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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 『너와 나의 사회과학』 우석훈

88,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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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저자는 이제는 하나의 관용어가 되어 버린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지어내고, 이후에 많은 강연과 글쓰기로 20대 담론 및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함께 잘 살 방법을 모색하는 경제학자

88,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어른들은 ‘88올림픽’을 떠올리겠지만, 요즘 세대는 아마도 ‘88만원 세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20대들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 『88만원 세대』는 출간되고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우석훈 경제학자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석훈 저자는 이제는 하나의 관용어가 되어 버린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지어내고, 이후에 많은 강연과 글쓰기로 20대 담론 및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혹자는 우석훈이 20대의 현실을 발견하고 수면위로 꺼낸 장본인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그가 ‘88만원 세대’라는 말로 20대를 가뒀다고 말하기도 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이제는 20대,라고 했을 때 열정과 패기 보다는 ‘88만원 세대’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가 『88만원 세대』 이후에 어떠한 작업을 지속해왔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적어도 대안도 없이 문제만 던져놓고 침묵하지 않았다. 이후에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 『디버블링』등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우리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해왔다. 꼭 20대만 한정할 것이 아닌, 지금 여기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말이다.

최근에 발간한 책 『나와 너의 사회과학』 역시 비슷한 맥락에 있다.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대학 신입생 혹은 사회과학과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이런 강의나 집필 활동을 보자면, 그가 20대를 비롯해 우리가 함께 잘 살기 위해 골몰해 있는 성실한 연구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술 좋아하고, 만화책이 있어서 불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그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저 웃을 테다. 그가 쓰는 책보다 훨씬 유쾌하고, 명랑한 우석훈 박사를 YES24 독자들과 함께 만났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 출간 기념으로 대학로 민들레 영토에서 가진 우석훈 박사와의 티타임. 솔직하고 유쾌한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사유의 힘, 사회과학에서 찾아라


우석훈 박사는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했다. 작년 여름에 사회과학 공개강좌를 열었다. 대학생들이 많이 올줄 알았는데, 주부들이 굉장히 많이 왔다. 끝날 때쯤 되니까 본진이 주부로 바뀌더라.”

“20대 때는 남을 ‘쪼는’ 재미로 사회과학을 공부했는데, 그땐 이긴 것 같아도 결국 이긴 싸움이 없었다”고 우석훈 박사는 말했다. “남에게 상처를 준 이상 완승이란 없다. 알리가 경기에서 이길 때도, 알리는 상처 나고 아프다.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학문? 사회과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인문학은 ‘열풍’을 타고 독자들에게 조금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사회과학이라는 분야는 여전히 생소한 게 사실이다. 그가 말하는 사회과학의 가치란 이렇다. “사유의 힘이다. 생각할 줄 알면, 그것 자체가 힘이 된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살면서, 같이 사는 방법에 대해서 너무 오래 이야기 하지 않은 게 아닌가 싶었다. 사회과학 분야는 쓰려는 사람도 많지 않고 독자도 많지 않다. 하지만 사회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면 사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20대에 친구들이 이 책을 읽기를, 그 시기 때 한번쯤은 사회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누구나 한 번씩 소설을 감명 깊게 읽고 작가를 꿈꾸고, 영화에 미쳐 영화감독을 꿈꾸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시기가 있잖아요. 그렇게 한번쯤 뭔가 깊이 빠질 때가 있는데, 사회에 대해 한번쯤 자기만의 시각을 갖고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그때 시각은 바로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이 제시해줄 수 있다.”

20대 신입생부터 30대, 40대 독자까지 골고루 참여한 자리였다. 우석훈 저자와 테이블에 둘러앉은 독자들은 자유롭게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달라질 거다. 20대를 낙관한다


젊은이들이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시선을 가지면 좋을까?

“20대의 국회의원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직 공식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다음 총선에 20대 비례대표를 냈으면 좋겠다. 혼자서 잘해서 국회의원이 될 순 없지만, 일단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놓으면 당사자가 뭔가 보여주려고 할 거다. 60년대, 70년대 살았던 사람들은 다 신이 됐다. 헭병철, 정주영도 신이고 빵 잘 만든 사람도 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 20대는 신이 되기 힘들 거다. 혼자서 뭘 하려고 하면 잘 안 된다. 어렵기 때문에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집단, 사회가 필요하다.”

‘나와 너의’ 사회 과학이다. 공동체는 멀어지고 개인만 부각되는 때인 것 같다.

“책에서 김장 얘기를 했는데, 요즘 여성들이 김장을 많이 담그지 않는다. 사람들은 손맞이 떨어져서 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김장을 하는 방법은 김치찌개보다 간단하다. 하지만 더치 잡(dirty job)이다. 묻고 냄새 나는 일을 혼자서 하긴 힘들다. 엄마들은 도와줄 친구, 동생이 많지만, 지금 20대 여성은 김장한다고 도와줄 사람이 많지 않다. 20대가 김치를 담그지 못하는 건 공동체가 깨졌기 때문이다.

