며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존재감을 메인스트림에 폭발시켰다.
군입대하기 전에 보고 그로부터 2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제대하자마자 나온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거세다. 그것에 대한 소회는.
최자 : 저희는 사실 음악스타일이 거의 그대로고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는데, 운 좋게도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지금의 주류가 저희 쪽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옛날 같은 경우는 약간 듣는 사람만 듣는, 젊은 층만 듣던 스타일의 곡이었는데, 에픽하이나 리쌍 형들이 예능에서도 활약을 많이 했잖아요. 거의 완전 최고로 인기 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힙합 가수들이 예능스타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힙합이 편안한 음악이고 힙합가수들이 친한 동네 형들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내던 대로 냈는데 들어주시는 분이 많아지고, 장벽도 낮아진 것 같고.
예전 인터뷰 때 앞으로 남성적인 음악이 될까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 나와 보니까 어떤가.
최자 : 남성적인 것이 예전보다 가능성 있는 시장이 된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반대로 군대 갔다 와서 남성적인 면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네요. 군대에서 내려놓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내 위치를 만들어 놓고 살고 있었는데, 군대를 가니까 제가 말단이잖아요. 정말 내가 사회에서도 하기 싫은 일 다 하면서 이럴 때가 있었지라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나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런 것들에 경계가 없다고 느꼈어요. 우리 스타일을 정해놓지 말고 편하게 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좋았던 건 (개코와) 같이 있다 보니까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또 생기는 거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많이 됐어요.
개코 : 그러다 보니 할 얘기도 더 생기고, 그리고 남성적인 음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많이 바뀌었어요. 물론 요즘 남성들의 취향도 많이 바뀌었지만, 저희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솔직하게 말하는 것들이 가장 남성적인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대 후에 대한 음악적인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개코 :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있었죠. 다시 단련시켜야 하는 것들, 엔진을 다시 걸어야 하는데. 근데 정말 다행인 것은 입대한 곳이 장병들을 위문해주는 곳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축복이고 나라에 감사해야 하는 일이죠. 총보다 마이크를 잡고 있었으니까요.
최자 : 같은 부대 들어가서 (개코)옆자리에 있었고, 위문열차하면서 매주 이곳저곳 다녔어요. (반응이 좋았을 것 같다고 묻자) 어떤 부대에서는 엘피지(LPG)보다 인기 있기도 했어요(웃음). 엘피지 할 땐 앉아 있다가 저희 할 때 막 뛰어나오고(웃음).
앨범이 두 파트로 나뉘어 발매되었는데,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발매하기로 기획되어 있는 것이었나. 10주년 기념 앨범일 줄 알았는데 정규 앨범이 선을 보였다.
개코 : 저희는 계획이 자꾸 바뀌어요. 저희만큼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아티스트가 없는데(웃음). 일단 처음에는 10주년을 기념하려고, 리믹스 베스트 앨범 형식으로 내려고 했었어요. 저희 곡을 실력 있는 프로듀서들에게 맡겨서 재편곡을 해서 다시 녹음한 다음에 베스트앨범 느낌으로 내려고 했었는데. 근데 해보니까 너무 재미없고 지겹더라고요. 뭔가 원래 있던 곡을 새로 만들어야 된다는 것 자체가. 그래서 그냥 신곡을 일단 만들었어요. 여태껏 생각했던 것을 지우고, 새로 신곡을 펼쳐놨더니 20곡정도 되더라고요, 작년에만. 그래서 10주년을 기념할 겸 2CD로 내기로 계획을 세웠죠. 그때는 만들다 보니까 엄청 많이 나왔거든요. 전역하자마자 열정이 많아서 작업한 게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작업하는 와중에 스케줄이 늘어나면서 텐션이 떨어지더라고요. 10주년 앨범이니까 반드시 11월에 내야 되는데, 그래야 10주년의 특수를 활용할 수 있는데(웃음).
최자 : 회사에서 준비한 게 너무 많아서. 2년 동안 칼을 갈고 있더라고요. 근데 앨범이 안 나오면 안 되니까. 그것 때문에 회의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되어 있는 곡 위주로 작업을 해서 올해(2011년) 내에 앨범을 내자라고 해서 1/2이 나왔죠. 활동하는 기간 동안에는 낮에 방송하고, 밤에 스튜디오 와서 마무리 작업하고. 그렇게 해서 나머지를 이번 해에 내게 됐죠.
