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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초입에 듣는 따뜻한 재즈 음악 - 웅산, 바우터 하멜, 드레이크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가수 웅산과 네덜란드 출신의 꽃미남 재즈 팝 가수 바우터 하멜이 나란히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각기 다른 재즈의 맛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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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재즈가 제격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달콤한 재즈 음악에 몸을 맡기면 추위는 어느새 물러갑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가수 웅산과 네덜란드 출신의 꽃미남 재즈 팝 가수 바우터 하멜이 나란히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각기 다른 재즈의 맛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힙합계의 떠오르는 샛별, 드레이크의 신보도 소개해드립니다.


웅산 < Tomorrow >(2011)

재즈에도 한류(韓流)가 있다. 2010년 일본에서 먼저 발표한 < Close Your Eyes >는 호평과 함께 일본 재즈잡지 < 스윙저널 >의 골드 디스크를 거머쥔다. 2011년 국내에서는 신작 < Tomorrow >와 함께 발매된 < Once I Loved > 역시 2010년 일본에서 먼저 유통되었다. 일본의 유명 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이 앨범으로 매거진 < 재즈비평 >의 제 5회 재즈오디오디스크대상의 보컬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다.

이번에는 한국이 먼저다. 트럼페터 켄지 마츠시마를 제외하고 국내 연주자들과 함께했다. 조윤성, 허진호, 김정균, 박철우, 찰리정, 고상지, 함께한 드러머 숀 피클러(Shawn Pickler) 역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르의 벽을 허물기도 한다. 신중현의 「꽃잎」은 특유의 숨죽임으로 각색했으며, 산울림의 「찻잔」은 이미 < Reborn 산울림 Track 6 >에서 리메이크 한 바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재즈 피아노, 기타의 풍미를 첨가한 「찻잔 I」을 완성시켰다.

싱어 송 라이터 캐롤 킹(Carole King)의 원곡보다 여유로운 템포에 블루지함을 겹겹이 입힌 「You've got a friend」, 그룹 크루세이더스(The Crusaders), 도니 해더웨이의 딸인 라라 해더웨이(Lalah Hathaway)의 강한 에너지 버전들과 상반되는 유연한 기운으로 재해석한 「Street life」, 농도 진한 리듬섹션의 그루브와 뮤트 트럼펫 연주의 「This masquerade」 등. 유명 팝, 컨템포러리 넘버들도 재즈로 끌어안았다.

[ Close Your Eyes ]
[ A Once I Loved ]
[ Yesterday ]

그 간 일본에서의 성공 사례가 ‘그곳 재즈씬의 흐름에 맞췄기 때문’이라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2008년 일본 포니캐년사와의 계약과 더불어 섬나라에서의 좋은 반응 및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곡 편성, 연주 스타일 등을 고려한 점도 중요 요인이다. 그러나 한국 연주자들과의 호흡이 담겨있고, 가요, 팝 등의 리메이크 비중이 높아진 이전과 조금 다른 방향의 < Tomorrow >가 거둘 성공도 조심스레 가늠해 볼 수 있다. 황홀한 축배를 들 수 있는 이유? 어떠한 상황과 작품이건 항상 ‘웅산화’된 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 / 박봄 ()



바우터 하멜(Wouter Hamel) < Lohengrin >(2011)

혹시 바우터 하멜을 처음 알게 되었다면, 그래서 커버아트만 보고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아류이겠거니 생각했다면 그 생각 잠시 보류해보도록 하자. 피아노와 브라스 세션을 중심축으로 둔 재즈 스타일의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를 주로하고 소편성 밴드를 활용하는 므라즈의 음악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바우터 하멜을 이야기할 때에는 많은 경우 ‘미국에 제이슨 므라즈가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바우터 하멜이 있다’는 식으로 그의 이름이 언급되고는 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청명한 톤의 보컬로 자신의 노래를 자기가 만들어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꽃소년의 외모를 간직한 삼십대 중반의 동갑내기라니!)

바우터 하멜의 ‘재즈 팝’이라는 방법론은 이번 앨범에서도 변함이 없다. 재즈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루비한 스윙감을 녹여낸 곡도 있고(「Touch the stars」), 유럽권 국가 특유의 (안개 깔린 듯한) 서정성과 함께(「Zhavaronki」) 스트레이트한 록의 냄새를 풍기는 넘버(「Giu Giu」)도 섞여있다. 적당한 재즈 감성과 적당한 팝 감성의 버무림이랄까. 그런데 문제 또한 여기에서 비롯한다. 바로 이 애매모호한 ‘적당함’이 원인이다.

