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탕진 하면서 딸과 세계여행 다녔죠!” -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엄마 신드롬의 이유? “진정한 사랑을 회복하자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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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언제고 늘 있던 존재지만, 근래 작금의 한국엔 그 호명이 남다르다. ‘엄마 열풍’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엄마를 찾는 소리가 커졌다.

엄마. 언제고 늘 있던 존재지만, 근래 작금의 한국엔 그 호명이 남다르다. ‘엄마 열풍’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엄마를 찾는 소리가 커졌다. 그 이유야 다양하게 분포돼 있겠다만, 어설프게 한 마디 보태자면, 때론 엄마 같은 존재이기도 해야 할 통치자의 패악질에 상처받고 아프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의 진짜 엄마를 찾고 싶은 거다.

아마도 『엄마를 부탁해』가 본격 불을 붙였을 엄마 열풍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이 책이 연극이나 뮤지컬로 재탄생되기도 한 가운데, 엄마를 호명한 책들도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선 최초로 정교수가 된 도쿄대 강상중 교수가 파란만장했던 어머니의 생애와 그것을 통한 당대의 역사와 의미를 담은 『어머니』를 냈다.

“나는 한 번도 좋은 딸인 적 없다”고 고백한 시인이 있다. 『세기말 블루스』의 신현림 시인이 엄마를 향한 절절한 애정과 당장 작지만 중요하게 시작할 수 있는 ‘엄마 사랑법’을 담은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을 펴냈다. “표현되는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알려주는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후회로 채우지 않을 방법을 제시한다. 엄마라는 이름 앞에 숱하게 행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 그것도 간단하게.

그것을 음악과 함께 풀었다. 지난 11일, 비 맞은 뒤의 봄밤, 서울 홍대 부근의 롤링홀이었다.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북콘서트가 열렸다. ‘나중이란 없으니까 오늘 더 사랑하라!’는 주제로, 신현림 시인과 음악을 하는 타루와 최혁주가 함께 했다.

그러니까, 그 밤. 다들 각자의 엄마를 떠올린 그 밤. ‘엄마, 사랑해’를 마음으로 전했을 그 밤. 당신과 엄마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 밤. 생의 어떤 시기를 누군가가 지켜준다는 것. 그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선물이다. 엄마는 그 기간이 짧든 길든, 우리를 지켜준 선물이었고. 또한 엄마에게 우리는 선물이었으리라.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그리고 언젠가, 누구든 엄마, 어머니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늦고 빠른 차이가 있을 뿐. 그때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사족, 엄마 열풍이 품은 서사에 대한 사소한 불만. 그 서사들, 거의 엇비슷하다. 죽은 엄마 혹은 죽어가는 엄마를 상정한다. 자식들의 때늦은 뉘우침과 뒤늦은 사랑 표현도 마찬가지다. 눈물? 별책부록! 엄마를 지니거나 지녔던 존재라면 어쩔 수 없다. 다만, 그 엄마들이 하나같이 헌신과 희생의 대명사처럼, 자식들은 엄마에게 못되게 군 존재로 그려진다.

나라고 그 ‘엄마 서사’에 눈물 흘리지 않은 건 아니다만 나는 한편으로 불편했다. 아마 ‘엄마’라고 처음 호명됐던 순간부터 존재했을 서사의 조건반사적 자극과 일방적인 (엄마의) 헌신과 (자식의) 반성의 쳇바퀴가. 좀 더 서로에게 떳떳해질 순 없을까.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의 말로 맺음하자. “이제 엄마 좀 그만 죽이자. ‘엄마를 부탁’할 일도 없다. 늙은 엄마는 자신의 남편 혹은 친구와 행복하게 말년을 사는 게 순리다. 유치하게 자식 자랑하며, 자식의 삶과 자신을 엮고 효도경쟁 같은 것 시키지 말자. 어릴 적에도 부모 자랑하는 애들이 제일 유치한 애들이었다.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일 뿐, 그건 내가 아니다.”


야생 타루와 신현림의 만남


요즘 근황은 어떻고, 야생 타루라고 불린다. 왜 그렇게?

