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 휴머니스트 “대표부터 막내까지 함께 ‘편집 일기’ 쓰지요”

불철주야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편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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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는 매달 선정된 출판사를 탐방하여, 불철주야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대표 출판사로 선정된 곳은 바로 ‘휴머니스트’입니다. 채널예스가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하고 있는 휴머니스트 출판사를 방문했습니다.

올해로 10년, 휴머니스트는 이런 책을 내왔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1~2년 세상과 만났을 때 감성을 키워주는 책이 필요해요. 이때 윤구병 선생님과 만든 『올챙이 그림책』이 좋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에게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려주고 싶을 땐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를 보여주면 좋고요. 중, 고등학생이 되어 바깥을 인식하게 될 나이에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부모와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해요. 그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박시백 저자의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국민교양서인데, 20권 완간 중 현재 16권까지 나왔습니다. 성장한 아이가 세계 문제,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필요로 할 때 『르몽드 세계사』『세계사 편지』가 도움을 줄 겁니다. 세계 문제와 나의 관계를 다시 정립할 수 있어요. 일반 교양서로 『미학 오디세이』 『대담』같은 책을 함께 보면 좋겠죠.

40, 50대가 되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거나 삶의 갈증을 느낄 때 정민 선생님의 『한시미학산책』 안대회 선생님의 『고전산문산책』을 보면 이런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닌,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고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또 옛사람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왔는지 보면서 내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책이고요.”


선완규 편집 주간이 꼽은 ‘휴머니스트’의 대표작들이다. “서재에 ‘휴머니스트’ 인문 서적만 꽂아두고 읽어도 충분히 당대의 지식과 서사를 만끽할 수 있는 목록을 만들고자 했다.”는 출판사의 바람은 이런 식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2001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창립 만 10년을 맞았다. 베스트셀러와 많은 추천도서 목록을 보자면,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낸 셈이다. 지금이야 인문학 열풍이니 대세니 할 만큼 독자들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휴머니스트’ 설립 당시 인문 분야를 전문으로 내겠다는 결심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만했다. 자기계발서나 소설, 실용서적처럼 기존에 형성된 독자층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내더라도 수요와 자금에 맞춰 출판사도 ‘운영’해야 하기 때문. ‘휴머니스트’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 ‘휴머니스트’는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양서를 다량 보유한, 인문분야의 중요한 출판사로 자리매김을 단단히 했다.


편집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출판사

왼쪽부터 2010년 휴머니스트의 식구가 된 정다이, 박정선 편집자.
오른쪽은 선완규 편집주간

현재 20여 명의 편집자, 총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휴머니스트’는 마포구 연남동의 단독 주택을 개조해서 출판사로 운영하고 있다. 마당과 테라스가 내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회의실, 문 없는 방에는 분야별로 편집자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편집자들의 작업실은 개인 서재같이 꾸려져 있고 한 켠에는 부엌도 있다.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휴머니스트’ 식구들이 이날의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로 모였다. “자, 모여봐. 짧은 시간 동안 ‘휴머니스트’ 출판사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잖아. 지나온 10년과 앞으로 10년 얘기를 각자 나눠서 잘 해보자고.” 미리 전달한 인터뷰 질문지를 둘러싸고 편집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신간이지. 지금 내 머릿속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책이 바로 신간이야.” “『세계사 편지』를 추천하고 싶어. 이걸 보고 더 많은 사람이 울었으면 좋겠어.” “그 얘기는 네가 제일 잘 알지. 재량껏 알아서 해.”

