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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벗어난 모자관계, 새로운 가족의 탄생 - 『소년을 위로해 줘』 은희경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 가족의 탄생을 사유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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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결코, 어리지 않다. 그 나이가 어리다는 건, 그 나이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심지어 자신이 그 나이를 관통했다는 사실도 잊은...

열일곱. 결코, 어리지 않다. 그 나이가 어리다는 건, 그 나이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심지어 자신이 그 나이를 관통했다는 사실도 잊은, 그런 사람들의 비겁한 변명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나이에도 충분히 삶은 무겁고, 세상은 거칠다. 나이가 더 들었다고 삶이 더 무거워지거나 더 거칠어지는 게 아니다. 그저 다른 질감과 질량의 세상과 삶일 뿐이다. 아이라며 무조건 보호하고 감싸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지만, 그건 근대에 형성된 개념일 뿐이다. 그저, 작은 어른. 아이라고 놀리지 말아요.

다만, 열일곱이라고 다 똑같진 않다. 스물이라고 다들 같지 않고, 서른셋이라고 다들 비슷하지 않으며, 마흔일곱이라고 한 줄에 세울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에 접한 열일곱의 이야기들이 그랬다. 그 열일곱, 어른보다 결코 가볍거나 마냥 어리진 않다. 또 열일곱, 각자가 품은 세계가 다르다.

우선, <윈터스 본>의 열일곱. 리 돌리라는 이름의 소녀. 정신줄 놓고 있는 엄마와 소녀보다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는, 그야말로 소녀 가장. 아빠? 마약사범으로 감옥에 갔던 아빠는 집을 담보로 보석금 내고 풀려났으나, 사라졌고. 그런 아빠를 찾아 나선 열일곱에게 세상은 더없이 가혹하다. 스크린으로 포장된 허구라고? 글쎄, 꼭 그럴 것 같진 않다. 어떤 열일곱은, “살다 보면 겁이 나도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라고 말한다. 다람쥐를 잡아 살을 벗기고 내장을 발라내는 법을 알려주면서 돌리가 내뱉는 말. 열일곱에게 이렇게 가혹해도 되냐고? 개뿔.

『소년을 위로해 줘』의 열일곱. 강연우라는 이름의 소년. 세간의 기준으로 철없다고 말할법한 이혼한 엄마를 돌보는, 마음으로는 소년 가장. 다행히 공부에 취미도 없고, 공부하라고 억압하는 부모도 없다. 국경을 지키는 수비대같이 날짜변경선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고, 우주정거장에 취직하고 싶다. 멋지다. ‘대결할 힘을 갖추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가치관에 따르는 척해야 하는 미성년자 신분’임도 자각하지만, 그래도 안다. 혁명을 꿈꾸는 세계에선 정통이 성립되지 않음을. 열일곱의 다른 이름, 채영, 독고태수, 독고마리도 있다.

열일곱. 그것으로도 좋지만, 앞으로가 더 궁금할 나이. 물론, 그들은 또 다른 질량과 질감의 삶과 세상을 관통하고 있을 것이다. 궁금하지만,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 못할 나는, 다만 바라고 있다. 자존감을 지켜나가길, 엄혹하고 거친 세상의 진실을 회피하지 말고, 똑바로 쳐다보길. 그건 물론, 나에게도 열일곱을 지난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위로해 주는 것.


위로가 있는 신년의 어느 밤


지난 3일, 신년초. 서울 홍대부근의 상상마당에서 펼쳐진, 향긋한 북살롱. 이날의 테마는, ‘음악과 낭독이 있는 위로의 밤’. 싱어송라이터 ‘시와’(www.withsiwa.com)가 음악을 담당했고, 은희경 작가의 『소년을 위로해 줘』가 낭독을 맡은 밤. 카페 가득 빼곡하게 매운 독자들, 위로 받고 위로 하고 싶은 사람들. 어딘가에 살고 있을 열일곱(들)을 그려낸 은 작가와 어디선가 살았을 열일곱을 관통하거나 마음에 품고 있을 독자들이 만난 밤.

시와의 노래 「화양연화」가 그 밤의 시작이었다. 왕가위 감독의 유명한 영화, <화양연화>와 동명의 노래. ‘생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뜻?는 이 말은 2011년의 시작과 어울린다. 시와는 『소년을 위로해 줘』의 프롤로그를 읽고, 눈 내리는 장면 등을 떠올리면서 이 노래를 선택했단다. 아마도, 노래를 듣고 있을, 세상을 향한 그녀의 선물이 아녔을까.