두 앨범의 차이점이 있는지.
개코 : 그냥 완성된 것부터 낸 게 1/2에요(웃음). 그리고 완성 못한 걸 작업해서 낸 게 2/2고. 조금 성격 다른 형제 같은 느낌이에요.
최자 : 음악적 차이를 두려고 노력을 했는데, 차이가 난 것이 초반에 저희가 어쿠스틱한 작업을 더 많이 했고, 후반부에는 디지털 사운드와 랩 스킬적인 측면을 신경 쓴 것 같아요. 또 1/2에서 아쉬웠던 것을 2/2에 넣기도 했고요.
개코 : 앨범을 내면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확인했고요. 분명 「확가게」 같은 곡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넣게 되기도 했고.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힘들었을 것 같다.
최자 : 이렇게 오래 힘든 건 처음이에요. 1장 프로모션만 해봤지 2장을 연달아 프로모션 해본 건 처음이어서. 이제 좀 쉴만하면 새로운 앨범이 나오니까(웃음). 그리고 저희가 10년 했는데 10년 중 가장 스케줄이 많고 바빴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두 장 나누어 낸 게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2년 동안의 공백이 있어서 잠깐 활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오래 활동을 하다보니까 그 영역도 넓어지고, 모르시던 분들도 저희를 아시게 되고. 그리고 수익적으로도(웃음). 저희가 수익적인 모델을 생각하고 한 기획은 아닌데, 이쪽 측면에서도 엄청 이득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일주일 있으면 다 없어지잖아요 차트에서. 그러니까 1, 2주만 주목을 받더라도 두 장을 나눠 내니까 더 많은 곡들이 알려지는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이득이 있었다고 볼 수 있죠.
체감 상으로도 좀 더 많은 곡들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개코 : 중간에 군대에서도 확인하고 그랬었지만, 프로모션의 사이클이 빨리빨리 돌아가는 시대인 것 같아요. 일주일이면 차트 신곡들이 다 바뀌어 있고. 그래서 뭔가 나눠서 내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더라고요. 앞서서 타블로가 그렇게 냈고, 재미 좋았다는 얘기를 듣고(웃음). 타블로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었어요. 어떠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그래서 결심하게 됐어요. 12곡, 13곡 만들어도 결국 한 달이면 다 묻히고 타이틀곡만 사람들이 듣는 시스템이 아쉬워서 저희가 4곡정도 프로모션 한 것 같아요.
최자 : 무계획한 것들이 운이 되게 좋았기 때문에 계획을 되게 잘 짠 것처럼 되어버렸어요(웃음).
그런 프로모션 덕분에 의외로 반응이 있었던 곡이 있다면.
개코 : 「참고 살아」라는 곡이 있는데, 원래 프라이머리 앨범에 쓰기로 약속하고 작업한 곡이었어요. 근데 곡이 하나 부족해가지고 작업 다 끝난 다음에 “이거 우리가 쓸게”하고 썼는데, 사실은 이 노래랑 비슷한 성격의 곡들이 앨범에 좀 있어서 두 장을 한꺼번에 냈으면 그 곡이 좀 묻힐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2/2에 들어가면서 특색이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곡 자체도 워낙 좋았고. 프라이머리 앨범에 들어갔으면 타이틀로 했을 거예요 아마. 그래서 많이 미안하고. 프라이머리 같은 경우는 잘못된 프로모션이었다, 자기 앨범에 들어갔으면 대박났을텐데 하면서 본인은 되게 아쉬워해요. 형들 앨범에 묻혀서 이 정도밖에 못 떴다면서(웃음). 그 곡이 홍보를 안 했음에도 많이 주목을 받았어요.
군대를 갔다 온 사이에 대중들이 힙합을 주류 음악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최자 : 특별히 음악이 좋았다기보다는 그런 특수를 누리는 것 같아요.
개코 : 대중들이 저희를 선택하는 거죠. 이 시대 코드에 맞는 사람들이고, 저 사람들은 꾸밈없어 보이고, 음악에서도 솔직한 얘기를 하니까요.
최자 : 요즘에는 옛날처럼 콘셉트를 만들어서 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콘셉트 없이 솔직하게 자기 얘기를 하니까 이 사람들은 진짜 솔직한 사람들이다라고 인정해주기 시작하더라고요.
