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일일까. 몸을 움직이는 데에 총체적 문제가 있고,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운동은 숨쉬기 운동. ‘몸이란 기계와 같아 많이 쓰면 빨리 닳는다’는 신조를 가지고 살아온 이 남자는 고백한다.“그래요. 저 춤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거짓이 아니라고요.”(p.14)
『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스윙, 살사, 탱고』의 저자 깜악귀(본명 김남훈) 얘기다. 직장을 다니며 각종 음악활동, 집필활동을 하며, ‘눈뜨고 코베인’의 보컬 및 기타리스트로 잊을 만하면 음반을 낸다는 그 역시, 소셜 댄스를 배우기 전까지는 춤과는 하등의 인연이 없었다. 소셜댄스란, 일종의 아마추어 커플 댄스 문화로, 대표적으로 스윙, 살사, 탱고를 들 수 있다.
서른의 문턱을 넘어가던 깜악귀, 어느 날 우연히 무도회 소개팅을 상상하며 스윙 댄스 강습소를 들렀다. 그곳에서 댄스의 세계를 접하게 되는데……. “그 뒤에 삶이 조금 변하게 되었다.” 이런 드라마틱한 전개라니. 이 저자에게 일어났던 특별한 일만은 아니다. 주변에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내 삶이 달라졌다고, 모두가 입을 맞춘 듯 그렇게 말한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킴벌리 커버거의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늦기 전에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만 했던 당신이라면, <여인의 향기>나 <쉘위 댄스> 속에 등장하는 근사한 몸짓을 보며 “언젠가 한번은 춤을 배우고 싶다”고 부러워만 했던 당신이라면, 저자 깜악귀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단지 어쩌다 우연히 시작했을 뿐인데 지금의 나는 춤을 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과분하게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활기를 찾아가는 건강한 신체, 다양한 결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는 방법에 대한 깨달음 등. 춤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와락 안겨주었다. (p.23)
춤이 특별한 사람들의 일일까? 깜악귀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댄스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춤을 접하자마자 피가 끓었다는 선수들 말고, 그저 스윙을 배운지 2년쯤 되었다는 저자를 만난 건 이 때문이다. 『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스윙, 살사, 탱고』는 춤에 입문하는 사람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춤을 시작하는 당신이 겪을 만한 상황에 대해 상세한 처방이 곁들어져 있다. 무엇보다, 몸치라서, 춤이 어려울 것 같아서, 성격이 내성적暫어서, 춤을 못 출 거라고 이제껏 당신을 주저앉혔던 편견들을 물리쳐준다.
춤은 당신과의 운명 같은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우연처럼, 남의 일처럼 당신의 집 근처 강습소에서 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그저 한 발짝만 내디디면 된다. 독자를 춤의 세계로 유혹해달라는 말에 깜악귀는 이렇게 말했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이제 속는 셈 치고 움직여보는 일만 남았다.
스윙 및 린디홉 대회인 ULHS의 2010년 영상, 유투브를 활용하면 소셜댄스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일상에서 즐기는 소셜 댄스는 대회용이나 공연용만큼 빠르지 않다.
잘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춤
“내친 김에 더 솔직해져 보자. 나는 왜 스윙에 빠졌고, 살사와 탱고까지 손대기 시작했는가? 답은 하나밖에 없다. 즐, 겁, 기 때문이다. 나는 소셜 댄스가 춤과 음악, 사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 좋은 소셜 댄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즐기고 아끼며 존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춤, 음악, 사람, 이 세 가지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p.21)
우연히 강습을 들으러 갔다가 스윙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스윙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나요?
“혼자서 춤을 출 땐, 상당히 잘해야 하거든요. 잘하지 않으면 폼도 안 나고 맛도 안 나요. 그런 춤을 보고 있으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마련인데, 소셜 댄스는 그렇지 않아요. 스텝부터 배우는데, 움직이기만 해도 되는 게 있어요.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춰져 있거든요. 걸을 수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정도예요. 음악이 나오고,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는 단계에서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소셜 댄스를 어떻게 배웠나요?
“대부분 동호회는 코스를 가지고 있어요. 초급, 중급, 1~2년 일정한 단계를 마치면, 여러 사람이 모이는 바에 가서, 좀더 많은 사람들과 춤을 추게 되죠.”