이어, 시와에 의해 또 한곡의 위로가 울려 퍼졌다. 「랄랄라」. ‘엘레나 언니네’라는 블로거는 이 노래를, ‘조곤조곤 나를 어루만져주는 노래’(//elena.pe.kr/10098205276)라고 표현했다. 과연.

노래의 여운이 공기 속을 떠돌 시간, 은 작가가 약간은 달뜬 목소리로 이날 독자들과의 만남을 축복한다. “이렇게 와 줘서 고맙다. 책을 다 썼을 때 제일 기뻤고, 책이 나왔을 때 두려운 것도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반겨줘서 두렵지 않고 마냥 기쁘다. 독자가 읽는다는 것도 긴장되는데, 직접 독자를 만나는 것도 긴장된다. 몇 번 경험해보니, 독자들의 기(氣)도 받는다. 오늘 여러분들은 기를 뺏기는 거다. (웃음) 이런 자리는 책을 쓴 기쁨을 확인받는 자리라 참 좋다. 딴 것보다 작가와의 ‘만남’이라 참 좋다.”

새해 첫 낭독. 주인공들에 대한 소개가 묻어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 엄마 신민아씨와 아들 강연우군의 이사하는 날, 여름. 여느 엄마와 다른 엄마 신씨와 그런 엄마 밑에서 여느 아들보다 일찍 훌쩍 커버린 아들 강군. 그러니까, 강군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소설.

여름 이사는 보통 새벽에 시작된다. 날이 덥고 또 일찍 밝으니까. 하지만 우리 집은 예외다. 활짝 갠 싱그러운 여름아침, 창 너머로 맑은 새소리가 들려오고 냄새 좋은 홑이불 속에서 만끽하는 게으름이야말로 엄마의 사소하고도 사랑스러운 사치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말도 안 되고.… 때때로 느끼지만,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엄마를 닮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아빠 쪽일까. 이런 순간만은 나도 아빠에 대해 조금쯤 궁금해진다. 스스로 유전자를 이것저것 고를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나마 인간이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은 정말로 다행스럽고 말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잔뜩 어질러진 좁은 집.… 일단계의 여름 이사는 그렇게 끝났다. 이삿짐 트럭을 먼저 보낸 뒤 엄마는 자신의 낡은 소형차에 나를 태우고 새로운 동네로 향했다. 물론 깜빡 잊고 갖고 와버린 여벌의 열쇠뭉치를 돌려주기 위해 차를 한 번 돌려야 했고. 난 또, 이번에는 한 번에 끝나나 했지. (p.21~24, 28~29)


시와가 은 작가에게 물었고, 은 작가가 답했다. 중간 중간 낭독이 울려 퍼졌다.


술술 잘, 빨리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엔 특히 더 그런데…

“좀 재밌었으면 했다. 이번 소설은 주인공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극처럼 공감해줬으면 했다. 쓰고 나서 계속 읽어보면서 썼다. 리듬이 있어야 전달되는 효과가 강약으로 조절된다고 생각했고. 특히 구어체로 썼는데, 연재 올리고 나서 고친 것도 있다.”

민아씨와 연우의 대화 등이 대본 읽듯이 따라 읽게 되더라. 뭐랄까, 유도한 면이 있을지 몰라도, 등장인물 면면이 나와 닮은 느낌도 들고, 공감이 많이 됐다. 처음 이사하는 장면에서 엄마의 성격이 드러나던데…

“푼수처럼 보이고,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타인을 대할 때 서툴다. 다들 그렇지 않나. 나처럼 생각하고 대했다가 상처받고. (웃음) 내 첫 소설이 『타인에게 말 걸기』인데, 나도 그런 기질이 많다. 타인에 대해 상처받고 예민하고 겁먹고 이런 것들이 주인공들에게 일관적으로 있는 것 같다. 이 소설 주인공들도 조금씩 당당하고 자신 있고, 누구나 나를 사랑할 거라 생각하기보다 겁먹고 적응 안 되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감정이입을 했나? (웃음)”

하긴 엄마는 지금까지의 애인들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상냥하다. 좋은 인간으로 보이려는 태도가 아예 프로그램밍화되어 있는 사람이랄까. 자기 말로는 평판 같은 건 상관없지만 누구든 편견 없이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교양과 오랜 인기관리 생활이 몸에 배어서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남의 비난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p.24)

은 작가의 낭독이다. 연우군과 엄마 신민아씨가 대화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장면.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자. 가족의 탄생.