‘휴머니스트’는 ‘편집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출판사’로 꼽힌다. 이건 ‘휴머니스트’ 편집자들의 소중한 자부심이다. 인터뷰 중에도 편집자들은 이 점을 강조했지만, 이날 인터뷰 직전 엿본 긴급회의를 통해 이곳 분위기를 얼핏 짐작할 수 있었다. 2010년 5월에 입사한 막내 박정선 편집자 역시 “편집자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는 점을 편집자로서 느끼는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표부터 막내까지 함께 ‘편집 일기’ 쓰는 출판사

황서현 편집장과 선완규 편집주간

휴머니스트가 ‘편집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출판사’가 된 까닭은, 이들의 목표가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휴머니스트’는 설립 초기부터 편집자의 역할, 능력에 관해 오랫동안 깊이 고민해왔다.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자율성을 많이 갖고자 했어요. 주어진 것만 하는 게 아니라, 만나고 싶은 저자를 찾아가고, 배우고 싶은 걸 더 배우고 누구나 하고 싶은 방식으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직접 경험하고 실험하는 일”을 ‘휴머니스트’ 설립 이후 가장 주력했다고 선 주간은 말했다.

홈페이지에 김학원 대표가 기고하는 ‘발행인의 노트북’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휴머니스트 출판사에는 사규가 없다. 그 흔한 상벌 규정도, 입사할 때 사인하는 근로계약서도 없다. 언뜻 보기엔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어, 질서도 안전의식도 없는 듯하다. (…) 하지만 희한하게도 제 갈 길을 잘도 간다. 그 이유가 뭘까?’

“출판사는 문화적 기업이기 때문에 편집자의 취향과 개성, 독특함이 중요해요. 편집자로서 생활해왔던 15년간의 경험에서 싹튼 문제의식이었죠.” 김학원 대표는 “직장인이지만 자유로움이 있고, 자신의 사고나 행동의 여지가 있는 편집자의 속?을 배려한 휴머니스트의 방식”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휴머니스트’에는 특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 대표부터 막내사원까지 함께 쓰는 ‘휴머니스트 출판 일기’다. “일하면서 겪는 갖가지 사건, 사고, 자신의 마음,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을 드러내는 거죠. 이 일기를 통해 누군가를 도와줄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요. 내가 나를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 이야기가 글쓰기를 통해 드러나요. 저자뿐 아니라 편집자에게도 글쓰기가 모든 생각의 마침표거든요.”

대표는 한해 2,000여 매, 편집자들은 1,000매 정도 쓴다는 편집일기도 10년이 되어 상당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였다. 이들이 말하는 ‘편집자의 자율성’을 증명하는 기록이자, 스스로 또 함께 만들어가는 출판사의 길이 담겨 있는 기록인 셈이다.


시대가 만들어낸 책, 꼭 필요한 책 『살아있는 교과서』 시리즈


출판사다운 출판사, 편집자다운 편집자를 고민하며 던진 많은 질문과 실험들이 지금의 휴머니스트를 만들어왔다. 편집자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이러한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금의 출판사 문화를 만든 셈. ‘휴머니스트’의 책들은 이러한 편집자들이 누구보다 깊은 고민과 즐거움 속에서 최선의 역량으로 완성된 것들이다.

‘편집자가 독자와 저자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 것인가?’ 휴머니스트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질문은 이러하다. 여느 출판사나 갖은 고민을 하지만,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답은 제각기 다르다. “사회와 독자의 환경에 뿌리내리는 출판사”를 지향한다는 ‘휴머니스트’의 답은, 그들이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립과 동시에 발간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휴머니스트’가 어떤 책을 만들고자 하는지 잘 보여준다. 당대에 꼭 필요한, 하지만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책들. 그들의 무모한 도전은 매번 계속되는 셈. 기존의 교과서가 낡은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고민하던 수천 명의 교사가 뭉쳤다. 이들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지식을 교과서로 담아낸 게<살아있는 교과서> 시리즈다.

한 권의 책마다 3년~5년의 준비기간이 들었고, 10명~20명의 가까운 교사들이 매달 회의와 밤샘 작업으로 이뤄낸 성과물이다. 휴먼 주니어, 기초교양 황서현 편집장은 책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웃었다. “여러 사람의 의견과 고민이 뭉쳐져 한 문장 한 문장이 나왔어요. 사무실에서 책상 다 밀고 침낭을 깔고 1박 2? 회의를 하기도 하고 날밤을 새우는 날도 숱했고요.” 이러한 노력은 실제로 교육의 현실을 조금씩 움직이는 중이다.