이 책 속에서 스윙, 살사, 탱고를 소개하고 있어요. 세 가지 춤을 전부 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에 들어온 소셜 댄스로 스윙, 살사, 탱고를 꼽을 수 있어요. 90년대 말쯤에 소셜 댄스가 갑자기 들어오면서, 동호회들이 생겨나고, 30대 직장인들의 취미문화가 형성됐죠. 동호회를 통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문화가 이어져왔는데, 스윙을 추다 보니 다른 춤은 어떤 춤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스윙이 참 재미있는데 혹시 다른 춤이 더 재미있는 게 아닐까 하는 호기심에서 배워보게 됐어요.”
스윙, 살사, 탱고는 배우기 쉬운 순서일까요?
“그렇진 않아요. 특별히 어떤 춤이 쉽다, 어렵다고 말할 순 없어요. 다만 탱고가 엄숙한 분위기가 있다면 스윙은 그보다 밝죠. 또 춤을 못 추는 사람에게 좀더 관대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접근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고요. 스윙은 체육복을 입고도 출 수 있어요. 반면에 탱고는 면티를 입고 추긴 어렵죠.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게 있어요. 살사 역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드레스 코드가 있는 편이고요. 무엇보다 스윙은 장난끼 있는 동작들이 많아서 정서적으로 친근감이 있어요. 하지만 춤 자체의 난이도는 스윙, 살사, 탱고가 비슷한 것 같아요.”
어떤 춤을 배울지 결정할 때, 고려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음악을 먼저 들어 볼 수 있겠죠. 각각? 음악을 듣고 ‘이 음악이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곳에 가보는 게 좋은 동기가 될 것 같아요. 첫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에, 같이 간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인가, 하는 이유도 중요하게 작용해요.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은데 한국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것 같아요. 집 근처나 회사 근처, 근거리에 동호회가 있는지도 염두에 둘 요소죠.”
“감춰져 있는 자신의 활발한 모습에 거부감 갖지 마세요”
2009년 춤을 추기 위해 떠난 베트남에서.
소셜 댄스는 소셜 댄스만의 방법론이 있어서, 상대가 춤을 출 수 있도록 이끌고(‘리드’lead라고 한다) 그에 호응하여 따르는(‘팔로’ follow라고 한다) 기법과 약속이 있다. 혼자서도 마음껏 춤출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약속들이 거추장스럽고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면 혼자서 출 수 없는 사람이 상대와 함께 이런 규약에 맞추어 춤을 추면 오히려 그게 지침이 되고 도움이 되기도 하다. 손을 잡으면 아무래도 더 용감해진다. 혼자가 아니라 최소한 둘이니까.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p. 33)
많은 사람들이 춤을 동경하면서도 자신이 몸치라는 이유로 망설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몸치이기 때문에 춤을 더 잘 출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그럴 수도 있죠. 춤을 추면서 느낀 건데, 사람들은 누구나 글을 쓰고 싶고, 춤추고 싶고, 음악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나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망설이는 건데, 그럼에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훨씬 집중력이 강한 것 같아요. 되기 시작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랄까요? 더 굶주린 상태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배우고 1년까지도 저 사람은 좀 안되겠다, 싶다가도 1년 2개월 째 엄청나게 실력이 늘어서 고수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어요. 오히려 예상과 반대로, 무슨 춤이든 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커플댄스에 빠져들지 못하기도 해요. 상대를 맞춰주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니까요. 잘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일단, 춰봐야 알 것 같아요.”
보통 활발한 사람들이 춤을 잘 즐길 것 같다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탱고는 그렇지 않아요. 프랑스 문학을 읽을 것 같은 사람들 같은 사람들이 춰요.(웃음) 활발해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소셜 댄스는 활발한 사람들이 춘다기보다, 딱 보면 전혀 활발해 보이지 않는데 춤을 출 때만 활발해 보이는 사람이 있거든요. 누구에게나 활발한 면이 있잖아요. 그런 자신의 활발한 면에 미리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세 가지 배워보니 어떤가요? 소셜 댄스라는 장르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어떤 문화권에나 누군가와 손잡고 춤추는 문화는 있었어요. 특히 1950~60년대 주류 대중문화였어요. 미국 도시마다 무도회장이 있고. 라이브 밴드를 두고, 사람들이 손을 잡고 춤을 췄거든요. 되게 당연한 문화였던 셈이죠. 미국 하이틴 영화를 보면, 고등학생들이 졸업파티에 춤을 추려고 드레스업을 하는 장면들이 꼭 나오잖아요. 기본적으로 누구나 배워볼 만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즐거운 것과 상대가 즐거운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요.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걸 배우는 거죠. 서로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점을 존중하면서 예의를 지켜 다가가는 트레이닝을 할 수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하나같이 한국 남자들에게 부족한 점들을 배울 수 있는 일이라고 봐요. 꼭 빠져들지 않더라도 교양으로 배워볼 만한 일이죠.”