일반 대중이나 중장년층은 「거기서 거기」나 「참고 살아」아 같은 곡들을 좋게 듣고 있지만, 힙합 팬들은 확실히 코어한 것을 원하기 마련이다. 4집에서도 「solo」나 「어머니의 된장국」보다는 「길을 막지마」를 선호했던 것처럼. 이즘 리뷰에서도 ‘똘끼는 아직 있다. 근데 아버지 냄새가 난다. 상반된 개념이 공존을 하려다 보니까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팬들이 다듀에게 무엇을 더 찾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떤가.
최자 : 되게 잘 보신 거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남자다운 음악인데, 이제 저희가 생각하는 남자다움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어요. 눈에 보이기에 거친 것만이 남자답다고 느꼈다면, 지금은 솔직히 자신을 인정하고 즐기고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 자기 입장이나 솔직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남자다움이라고 느꼈어요.
개코 : 초창기 때, 특히 2집 같은 경우는 에너지가 폭발해서 너무 테마가 많았어요. 그때의 치기어림이 멋스럽긴 하지만 그건 그때 어울렸던 거였고, 지금 우리 나이에 맞는 게 또 따로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그때 시절을 흉내 내고 싶지는 않아요. 팬 분들은 랩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아직 욕심을 내고 엣지 있게 하고 싶어 하는 구나라는 점을 통해서 남자다움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약간 마초적인 측면에서. 이번 앨범에 있는 「확가게」 같은 경우도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아서 마지막에 만들게 됐어요.
그런 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가.
개코 : 저희에게도 바이오리듬이 있어요. 메시지 있고 전달 위주로 만든 곡을 많이 하다보면, 이제 스킬을 보여주고 싶은 열정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우리 한번 보여줄 만한 거 하나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사실 약간 아저씨들 같은 마음이에요(웃음). 그래서 씨모(Simo)라는 친구한테 비트를 달라고 했어요. 진짜 잘하는 친구거든요. 그랬더니 압축파일 3개에 50곡이 날라와서 고르는 데 몇시간이나 걸렸어요. 그래서 거의 번개송처럼 만든 곡이에요. 전날 까지 믹스하고. 예전에는 이런 것을 진짜 좋아했었어요. 서로 기술을 보여주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으니까요.
개코가 보컬참여가 대폭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최자 : 거의 피쳐링 없이 다 했어요. 5집 때 「죽일 놈」 할 때도 잘 했었거든요. 그때는 좀 녹음만 잘 하는 스타일이었는데(웃음). (개코 : 천 번을 녹음해서 편집했어요(웃음).)녹음파일이 거미줄이에요(웃음). 그러다 군대 가서 노래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어쨌든 정재일이나 박효신처럼 음악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함께 공연을 하다 보니 보컬 쪽으로 많이 성숙해진 상태로 제대했어요.
개코 : 저도 몰랐는데 뒤돌아보니 보컬에 대해 욕심을 많이 내고 있더라고요.
보컬을 가르쳐준 사람이 따로 있었나.
개코 : 따로 없었고요.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따라 부르기도 하고, 특별하게 의도가 있어서 한게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시작한 거고. 노래방가면 랩보다 노래 많이 하고, 음악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까.
최자 : 제가 언제 딱 알았냐면, 존 레전드(John Legend)의 「Ordinary people」 가사를 냉장고에 붙여놨더라고요. 이 노래 잘 부르고 싶다고. 연습을 엄청 하는 거에요. 그냥 좋아서 하나보다 했는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부를 기회가 있어서 불렀는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때 뭔가 시작됐죠. 자신감이 엄청 많이 생겼고, 자기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개코 : 멜로디부분을 만들어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것 같아요. 주변에 잘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고, 효신이 보고 많이 놀라기도 했고, 나얼이형, 범수형. 주위에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곁눈질로 배웠어요.
최자 : 그분들이랑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녹음해야 한다는 것을 느껴서 특별히 선생님은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근본 없는 보컬이죠(웃음).
최자가 보기에 개코의 보컬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낀 곡은 무엇인가.
최자 : 「거기서 거기」도 많이 늘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녹음한 곡들은 거의 좋아했어요. 이런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 5명도 안되겠다.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서 이런 느낌은. 그리고 요즘 라이브를 같이 하는데, 공연 할 때마다 감동 하는 것 같아요.