“<살아있는 한국사/ 세계사> 교과서는 그다음 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이 돼서 실제로 교과서로 쓰이고 있어요. 이런 경험들이 큰 힘이 되죠. 이 책을 본 80만 명의 독자들의 성원과 응원 덕분에 고되지만 후속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가 출간됐다. 기존처럼 시대나 갈래별로 딱딱하게 배우는 고전이 아니라, 지금 학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를 통해 고전문학을 제시한다. “나, 가족, 사랑, 죽음, 놀이 이런 주제별로 재편집했어요. 이렇게 고전문학을 접하게 되면 이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이야기를 좀 더 생생하게 들을 수 있고, 고전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최세정 편집자가 추천하는, “이 책은 꼭!”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무려 85명의 저자가 참여해 만든 네 권의 책. 우리 문화의 원형이 되는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는 물론 익숙한 캐릭터도 기존의 관념을 전복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문화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 강추!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원폭 2세 김형률 평전이다. 최근 일본 쓰나미와 더불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이 분 생각이 많이 났다. 원폭 피해가 유전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국내 원폭 2세들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원폭 피해 문제를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주는 책.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라는 책을 쓴 임지현 저자의 책. 많은 독자가 전작 때문에 선입견을 품고 이 책을 만나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세계를 향해 눈 막고, 귀를 닫아왔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



“진중권, 이진경 쌤과 대화할 땐 꼭 연필이 있어야”


독자에게 편집자가 지금 가장 필요한 책을 만들어 준다면, 저자에게 편집자는 어떤 존재여야 할까? 선완규 편집주간은 “편집자는 독자와 저자 두 사람에게 모두 선물을 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한다.

『미학 오디세이』 『미디어아트』 『서양미술사』 등 진중권의 저서 대부분은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됐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노마디즘』 『역사의 공간』 등 인문학 분야에서 중요한 저작을 펴내고 있는 이진경 역시 ‘휴머니스트’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는 저자다. 선완규 주간은 93년도부터 18년 동안 이들의 ‘담당 편집자’다.

“이제는 장단점을 서로 알고,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두 분의 글쓰기 스타일이 다른데, 비교하자면, 이진경 선생님은 산문적인 글쓰기를 해요. 프레임이 잡히기 전까진 아무것도 못하다가, 프레임이 딱 잡히면, 2~3일 쫙 쓰는 거예요. 진중권 선생님 같은 경우 아이디어가 순간순간 튀어나오죠. 찰나의 생각을 붙잡아 자기 언어로 풀어내니 약간 시적인 글쓰기죠. 그래서 진 선생님과 대화할 때는 항상 연필이 있어야 해요. (웃음) 툭툭 던지는 말이 책의 개념이나 콘셉트가 될 가능성이 많죠. 항상 메모지를 들고 쫓아다니기도 하고, 두 선생님께서 강의를 할 때 주로 많이 들으러 갔죠.”

선완규 편집주간은 “편집자는 저자에게 이제껏 해보지 못한 경험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둘의 사이는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비유했다. “친구가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있고, 기쁘게 할 때도 있고 밍숭맹숭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벌어지는 사건에 책이 매개가 돼요. 책을 통해서 가까워지기도 하고 더 깊어지기도 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휴머니스트’의 편집자들은 편집자와 독자 사이를 매개하는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려는 거죠.”


휴머니스트 앞으로 10년, 전문화된 교양서 준비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

‘휴머니스트’는 두 번째 도약이 될, 향후 10년 장기설계를 지난해에 마무리했다. 우선, 그간 매년 50종의 신간을 ?행하는 신간발행체제를 100종으로 바꾸었다. 향후 새로운 10년에 총 1,000권의 휴머니스트 기초교양서를 독자들은 만나게 될 테다.

“’휴머니스트’가 그간 추구했던 것이 ‘더 깊게’ 만들어 책을 통해 사고하고 토론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깊이를 넓이로 확장하는 게 다음 방향입니다.” 김학원 대표는 휴머니스트를 사이언스, 예술, 생태, 인문 등으로 브랜드 다각화에 대한 계획을 들려주었다.