비밀세 징수시간. 엄마가 호두가 든 파운드케이크를 잘라 내 앞의 접시에 놓는다. 옆에는 사과홍차, 그리고 엄마 앞쪽에는 캔맥주 두 개.… 엄마가 캔맥주 따는 모습은 볼 때마다 불안하다. 왜 아니겠어. 고리를 붙잡고 젖히는 순간 하얀 거품이 비질비질 새어나오더니 고리가 똑 부러지고 만다. 내가 그 캔을 집어다가 끄트머리만 남은 고리를 눌러서 다시 따 건네준다. 받자마자 탁자에 내려놓지도 않고 곧 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신민아씨.… 소파에서 일어나서 보니 엄마는 맥주캔 쪽으로 손을 뻗는다. (p.249~252)

이 부분을 고른 이유가 있다면.

“모자관계가 이른바 상식적이진 않다. 그래도 사랑하는 관계라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자를 보여줄 수 있는 대화 같아서 이 부분을 골라봤고. 얼마 전에 동료 작가가 상을 받아 축사를 하게 됐는데, 우리 두 사람은 같은 동네 살면서 술을 굉장히 많이 마셨다. (웃음) 급식을 안 할 때인데, 애들 재워놓고 밤늦게 만나 새벽까지 술 마실 때가 있었다. 그렇게 새벽이 되면 도시락이 걱정되니까, 메추리알이나 오징어 젓갈 등을 주섬주섬 챙기는 거다, 도시락 싸려고. (일동 웃음)

그런 시절을 같이 견디고 지낸 뒤 이렇게 상을 받으니 그 시절이 생각난다고 얘기했다. 마침 그 자리에 친구의 딸이 있었다. 그 딸이 어떻게 느꼈는지 나중에 전해 들었다. 그 축사를 했을 때, 모두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왜 그런 짓을 했냐가 아니고, 격려 분위기였다. 그것이 이 소녀에게 신선했나보다. 나쁜 것만은 아니고 자기 인생을 살려는 치열한 모습을 보여줘서 그랬는지, 그날 이후 이 소녀가 엄마에게 굉장히 잘 한다더라.

아이들도 편견에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는, 그 소녀는 엄마를 좋아하면서도 다른 엄마가 하는 규칙적인 걸 하지 않아, (자신에게) 소홀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더라. 어른 뿐 아니라, 아이도 자기감정이 아닌 틀이 있구나, 생각도 했다. 정답을 맞추려한다는 생각이 그때도 들었다. 그런 것이 내 자신도 심해서, 욾직 극복 못하고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 속 연우는 엄마를 잘 이해하는 편 아닌가. 건전하지 않다고 했는데, 신민아 씨 멋있다고 생각했다. 연우가 어릴 때 여자 옷을 입고 싶다고 할 때, 원피스를 입히고 자기 안에 여러 모습이 있음을 알려주는 모습이 그랬다. 자라면서 툴툴 대긴 해도 엄마를 이해하지 않나 싶더라.

“그런 생각으로 했는데, 이런 소년 잘 없겠죠? (웃음)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 등을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최근 머릿속 틀이 각이 져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오늘, 위험해지고 싶고, 가족을 내려놓으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니, 그런 말씀도 와 닿고,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트위터 팔로우 하는 분도 있을 텐데, 트위터 등을 통해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도 본다.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 생각하면 순수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라고 해서 보면 스물한 살이고 그렇더라. (웃음) 사람은 자기 분량의 고민과 진지함을 다들 갖고 있다고 본다.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달라도. 내 고민을 공유해 준다니 기분이 좋다.”

이어진 낭독의 시간. 마침 독자가 요청한 부분이, 마침 작가가 준비해온 낭독과 겹치는 우연이라니. 짜고 친 것 아니냐고? 아니, 온전한 우연의 교감(이라고 믿는 마법 같은 순간). 우연, 낭독을 말하다.

신민아의 옷에 대한 유쾌한 편견, 여덟 번째 이야기 : 남의 옷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
계절이 바뀌어 작년에 입었던 겨울옷을 꺼낸다. 옷마다 지난해의 내 시간이 배어 있다. 그때 곁에 있었던 사람들, 지금도 다정하거나 떠났거나 아니면 변했거나.… 나는 학교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자들도 자신 속의 섬세함과 마음 약함 같은 거 드러내는 데 눈치 안 봐도 되고, 때로는 그게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어요. 하지만 어떡합니까. 어릴 때부터 입어온 옷이 이미 피부나 마찬가지가 돼버린걸.… 나는 이런 옷을 입어야 마음이 편해요.…하지만 실은 이 옷을 정말로 싫어합니다.… 이제 이런 옷을 입은 사람은 절대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벗을 수가 없어요. 죄송한 표현인데, 이런 건 술집 여자들한테나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지요. 비용을 지불하면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어 초라해지지 않으니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 남의 옷이 피부에 새겨져서 흉터가 되어버린 사람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다. (p.434~441)



오늘, 작가의 의상 보이나? 꼭 소설 속의 신민아씨 같은 모습이다.