“오랜만에 선 무대인데, 그 첫 무대로 북콘서트를 택했다. 야생 타루는 요정이나 여신에 대한 반감으로. (웃음) 여신이나 요정은 여성성에 구속돼 있는 것 같아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야생으로서 다가가고 싶어서 그랬다. 팬클럽 이름도 야생타루인데, 무척 마음에 들고, 팬클럽 멤버도 야생적으로 논다. (웃음)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어른이 되고서 느낀 건데, 어른은 재미가 없다. 레저 활동을 않으면 평소에 할 게 없다. 그렇게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여서 즐겁게 활동하고 뭔가를 도모하는 것을 보면서 나름 뿌듯했다.”

새 앨범 발표될 거라고 들었다.

“1집과 미니싱글 프로젝트를 경유한 3번째 프로젝트 앨범인데, 자작곡으로만 이뤄졌다. 미니앨범이고, 미니앨범이지만 정규앨범처럼 오랜 시간과 공을 들였다. 마무리 단계다.”

5월, 결혼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라는 「better together」를 들려주는 타루. “하나보다 둘이 필요해”라는 가사. 이 가사가 배우자를 뜻하는 것만은 아닐 터. 엄마도 있어야 한다. 하나보다 둘이 필요한 계절. 신현림 작가와 타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눈 시간.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나.

“엄마가 돌아가신지 햇수로 3년이 됐다. 엄마의 마음이나 갈망, 꿈 등을 생각했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공기 같은 존재로서의 엄마가 아닌, 여자고 인간으로서의 갈망을 짚어보고 싶었다. 돌아가시면, 나중은 없다. 이 순간에 엄마와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에서 인생을 축제로 만들고, 가족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타루는 어떻게 읽었나.

(타루) “책을 받아보자마자, 올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꼬집힌 기분이었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고. 책을 읽는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더라. 나와 가족, 엄마, 여성으로서 살면서 생각해야 될 지점들을 하나씩 볼 수 있어서 참 감명 깊었다. 마음이 아프고, 짠하고, 힘들기도 했다.”


엄마 신드롬이라고 해야 하나. 왜 그런 것 같나?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메마른 현대 사회는 고향 같은 존재로서의 엄마 같은 사랑이 그리운 시대다. 대지 같고, 바다 같고, 대자연 같은 엄마의 존재를 되새기면서 우리가 자신을 반성하고 진정한 사랑을 회복하자는 의미에서 엄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것 같다.”

생일상을 차려 산소에 가는 대목에선 울컥했다. 어버이날 지났는데, 더 각별했을 것 같다.

“작년부터 아버지와 엄마 산소를 가꾸고 있다. 나무도 심고, 엄마가 좋아하는 백합도 심고.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도 심었는데, 아버지가 거친 땅이라 살기 힘들 거라고 하셨는데, 어버이날 갔을 때, 싹이 났더라. 우리는 죽음을 외면할 걸로 생각하는데, 산소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엄마랑 대화를 나누는 느낌도 있어서 그리울 때마다 찾아가고 있다. 산소를 찾는다는 건,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다.”

엄마와 딸은 나이 들면서 수직관계보다 수평적인 친구관계로 형성되는 경우도 많은데.

“나도 엄마 속 많이 썩혔다. 20대까지는 인생 고난이 많다보니… 내가 엄마에게 좋은 딸이었던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조금씩 열심히 사랑을 전하려 했지만 그래도 아쉽고,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난다.”

타루는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나?

(타루) “좋은 딸, 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주신 사랑에 비한다면 말이다. 여전히 좋은 딸은 아닌데, 좋은 딸 되려고 노력해야지.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을 서서히 세뇌(?)를 시켜서 노래하고 글 쓰는 것을 지지해주신다. 엄마는 날 볼 때마다 안 예쁘냐고, 좀 예뻐지라고, 그래서 연예인 하겠냐고 그러신다. (웃음)”