연주에만 집중해 즐기기에도, 선율을 따라가며 흥얼거리기에도 뭔가 조금씩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어중간해서야 재즈 팬과 팝 팬 그 어느 쪽도 100% 만족시킬 수 없을 공산이 크다. 애초 음악적 바탕이 재즈라면 그 천연색을 좀 더 보여주어도 될 성 싶은데 맛만 살짝 보여주는 보여주기식 작법도 문제다. 그리고 그것이 의도적인 절제로 보이지는 않기에 듣는 마음은 이내 불편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결국 < Lohengrin >은 재즈 팬이나 팝 팬들보다는 오히려 가벼운 것을 좇는 어쿠스틱팝 팬들이 더 호응할만한, 말 그대로 딱 그만큼 ‘무던히도 무던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예쁘고 세련된 외양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오래두고 찾아 들을 만큼 매혹시킬 성질의 무언가는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분명 국내의 다수 카페 거리에? 바우터 하멜의 「Demise」가 자주 울려 퍼지리라 확신한다. 글쎄. 우연히 음악을 마주친다면 그리 반갑지는 않을 것 같은 이 느낌은 내가 미청년의 외모를 가지지 못한 보통의 남자이기 때문일까.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글 / 여인협()



드레이크(Drake) < Take Care >(2011)

그 누구보다 찬란히 빛나는 샛별이었다. 근래 힙합의 트렌드인 일렉트로 합(electro hop)을 근간에 두면서도 그것의 전형적인 틀에 완전히 기거하지 않은 묘한 스타일, 리듬 앤 블루스와 힙합을 포괄하는 너른 표현력, 창백함과 스산함을 흩뿌리는 독특한 정서는 캐나다의 신인 가수 드레이크(Drake)를 단숨에 미국 팝 시장의 정상을 차지하게 했으며, 나아가 세계적인 팝 스타로 등극시켰다.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뮤지션들보다 더 높은 광도를 기록한 신성 중의 신성이었다.

1년 반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정규 작품 < Take Care >는 될성부른 나무가 널따랗게 가지를 뻗어 나가고 푸른 잎을 우거지게 하는 광경을 내보일 현장이다. 유행 코드에 집착하지 않는 의연함, 남 눈치 보지 않는 기개 있는 표현, 유려해진 플로우까지 강단진 태도와 실력이 곳곳에 서려 있다.

전작이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 808s & Heartbreak >나 키드 커디(Kid Cudi)의 < Man On The Moon: The End Of Day >와 유사한 분위기로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그러한 느낌이 누군가를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스타일 중 하나임을 여기에서 힘주어 말한다.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핏기 없고 냉랭한 분위기로 일관한다. 두 번째 싱글 「Make me proud」나 「Cameras / Good ones go (Interlude)」, 「Look what you've done」과 같이 전자음 프로그래밍이 더러 깔려 있기는 해도 귓가를 강타하는 사나움이나 치열한 댄서블함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자신을 향한 안 좋은 소리에 개의치 않는 자신감 충만한 모습을 내비치는 「Over my dead body」부터 앨범은 흐릿한 기운을 전파한다. 곡은 또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Human nature」를 연상시키는 건반 연주, 캐나다 여가수 샨탈 크레비애적(Chantal Kreviazuk)의 일그러진 보컬이 싸늘함을 배가하고 있다. 떠나간 연인에게 뒤늦게 잘못을 말하는「Shot for me」, 후반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하모니카 연주가 쓸쓸함을 극대화하는 사랑 노래 「Doing it wrong」도 비슷한 모습을 갖춘다.

내내 그런 느낌만 줄을 짓는 것은 아니다. 지난여름에 커트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13위, R&B/힙합 싱글 차트 2위에 오른 「Headlines」는 템포가 빠르지 않음에도 명료한 훅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가 프로듀싱한 「Lord knows」는 합창 샘플과 릭 로스(Rick Ross)의 묵직한 래핑에 힘입어 웅장한 규모를 구축하고 있다.

음을 변형한 신시사이저 루프와 왜곡된 보컬을 동시에 재생시킴으로써 음산함을 내는 「Crew love」는 종잡을 수 없는 야릇함을 펼친다. 리아나(Rihanna)와의 듀엣곡 「Take care」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 1980년대 힙 하우스(hip house)풍으로 진행하다가 간주에 보컬 샘플과 드럼을 덧입혀 조금은 트라이벌 하우스 느낌이 나도록 변형한 편곡이 멋스럽다.

드레이크는 앨범을 통해서 음악적 지향을 공고화하며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임을 주장한다. 동시에 랩과 노래를 겸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재주도 재차 확인시키고 있다. 차트를 지배하는 경향과는 다른 그만의 빛깔, 미묘한 감정 표현은 드레이크를 더욱 또렷하게 조명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전보다 더 높은 광도를 기록할 순간이 찾아왔다.

글 / 한동윤 ()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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