저자님만의 소셜 댄스 노하우가 있다면요?
“남들이 다 하는 수준의 것들이에요. 상대를 배려하고, 기본에 충실하고, 항상 창의적이려고 노력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하는 일들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자기 방식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게 소셜 댄스의 매력이에요. 긴장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건 모든 댄서들이 공유하는 생각인데, 그걸 해내는 방식은 다 다르거든요. 상대를 재미있게 하려는 댄서도 있고, 자기 몸과 상대의 몸 상태를 이상적으로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는 댄서도 있고요.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새로운 패턴을 모으는 댄서도 있고요.”
소셜 댄스에서 상대를 배려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인가요?
“상대가 내 기술을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자기만 신경 쓰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있어요. 손을 잡는 다는 게 상당히 큰 일이에요. 잡고 있으면 상대방의 심리상태와 감정상태가 느껴져요. 이 기술을 시작하면 상대가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고요. 전신 몸 상태도 전달돼요. 궁극적으로 배려라는 것은, 상대가 어떤 춤을 추고 싶어하는지 알아주는 일이죠. 그걸 내가 추고 싶은 춤과 같이 녹여낼 수 있어야 하고요.”
특별히 교감이 잘 되는 팔로워가 있나요?
“단순하게는 내가 하는 여러 가지 기술들을 잘 받아내는 파트너가 좋은 팔로워인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몸 상태의 깊은 부분까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죠. 그래야 기술이 잘 받아지거든요. 몸의 밸런스 상태를 잘 맞춰서, 머리를 쓰지 않아도 춤출 수 있는 상대. 몸과 감정과 정신이 하나가 되는 걸 교감이라고 하는 것이고, 그게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게 이상적인 춤이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파트너가 좋은 팔로워고요.”
처음 만난 외국인이나, 낯선 사람과도 그런 교감이 가능하다는 게 굉장한 매력인 것 같아요.
“짜르르 통할 수 있죠. 커피 한 잔 하는 것보다 잘 알게 되는 면이 있어요. 기저심리라고 할까요? 가장 깊숙이 있는 상대의 심리는 커피 한잔으로 알 수 없잖아요. 제가 패턴을 시도해서 상대가 못 받았다고 했을 때. 상대는 어떻게 커버를 하는지. 낯선 기술을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죠. 순간적인 위트 기질을 발견할 수 있어요. 0.5초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춤 추는 동안에는 무슨‘척’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솔직해지지 않으면 커넥션이 좋지 않으니까요.”
스윙, 살사, 탱고 “재미도 다르고 느낌도 완전히 달라요”
“이렇게 추는 게 맞나요?”하고 물으면 종종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맞고 틀리고는 없어요. 서로 즐거우면 되는 거예요.” (p.27)
스윙, 살사, 탱고,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스윙이 밝고 재미있고 편한 분위기에서 추는 춤이라면, 살사는 서로의 카리스마를 어필하는 매력적인 춤이죠. 서로의 매력을 어필하면서 교감을 주고받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탱고는 그와는 또 다른 교감을 느낄 수 있어요. 탱고 댄서들은 하루에 몇 곡 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를테면, 스윙이나 살사는 많이 추고, 좋게 춰야 배부르다고 생각하거든요.
탱고는 낚시질하는 기분으로 기다리는 느낌이 있어요. ‘좋은 춤을 딱 세 명하고만 춰도 좋았다’고 느끼니까. 정서상 많이 다르죠. 세 춤이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르거든요. 스윙이 미국적인 정서라면, 살사는 쿠바나 열대의 정서고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어떤 뒷골목의 정서를 담고 있어요. 그만큼 재미도 다르고 느낌도 완전히 달라요.”
스윙과 탱고는 좋은 춤의 개념이 다른 것 같은데요. 스윙은 활동이 많고 신나야 좋고, 탱고는 완벽한 교감을 꿈꾸는 것 같고요.