로버트 D. 퍼트넘의 『나홀로 볼링- 볼링 얼론』이라는 책이 있다. 볼링은 원래 서로 골려먹거나 박수치는 재미로 같이 하는 게임인데 90년대부터 혼자 볼링 치는 사람이 늘었다는 거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혼자 치는 거지. 사회는 개인화가 되어 가지만, 그걸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괜찮다”는 위로로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 20대도 자기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공동체가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


20대를 낙관적으로 보나?

“나는 낙관적이다. 가난한 20대라고 하는데, 돈이 없을 땐 도서관 가서 책 보는 게 가장 재미있다. 그렇게라도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청년 실업자 수치 중에 눈 여겨 보는 게 있다. 실업자 중에 3프로가 수영을 한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수영을 할까? 난 그런 사람들이 행복해 질 것 같다. 사회 과학이 그런 수영장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생태경제학의 시대도 곧 올 것 같다. 학년이 바뀔 수록 더 생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옷 사는 사람도 줄고, 고기 먹는 사람도 적다. 왜냐고 물어보면? 돈이 없어서 그렇다. 운전면허도 차 못살 것 같아서 안 딴단다. 덜 입고, 고기 덜 먹고 이게 생태적 삶이잖나. 어차피 못하는 거면 마음이 바뀌어요. 왜 운전면허 안 따냐고 물으면 지구를 사랑해서 그렇다고 해라. 돈 없어서 그렇다는 것보다 지구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더 기분 좋잖나.”



돈이 없기 때문에 생태적이 된다는 건 패배주의가 아닌가? 『88만원 세대』도 20대를 루저 하향 평준화 시키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안에서 연대가 나오고 우정이 생겨날 거라고 본다. 거의 왔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선 때 축제를 벌일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은 방향이 나타나면 전환속도가 빠른 나라다. 방향을 트는 데까지가 어렵지 한번 틀면 무지하게 빨리 바뀐다고 생각한다. 향후 1년 사이에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들이 나타날 거다.

수많은 비정규직 사업을 앞에도 서고, 뒤에도 서봤는데 이번에 이기는 걸 처음 봤다. 홍대 비정규직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 홍대 몇몇 학생들이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아 속상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 청소 노동자 문제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높아졌다. 친구들이 힘을 보탰고 결국 이겼다. 과연 이 친구들이 드라마를 끄고, 현실에서 움직일 수 있을지, 앞으로도 사회적인 논의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이명박 정권 들어 토론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정말, TV 말고는 즐거울 게 없는 때인데, 사회과학을 공부하면 그런 논의가 살아날까?

“세계적으로 사회과학 논의가 언제 활발했는지 살펴보자. 70~77년 사이, 석유 파동이 두 번 났을 때, 우파들은 괜찮다고 얘기하는 데 시민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불안해하던 시절이었다. 딱 지금의 한국 같은 상황 때 사회과학 논의가 활발했다. IMF처럼 한꺼번에 망하면, 사회과학 자리가 없어지는데, 지금처럼 약간 불안하고 약간씩 무너져 갈 때, 이렇다 저렇다 토론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때, 이명박 대통령은 기도하면 된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각하지 않잖나. 이런 시절이 사람들에게 책을 읽게 한다고 본다. 일반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책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한 사람씩 자기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고민을 풀어내면, 금방 선진국이 될 것 같다. 조선시대 때는 각 집안에 어른들이 문집을 한 권씩 냈었다. 그러니까 조선왕조가 600년 간 게 아닐까.”


우석훈 박사님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낙관적이시다.(웃음) 언제부터 그렇게 낙관적이셨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까진 낙관적이었는데, 오히려 20대 때 어려웠다.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니, 수많은 우파들 사이에서 나를 숨기고 살아야 했다. 우울증도 좀 있었다. 그때 생각해보니까, 내가 우울증 정도로 버틴 게 장하다 싶더라. 다른 사람이면 미치지 않았을까?(웃음)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에 술을 권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 술 마신 일이 우울하지 않게 사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웃음)”

『나와 너의 사회과학』의 소제목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학 초년생,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우석훈 박사님을 사로잡았던 질문들은 무엇인가?

“진짜 궁금했던 것은 ‘왜 사느냐’는 것이다. 아직도 궁극의 답은 모르겠다. 적어도 나를 위해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경제 인류학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다른 사람들 위해서 일하고 있으면 자기 입에 밥이 들어온다. 근데 자기 입에 밥을 넣으려고만 하는 사람들은 굶어 죽게 된다. 지난 10년동안 우리는 내 배를 불려야 한다고 살았다. 추운 날, ‘혹시 어떤 사람이 오늘 밤 얼어 죽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 추운 날, 신문에 어떤 부고도 실리지 않지만, 화장터에는 줄이 길게 서 있다. 돌보고 베풀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내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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