“나, 되게 신경 쓴다. (웃음) 예전에는 두드러지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남들처럼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난 서른여섯에 소설가가 됐다. 그 전에는 바람직한 인간으로 살려다가 아닌 것 같아서 소설을 썼다. 머리에 너무 훈련되고 건전한 생각만 든 것 같더라. 그래서 타고난 힘과 전복적 상상력을 지닌 작가들에게 콤플렉스가 있다. 언제 저리 힘 있는 서사나 특이한 상상을 해보나 했는데, 어느 순간, 난 늘 상식적으로만 생각하니까, 그것만 뒤집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디진 같은?

“누디진, 이 소설을 연재하면서 알게 됐다. 연재할 때는 뭐든지 소설과 연관해서 생각을 한다. 여름에 누디진을 알게 됐는데, 머릿속에서 연관이 되는 거다. 소설에 써 먹어야지 하면서 인터넷을 찾는데, 찾아주는 친구가 귀찮아하더라. 그래도 소설에 써야 해서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웃음) 참고로, 누디진은 안 빨수록 가치가 있는, 사계절 청바지다.”

소설 쓰는 기간에는 뭐든지 연관 지어진다니. 나중에 집필할 때, 나도 얼쩡거리면 소설에 나올 수 있는 건가?

“소설에 어떻게 나올 줄 알고. (웃음) 나는 소설을 구성을 쓸데없는 것도 짜 맞추는 편이다. 어떤 분에겐 구도처럼, 또 어떤 분에겐 답답한 면도 있다는데, 이 소설을 쓸 때는 즉흥적으로 흐름에 맡기는 부분이 많았다. 한참 쓰다 보니, 주인공이 열일곱 살이라 내가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잖나. ‘19금’도 안 되고. 내 안에 고상한 문장이나 남을 가르치는 문장에 대한 욕구가 좀 있는데, 쓰면서 그런 부분이 약간 나오고 그랬던 것 같다.”

신민아씨가 재욱씨와 헤어져 있을 때 전화 통화하는 장면도 그런 건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온갖 문을 두드리는데 잘 안 됐다. 십대가 나오는 소설 엄청 읽기도 하고, 학교에 가서 한참 앉아있다 오기도 하고. 이야기 얼개는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답답했다. 동명의 힙합 노래를 듣고, 제목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는데,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우성이 아닌 사람들을 위로한다.

신민아씨는 싱글맘이고, 정직원도 아닌 보조 작가고, 연우몶 공부 잘 하는 아이도 아니고, 재욱이라는 남자도 잘 생긴 건 큰 능력이지만, 메이저는 아니니까. 카페 주인도 게이라거나, 소수자 등이 많이 나오는데, 약간은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어둡지 않게 그리고 싶었다. 그런 것이, 자기라는 인생을 만드는 건강한 활기 같은 게 되었으면 했다.

쓰다가, 소년으로만 주제가 가는 것 같아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고민했다. 남자를 위로해주자는 이야기가 아닌데. 그때 친한 친구가 시를 소개했다. 소년을 강요받을 때, 소녀도 강요받는다며. 여자와 남자가 투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시스템 때문에 강요받고 있다는 그 시를 소설 속에 바로 썼다.”


오, 나도 노래 만들 때 비슷하다. 편곡 하거나 곡을 떠올릴 때도 처음부터 내 안에서 창조하기보다 다른 노래를 듣다가 영감을 받기도 한다. 가사도 그렇고. 소설, 노래 등에 쓰이는 것이 주변의 것과 주고받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자극을 많이 받는 게, 특이한 체험이나 여행, 사건보다 좋은 책을 읽을 때다. 거기서 감흥이 왔을 때, 내가 경험한 이야기가 떠오르고, 나라면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자극이 되는 건, 남의 작품이다.”

낭독의 시간. 『소년을 위로해 줘』의 문학소녀, 채영이 쓴 소설이 될 테다. 낭독이 가증스러울지 모른다며, 은 작가는 방어막을 친다. 열일곱 소녀의 소설이며, 또한 이런 이유로,

“처음 소설을 쓸 때 마음속으로 작전 세웠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건조하고 독하게 쓰자고 다짐했다. 또 하나, 예쁘고 똑똑한 사람은 안 나온다. 그런 사람은 더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 더, 행복한 결말을 쓰지 않는다. 왜냐면 행복한 결말은 생각을 닫아버리니까.