“농담할 때, 스윙바는 롤러코스터 체육관, 헬스장 같다고 얘기해요. 그에 비해 살사 바는 나이트클럽 같은 느낌이고, 밀롱가(탱고바)는 술을 파는 카페 같은 느낌이 있죠.”
탱고는 훨씬 밀착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교감이 중요할 것 같아요. 어려워서 포기하는 분이 많다는데 어떤가요?
“네, 교감이 어려워요. 가까이 붙어서 춘다는 건, 스윙이나 살?보다 움직임에 제약이 크다는 뜻이거든요. 상대를 가두게 되요. 갇힌 상태 속에서 편하게 느끼는 게 어렵죠. 그 안에서 서로 한 몸이 된 것처럼 음악의 느낌을 공유해야 하는데, 상당히 집중력을 요구하는 춤이에요. 저도 몇 개월 해봤지만, 아직 아주 깊은 교감을 이뤄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소셜 댄스를 접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막 재미를 들릴 즈음, 천천히 가볍게 하는 법이 없고, 아주 파고들어 제대로 하고 싶어하는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잘한다 못한다 평가하길 좋아하고 행여나 못한다는 소리라도 들으면 굉장히 괴로워한다.(p.78)” 소셜 댄스는 춤과 음악을 즐기는 거죠. 베스트댄서는 타고나는 거지만, 굿 댄서는 누구나 될 수 있어요.”
어쩐지 취미로 춤을 배우는 데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잖아요. 그런 생각들이 춤 추는 데에 방해가 될 것 같아요.
“특히 살사 댄서들 가운데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강했던 건 사실인데요. 요즘은 많이 바뀌고 있어요. 어떤 춤이든 배우면, 당일에 출 수 있어요. 다만 그렇게 추는 게 자신의 맘에 드는지. 상대가 괜찮게 생각하는지의 문제겠죠. 서로가 편하기만 하다면 “방금 한 동작 틀렸다. 다시 해라”라고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게 소셜 댄스의 특징이고 이념이죠. 스포츠댄스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고. 어떤 춤이든 다 출 수 있어요. 어려운 동작을 해서 폼을 내려고 욕심 부리지만 않는다면.”
“소셜 댄스,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어요”
“우린 그저 한국에서 스윙댄스를 배웠을 뿐인데, 그것을 통해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한쪽 끄트머리를 잡은 셈이었다.”(p.297)
깜악귀는 스윙 음악을 만들어서 화제가 됐어요. <스윙아웃을 못하는 너>라고, 스윙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노래라고 하던데요.(웃음)
“재미로 만들었어요. 스윙 댄서를 소재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집에 있는 홈레코딩 장비로 30분 정도 녹음하고, 아는 사람 몇 명에게 들려줬죠. 어느 날 바에서 나오더라고요. 좋아해주셔서 즐거운데, 바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면 민망하죠. 일부러 더 만들 생각은 없어요. 지금 있는 음악으로 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한때 댄스파티를 열기도 했죠. 깜악귀의 댄스 파티는 특별하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어떻게 다른가요?
“드레스 코드를 특이하게 정해준다거나, 분위기 좋은 와인바를 빌린다거나, 라이브 밴드를 올린다거나 하는 식이었어요. 제가 정형화된 걸 싫어해서 그땐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어요. 디제이들끼리 서로 곡을 하나씩 틀고, 서로 비판을 시키는 디제이 배틀 같은 것들. 지금은 안 해요. 그렇게 신경을 쓰다 보니까, 제가 즐기기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소소한 파티만 하고 있어요.”
춤이 좋아서, 취미를 한발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춤이 취미를 넘어 인생이 된 사람들, 어떤 사례가 있나요?
“댄서로 전업을 하는 케이스가 대표적이죠. 한국에서 제일 춤을 잘 추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해외 대회 나가서 성과를 올려야지 하는 사람도 있어요. 댄스 홀을 차려서 사장이 되겠다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전문적으로 고르는 디제이가 되려는 사람도 있어요. 그걸로 돈이 되진 않지만요. 그 문화에 빠져서 아예 해외에 나가버리는 사람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차려 해외 댄서들과 교류를 꿈꾸는 사람도 있고. 강사 생활을 시작한 사람도 있죠.”