딸이 있는데, 어떤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오늘 같이 가자고 했더니 안 가더라. 사춘기의 시작이라 그런지, 지금 집에 있다. 혼자만의 고독을 씹고 있다. (웃음) 애를 키우면서 진짜 엄마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딸이 요즘은 친구를 한창 찾는 때라 나를 안 따라다닌다. 그래서 엄마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좀 더 같이 있어줬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책을 쓰면서, 딸을 결식아동으로 만들 때가 있었다. (웃음) 새벽까지 작업을 하고, 딸이 나보고 자라고 하면서 밥을 안 먹고 갈 때가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딸에게 굵직하게 챙겨주는 건, 도서관이나 여행을 같이 다닌다. 가산탕진을 하면서도 세계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자식한테 가장 큰 선물은 추억을 주는 것 같더라. 엄마는 내게 마당의 추억을 주셨다. 기와집에서 오리, 닭도 키운 풍경을 주셨는데, 내겐 무척 좋은 추억이 돼 있다. 딸에게도 여행을 같이 다니고, 어디든 데려 다니다보니 자생력을 키워줬는데, 그게 잘한 것 같다.”

딸도 책을 읽었나?

“딸이 어느 날 왜 돈을 모으는지 아느냐고 묻더라. 모르겠다고 했더니, 100만 원을 모아서 엄마 주려고 그런다더라. 굉장히 감동을 받았는데, 지금 내 지갑에 딸이 쓴 낡은 편지엽서가 있다. 돈을 열심히 모아 대학등록금에 쓰시라고 모은다는 내용인데, 독서왕이 되겠다는 각오가 써 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애 키우기는 힘들지만, 이런 보람 때문에 자식을 낳고 키우는구나, 하는 엄마의 심정을 헤아리게 됐다.”

타루는 꼭 해야겠다하는 것이나 계획이 있다면?

(타루) “집에서는 무뚝뚝하고 아들 같은 스타일인데, 아직까지도 사랑한다는 말은 잘못했는데, 아직 어렵지만, 내 방식대로라도 좀 더 표현을 많이 해야겠다. 곧 앨범이 나와서 공연을 많이 할 텐데, 가족을 공연에 초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엔 부모형제를 불러서 공연하고 싶다. 앨범이 더 많이 팔린다면 더 좋아하실 텐데. (웃음)”

그리고 타루의 노래,「yesterday」. “Yesterday 언제나/ 나를 맴돌았던 너의/ 추억 하나하나도 ♪/ Yesterday 다시는/ 절대 떠올리지 않아/ 사랑스러운 모습도 목소리도 ♪/… 언젠가 널 가질 꿈으로/ 매일 난 바보 같은 짓만 반복해/ 언젠간 나에게 올 거라 생각해 ♬” 그래, yesterday보다 오늘, 엄마를 사랑할 때다.


가수로 변신한 뮤지컬 배우 최혁주와 신현림의 만남


다음 초대 손님은 최혁주. 이른바 가창력 ‘돋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의 등장. <메노포즈>, <루나틱>, <어쌔신>, <이블 데드> 등에 출연한 관록의 배우다. 지난 2월 <저니 앤드>라는 첫 앨범을 냈다. 그녀와 함께 한 이야기.

뮤지컬 배우를 하면서 음반을 내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뭐였나?

“꿈이었다. 무대에서 다른 사람이 돼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내 곡을 갖는 게 꿈이었다. 꿈을 이룬 게 가장 행복하고 좋다. 긴장도 된다.”

장악력이 있는 것 같다. 카리스마가 있다. 좋은 가수는 뭐라고 생각하나?

“좋은 가수는 자기만의 색깔을 잘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래를 통해 누군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여러 일을 하면, 다른 일까지 잘 풀리는 그런 경우다.”

그녀는 음반의 첫 곡이자 번안곡인 「다시 사랑하게 될까」를 불렀고, 이어 신현림 작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들은 책을 어떻게 봤나?

“아버지는 굉장히 기뻐하셨다. 사랑하는 아내고, 잊지 못하고 늘 그리워서 가슴이 터진다는 말씀을 하신다. 죽음을 늘 생각한다지만, 막상 닥친 사람들에게 죽음은 굉장히 절실하다. 다시 볼 수 없는 순간이 왔다는 것에 대해. 엄마뿐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리는 누군가와의 마지막 순간이 나이 들수록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때 뻥 뚫린다. 살았을 때 따뜻한 미소라도 띄울 걸. 동생은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고, 내게도 엄마라는 거울을 통해 나 자신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추리고 추린 게 30가지인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가장 어머니에게 해 드리고 싶은가를 모니터링 해봤다. 하늘나라로 엄마를 보낸 자식들은 여행을 같이 갈 것을 꼽더라. 또 함께 있어주는 것과 엄마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것도.