그런데 이 소설에서 이 세 가지를 처음으로 다 어겼다. 이 소설은 처음 했던 그 다짐들을 깨고, 조금은 배짱을 부려봤다. 지금 읽는 부분이 감상적인데, 이 소설이 나오기 전에, 주인공 또래들에게 읽혔다. 그런데 남학생들은 연우 같이 우유부단하고 별 볼일 없는 놈이 괜찮은 여자와 어떻게 삼각관계냐, 말이 안 된다. 여학생들은 채영이처럼 예쁜 애가 무슨 상처냐며. (웃음)”


노트 첫 장을 연다.
이게 제목이군. ‘바다 오르간과 백조들의 섬’.

마침내 연락이 되어 기뻐요. 난 당신이 보는 것을 함께 보고 있어요. 이것은 사비네가 그리핀에게 보낸 첫 번째 엽서의 첫 문장입니다.… 당신이 나에게 오지 않겠다면 내가 당신에게 가겠어요. 이것은 사비네가 그리핀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입니다. 첫눈 오는 날, 나와 같은 곳을 보는 아이를 만난다면 나도 꼭 그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너에게 갈게. 네가 오지 않겠다면. (p.452~460)


낭독 다음, 시와의 노래,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을 포함한 두 곡. 낭독은 노래와 자매다.


독자 Q&A


소설 속 가족에 대한 말이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자기 모습을 소설에 드러낼 수 있다고 보는데, 어느 정도는 있을 것 같다. 작가가 그렇게 드러난 부분이 있다면. 또 자녀들 도움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 그런 부분이 있었나?

“이걸 연재하면서, 쓰는 동안에 일상이나 구상하는 것을 사진에도 올렸다. 포스트잇에 적힌 한 가지가, 가족의 탄생이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는 것을 구상해 놓은 게 있었고. 어쨌든 의도했던 바를 알아채는 독자를 만나면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소설을 쓰면서는 주위에 대해 주의를 해야 한다. 왜냐. 잘못 쓰면 주위에서 상처 받으니까. 그전에는 소설에서 나쁜 역할로 기자가 많더라. 남편이 기자다. 나쁘다기보다 비호감 캐릭터로 많이 등장했는데, 남편이 굉장히 큰 기여를 했다는 말도 하더라. (웃음) 아이들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니 조심스러웠다. 이전에 『내가 살았던 집』이란 소설을 썼는데, 엄마가 싱글맘이고, 딸이 가출한 얘기가 나온다. 딸이 내 소설들을 좋아하는데, 그 소설만 유일하게 싫어한다. 다른 사람이 오해하니까, 싫어하더라.

이 소설 쓰면서, 어디까지 내 일상과 관련된 것을 이야기할지 고민 되더라. (소설이) 건전해서 그랬는지, 딸과 아들이 해도 된다는 거다. 딸은 책을 좋아하고, 내 소설을 따라 읽는 팬인데, 아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내 소설 모두를 안 읽었다. 너도 내 독자로 만들어야 역량을 보이는 거다, 얘기도 했다. (웃음)

이 책이 열일곱 독백이라 아들에게 감수를 많이 받았다. 연재가 올라가기 전에, 아들은 말투나 이런 것 등에 대해 감수를 했다. 이전 소설과 다른 게 그런 지점이다. 예전엔 남 앞에서 서툰 모습 보이는 게 두려워서 공부하는 모습을 안 보이게 했다. 공부하고 있는 소설 쓸 때도 초고를 보이는 건 두려운 일이었고. 이 소설은 쓰는 과정에서 편집자 도움부터 주변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공동작업의 성격도 있다. 하나 더. 아들이 원피스 입고 싶다고 했을 때 입힌 건, 나와 아들의 실화다.”


작업할 때 여러 구상을 하면서 조금씩 하는지, 한 가지가 종결되면 다른 것을 구상하는지.

“작가가 배우랑 비슷한 데가 있다. 캐릭터에 몰두해서 살아가는 걸 상상해야 한다. 나는 한 가지를 끝내야 하는 타입이다. 단편을 집중적으로 쓸 때 빼고는, 5년 전부터 이 소설을 구상해서,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을 해오고 있었던 거지.”

아들이 열일곱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책과 아이가 좋아하는 책 다를 텐데,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 있다면.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도록 하는 게 좋겠다. (웃음) 뭐랄까. 책은 인연인 것 같다.”

그리하여, 2011년의 벽두, 당신의 안에 있는 소년(소녀)에게도 위로를. 위로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신묘년은 그렇게 다가올 것. 신묘년을 그렇게 꾸릴 것. 낭독이, 노래가, 밤을 위로하도다. 열일곱, 관통하거나 지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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