휴머니스트가 만드는 사이언스, 예술, 생태 전문 분야 역시 휴머니스트의 성격인 ‘기본이 되는 교양’을 기초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제까지 많은 과학 책이 과학 대중화를 외쳤다면, 휴먼 사이언스는 그와 더불어 대중의 과학화를 꾀하고자 한다.

‘휴먼 사이언스’ 담당 임은선 팀장은 “요즘 스마트폰도 많이 쓰고 기술은 사람들에게 많이 다가와 있는데 과학은 사람들에게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쉽게 재미를 붙이고 공부할 수 있는 책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휴먼 아트 역시 마찬가지다. 예술의 대중화라는 콘셉 아래, 독특한 주제의 매력적인 미술 에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생태환경을 주제로 새로운 책을 만들고자 하는 ‘아카이브’는 작년 11월부터 일곱 권의 책을 내왔다. “자본주의, 미국 등의 문제를 옛날 식으로 거친 방식이 아니라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자 한다”고 ‘아카이브’ 박지홍 편집장은 말했다. 생태환경에 관한 책을 만들다 보니 반자본, 4대강 반대 등의 일관된 흐름이 만들어졌다.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지, 음지를 고루 살피자는 취지였고, 미국식 사고방식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최근 출간된 강 시리즈의 3권의 책은 시대 현실에 고개 돌리지 않고 정면 대응한 결과물입니다.” 소란, 구호가 아니라 창작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주장하는 책들이다. ‘아카이브’ 출판사에서도 이 책에 관한 독자들의 반응을 고대하고 있다. “얼마나 팔리느냐보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보고 공감하고, 함께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휴머니스트’ 편집자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출판사를 꿈꾸다

더불어 ‘휴머니스트’는 이제 편집자를 넘어 출판사를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디지털 시대에 출판사는 독자의 공간으로 확보되어야 하고, 저자와 독자 사이에 직접적인 교류를 매개하고 계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휴머니스트 인스티튜트’가 만들어져 지식 교류가 활성화될 거고, 항상 독자들이 출판사에 찾아올 수 있게끔 할 예정입니다. 출판사의 일정 지분 역시 독자들이 갖게 될 거고요.” 책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매개하겠다는 의지다. 독자들은 이제 ‘휴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판사의 형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진중권 작가가 추천하는 “내가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의 책”
『노마디즘 1』
근대라는 경계 속에 멈추어 있는 사람들의 인식 지평을 넓혀온 이진경의 작품이다. 저자가 자신이 탐색해온 탈근대적인 사유를 종합한 책 여기에 『천의 고원』의 해설서로 쉬운 설명과 풍부한 사례로 부담 없이 읽기에 좋다.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미리 읽어보고 『노마디즘』을 읽으면 굉장한 지적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뇌, 생각의 출현』
예술작품을 보면 순간 사람들은 충격에 가까운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이것을 감동이라고 한다면, 이 감동은 명작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감동이고, 작품 자체의 미적 감동일 것이다. 미적 감동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인가? 뇌의 발생과 생각의 탄생을 책은 그 기초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서양문명이 초래한 현대의 난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작은 이야기에서 다시 큰 이야기로 눈을 돌려 기독교의 ‘신’을 보라.


윤구병 작가가 추천하는 “내가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의 책”
『민들레와 애벌레』
이 책은 작고 귀여운 민들레와 애벌레 줄줄이가 만나 서로 도우며 커 가는 우정이야기를 담고 있다. 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그림과 민들레와 애벌레의 익살스러운 모습들은 읽는 이의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아빠와 함께 세상구경』
노경실 작가가 어린 시절 아빠와 보낸 한나절의 추억을 흑백영화처럼 아련하게 들려주는 그림책. 381번 전차, 성에 낀 유리창, 이불 봇짐, 달구지, 망태, 깡통 들고 구걸하는 소년 등 지금은 낯선 1960년대 서울 풍경을 이담 화가는 타임머신을 돌린 듯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지구는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인가?』
일본의 대재앙 앞에 환경을 더욱 생각하게 되는 요즘,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자연은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를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 환경 교육의 효과와 읽는 재미를 모두 살린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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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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