개코 : 노래를 안 시켰어요. 원래 회사에서는 많이 말렸었는데(웃음). 저도 불안했던 게 기술이 달랐어요. 힘들었던 게 랩할 때하고 노래할 때하고 발성이 달라서요. 랩으로 거칠게 단련시켜오다가 섬세하게 음을 표현해 내려니까 항상 삑사리를 냈어요. 회사에서도 공포증이 생기고. 저도 위축되다보니까 안되겠더라고요. 그런데 군대 가서 연습도 많이 한 것 같고, 그리고 옆에서 최자가 잘한다잘한다 해줬어요. 유일하게.
최자 : 그래도 라이브 할 때 인이어는 꼭 있어야 돼요(웃음).
개코 : (웃음) 제가 욕심내는 것을 옆에서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니 탄력을 받게 되더라고요. 좋아하고 존중하는 아티스트이자 친구가 계속 밀어주니까 저도 용기가 생겨서 하게 됐죠.
최자 : 이게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어떤 백인이 「죽일 놈」을 부르는 동영상을 봤는데, 우리가 한 것이 이쪽 사람들한테도 감동을 주는구나하고 느꼈어요. 굉장히 고무적이었고.
이 앨범을 들으면서 몇몇 사람들이 너무 삼촌 되는 거 아닌가, 새로움을 못찾겠다라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최자 : ‘이제 삼촌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삼촌이면 삼촌인거고 삼촌으로서 멋있는 걸 하면 되니까. 그 자리에서 제일 잘하는 걸 할 거고 새로운 걸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옛날과 비교해도 상처받을 이유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지금 나이가 들다보니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구체적인 성과는 어떤 것 같은지.
개코 : 「불타는 금요일」에서 전초전 같이 몸을 풀었다면 「거기서 거기」에서 확 잘 된 것 같아요. 앨범도 많이 팔린 것 같고 특히 온라인에서 잘 된 것 같고. 그런데 아이유 양이 나오면서 전날 1위였던 우리 노래가 14위가 됐더라고요(웃음). 그렇게 한 달 동안 아이유가 1위를 유지하다가 「거기서 거기」로 뒤집었죠. 남성들도 취향이 많이 바뀌어서 부드러운 노래도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아메바 캠프 이후로 4년 만에 레이블 공연인 아메바 후드를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아직 부산공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인터뷰 시점에서) 나름 레이블이 걸어온 길이 성공적이었기에 이러한 공연이 가능했을 텐데, 느낌이 특별했을 것 같다.
개코 : 일단 뿌듯하고, 4년 전에는 파티처럼 작은 클럽을 빌려서 했었는데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공연을 할 수 있을 만한 레이블로 성장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요. 군대에 있는 동안 회사 직원들이나 가수들 모두 성실히 해줘서 잘된 거 같아요. 군대를 제대해 보니 이만큼이나 성장해 있어서 놀랐고, 우리가 없어야 회사가 잘되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그 정도로 성장했고 노하우도 단련이 되어있었으니까요. 매니저도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이렇게 제대하자마자 편하게 앨범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최자 : 그리고 체력적으로 편해서(웃음). 공연분량이 짧아서 집중력 있게 타이트하게 보여줄 수 있잖아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백프로로 보여줄 수 있는 시간대라서 좋았어요.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도 하게 되고, 쌈디가 저렇게 했으니까 우리는 저렇게 해야지같은(웃음). 긍정적인 경쟁효과가 좀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재미있었어요.
체력적인 면은 군대 가기 전과 비교해 어떤가.
최자 : 약간은 더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는 게, 군대 가기 전에 전국행사를 너무 많이 해서. 하루에 다섯 번씩 하는 바람에 이게 운동이 되는 게 아니고 삭아가는 느낌이라(웃음). 그랬는데 군대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보니까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지금은 어느 정도 건강을 챙기면서 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2008년에 했던 아메바 캠프와 비교하면 프라이머리와 리듬파워라는 지원군이 늘어난 셈인데, 그 덕분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거나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라던가 그런 점이 있었나.
개코 : 색깔이 너무 달라요. 리듬파워 같은 경우는 너무나도 독특한 색깔이 있고, 프라이머리는 프로듀서로서의 역할도 크기 때문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전반적인 색깔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큰 도움이 됐죠 이번 공연에 있어서. 밴드 마스터로서 색깔을 잡아주기도 하고 편곡에 신경써주기도 하고, 그렇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었어요. 리듬파워는 그들의 색깔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어요. 너무 독특하고 에너지 있고. 뭔가 저희나 슈프림팀과는 너무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있었죠.