나도 어느 날 보니, 엄마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더라. 병원에 있으면서 엄마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의 일생을 세세히 알게 됐다. 책에 ‘엄마 일대기 써보기’라는 것이 있다. 우린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은 알아도 자신의 엄마 일대기를 모른다. 사실 최고로 효도하는 방법은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기다. 사실, 가장 어렵기는 하다. (웃음)”


요즘 애를 낳지 않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사람도 많다.

“엄마가 돼보지 않고서 세상을 살아봤다고 할 수 있을까. 남자도 아빠가 돼봐야 그 심정을 알 수 있다. 책에는 엄마라고 돼있지만, 아빠도 함께 하는 이야기다. 결혼까지는 몰라도, 아이는 꼭 한 번 낳아서 키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웃음)”

책에서 어떤 사진이 마음에 드나?

“내 사진을 안 써 본 경우는 처음이다. 물론 석장은 들어갔지만. 블로거들의 사진을 허락받고 썼다. 같이 하고픈 마음도 있었고, 엄마를 찍은 사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잠든 엄마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은 맨 처음 거절당했다. 두 달 전에 돌아가셨다고 거절을 했다. 포기했다가 나중에 다시 연락이 됐는데, 엄마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것 같다며 허락을 해줬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6월에 조선시대의 옛 그림을 갖고 동시를 쓴 동시집이 나온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한국인의 긍지를 느꼈다. 또 가을에는 세계의 명화에 동시를 쓴 동시집이 나온다. 사진 쪽으로는 전시를 7년 만에 준비하고 있는데, 10월4일부터 15일까지 통의동에서 사진전을 연다.”


Q & A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를 기억하나? 작업하면서 엄마에 대한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났나?

“「마지막 통화」라는 시도 썼는데, 엄마는 의식불명으로 1년2개월을 누워계셨다. 그 전 마지막 통화에서 “약 잘 챙겨먹어”라고 하니까, 엄마는 “그래, 사랑한다. 우리 또 만나자”라고 하셨다. 그 말이 마지막이 됐다. 평소 하시던 말씀 중에 “사랑을 누려라”고 말씀하신 게 유언이 될 진 몰랐다. 『침대를 타고 달렸어』라는 시집은 엄마에 대한 아픔을 시로써 이겼던 시집이었다. “사랑을 누리라”는 말씀이 유언이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사랑을 누렸을까? 일중독자로 산 세월이 많더라.

모두가 사랑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 사랑의 전도사가 되자고 해서 이 책을 썼다. 엄마는 30년 동안 약국을 하시면서 휴일 없이 일만 하셨다. 지금은 해결이 됐지만, 빚이 많아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에서 그리 하셨는데, 그런 모습이 창작에서의 자극과 열정을 줬다. 엄마가 몸소 보여준 성실, 우직함, 신의, 의리 등이 내겐 가장 큰 충고이자 채찍질이자 선물이었다.”


부모님과 대화가 단절되고 다가가기 힘든 사이다. 어떻게 하면 부모님에 대해 용서하고 서로가 벽을 깰 수 있는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까?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았던 세월이 10년 이상 있었다. 둘째 딸이고, 핍박이나 구박을 받고 자랐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자랐다. 재수를 많이 하면서 많이 싸웠다. 손으로 유리창을 깨부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못된 구석도 있었는데, 일단 떨어져 사니까 회복의 끈이 생기더라. 과년한 딸이 엄마랑 한집에 있다 보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떨어져 있으면서 엄마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끼게 됐고, 엄마도 당신이 못한 것을 채워주려고 하시더라.

엄마는 내가 시를 쓰는 걸 못 마땅하게 생각하셨다. 평범하게 결혼해서 살기를 바라셨다. 나의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엄마, 고마워요” 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엄마는 힘들 때마다 10~20만 원을 주셨고, 옥탑방에 살 때도 전세보증금을 대주셨다. 엄마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미치도록 시를 썼다. 내 얘기보다 엄마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작별의 시간이 온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내 책을 참고해서라도 사랑을 실천하면 좋겠다. 살아서 서로가 마음껏 사랑을 누리고 행복해야 한다. 나중이란 없다. 많이 사랑을 누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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