최자 : 리듬파워가 처음 데뷔한다는 측면에서 다 같이 고민을 많이 했었고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부터 정말 많이 고민을 했고. 쌈디는 자기가 알아서 너무 잘하니까(웃음). 신경 쓸게 없더라고요. 심지어 저희가 좀 보고 베낄 정도로(웃음). 사실은 융화부분이 중요해서 같이 하는 부분은 연습도 많이 해야 했어요. 리듬파워 친구들은 같이 할 수 있는 곡이 좀 없어서, 유명한 노래를 같이 해주고 그래야 신나기 때문에 파트를 나누느라 골치를 썩긴 했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리드하는 역할이었을 것 같은데.
개코 : 글쎄요. 딱히 리드했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콘서트를 봤을 때 각자 팀에서 일단 최선의 세트리스트를 짰어요. 쌈디는 곡 순서나 연출 같은 것을 정말 디테일하게 본인이 준비를 했고, 리듬파워도 마찬가지였고. 각 팀이 그렇게 준비를 했고 그 순서를 쫙 나열했을 때 러닝타임이라던지, 중간에서 사람들이 이 곡은 많이 원할거다라는 의견만 주고받았을 뿐이지, 전반적인 것을 컨트롤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최자 : 그냥 제작자 입장에서 마지막 조율정도. 다 듣고 보니까 이 부분이 조금 지루한데 이 노래가 들어가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개인무대는 개인이 잘 꾸몄고요. 그래서 저희가 요즘 느낀 건데 A&R 같은 느낌으로. 회사 입장과 아티스트 입장의 중간에서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2012년의 제작자로서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제작자로 불리는 것이 아직은 어색할 거 같은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어떤가.
최자 : 아직 어색해요. 우린 아직 현역인데. 특별히 한 게 없어서요. 회사에서 다 하고 저희가 하는 건 A&R정도일 뿐인데... 방향성을 잡아주고, 조율해 주고. 힘든 게 있으면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고. 그런 과정에서 회의가 생기죠.
최자 : 다행인 것은 하고 싶은 게 많고 아직 현역이고 싶어서, 제작자는 어색한 것 같아요.
개코 :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많아요. 실력 있고 앨범을 만들 수 있고, 가능성 있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은 거죠. 그래서 힙합스타들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신 자체가 늙어버리면 대중들도 지루해 할 수 있으니까.
최자 : 언더에서는 잘 하는데 큰 시장에 나올 길이 없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거죠. 그게 다른 이름으로는 제작자가 될 수 있는 거고.
리듬파워는 준비가 많이 되었는지.
최자 : 타이틀곡도 나온 것 같고, 너무 부지런한 친구들이라.
개코 : 전체적인 것을 좀 봐주고 있어요. 왜냐하면 첫 번째 앨범을 내는 거다 보니까. 저희가 경험도 있고, 어떤 시기에 어떻게 나왔으면 좋겠다 정도는 제시하고 있어요. 워낙 본인들의 열의가 높아서.
최자 : 지금 시장상황, 시기를 보고 있어요. 어느 때 나와야 주목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니까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최자 : 4월 달쯤에 미국공연이 있어요. 3개 도시 정도를 방문할 것 같은데, 영어로 노래를 바꾸는 건 무리인거 같고. 맛을 살리면서 코러스 정도만 2, 3곡 영어로 바꿔서 공연 할 예정에 있고, 그곳의 아티스트와 함께 조인트해서 할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지 던져보는 느낌이랄까. 언어적인 장벽을 넘으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같아서. 지금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들이 예전부터 한국에서 해왔던 음악이잖아요. 멜로딕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있는 힙합, 사실 힙합을 우리나라로 가지고 오기 위해 그 감성을 맞추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건데, 그 친구들은 이제 그런걸 많이 듣기 시작하니까 어느 정도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깜짝 놀랐던 것이, 사인회에 백인 청년이 왔는데 우리 음악을 듣고 한국말을 공부해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노트에다 사인을 받으러 왔는데, 「길을 막지마」란 곡 있잖아요. 그 가사를 한글로 다 써서 형광펜 표시도 하고 그 너덜너덜해진 노트를 들고 사인을 받으러 왔더라고요. 자기가 아는 한국 아티스트 중 가장 잘한다고. 그것을 보고 음악으로서도 전달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우리나라에 대세가 된 것을 이제 미국에서 화제로 삼고 있으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요.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