직장을 가진 사람에게 이상적인 소셜댄스 인생이란 어떤 걸까요?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핵심이 있는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니다 보면 점점 인간관계가 작아지거든요.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도 점점 줄어들고요. 소셜 댄스를 하면 사람을 만나기가 쉬워요. 직장에 다니면서 좁아지고 황폐해지는 인간관계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음악을 즐기는 문화를 누릴 수 있어요. 그냥 방안에 틀어박혀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사??과 음악을 듣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 되죠.”
춤을 추다 보면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을 텐데요.
“어느 순간 좀 지겨워지는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사람의 춤을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거나, 내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춤을 춰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죠. 저 같은 경우는 좀 쉬었어요. 한달 정도 쉬다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 나갔는데, 춤을 추다 보니 다 잊혀지더라고요. 문득 그런 취미가 있다는 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춤추기가 훨씬 편해졌고요.”
“춤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지도 몰라요”
춤은 그 사람을 반영한다지만 한편으로는 춤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파트너와 춤을 추기 시작하면 그 둘은 일상적인 공간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에 놓이는 셈이 되고 그것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얼굴도 달라져서 가면을 쓴 것처럼 변하는 것이다. 그런 게 춤의 마력이 아닐까 (p.228)
소셜 댄스에 사회적, 문화적인 요소가 녹아있다고 했어요. 나라마다 시기마다 분위기도 다를 것 같은데요. 지금의 한국 소셜 문화의 특징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열심히들 한다는 거죠. 매일매일 추려고 하고, 한 도시에 댄서의 양만으로는 세계 최고일 거예요, 소셜 신이 크게 확장하는 시기는 많이 지났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양적 확대는 정체되었지만, 내적으로 성숙기를 보내고 있다고 할까요? 기존의 강박을 벗어나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요.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지고도 있고요. 반드시 거쳐야 할 시기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셜 댄스는 즐기는 춤, 서로 맞추는 춤이라는 정의했어요. 그에 비해 한국 댄서들이 너무 하드 트레이닝을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춤을 즐기기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마음을 편히 갖는 거죠. 자기는 안될 거라고 금방 속단하지도 않고, 잘 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도 않고 그냥 하는 거예요. 그게 제일 어려운 거예요. 춤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그런 상태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고요. 누구나 부담되고, 난 안돼,라고 조바심이 들죠.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걸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요.”
춤을 추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맥락이 가장 유혹적이었어요, 춤추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일단 몸 상태가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몸 상태는 관심도 갖지 않았죠. 이제는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땀을 정기적으로 흘리고 있고요. 내가 시간을 할애하는 생활의 일부가 됐죠. 활력소라고도 할 수 있고요. 또 어느 날인가 사람이 정말 보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바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도 그렇죠.”
어떤 소셜 댄서가 되고 싶나요?
“꾸준하게 지루해하지 않은 소셜 댄서가 되고 싶어요. 춤을 추는 시기마다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 배울 때는 재미있는 소셜 댄서가 되고 싶었고. 새로운 춤을 추는 소셜댄서가 되고 싶기도 했고요. 커피는 매일 마셔도 지겹지 않잖아요? 매일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항상 마음 편하게 같이 출 수 있고, 같이 춰도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댄서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소셜 댄스의 세계로 유혹하는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인생이란 게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잖아요. 춤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소셜 댄스를 배운다는 건, 인생이 달라질 가능성이 큰 일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어떤 무엇인가가 되는 경험이기도 하고요. 주변에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 ‘이거 재미 없어지면 어떡하지?’ 걱정할 정도로 인생의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권하고 싶은 일이에요. (잠시) 좋은 데 어떻게 해. 말로 표현할 순 없고. 뭐라고 표현하긴 어렵고.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춤을 배우고 싶은 당신, 웰컴투 댄스 동호회”
아직도 망설이는 당신을 위해 오늘도 활발히 소셜댄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동호회를 소개한다. 동호회는 소셜댄스를 배울 수 있는 일반적인 길이다. 아래 소개된 곳 외에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규모의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가급적 근거리가 좋고,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이 좋다. 없다면? 가족 같은 동호회원들이 당신의 특별한 친구들이 되어줄 테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주로 홍대 주변에서 활동하며, 10시부터 7시까지는 직장을 다니고, 그 외의 시간에는 각종 음악 활동과 집필 활동 등을 한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홍대의 하루』(공저)를 썼다. 밴드 눈뜨고코베인의 보컬 및 기타리스트로 잊을 만하면 음반을 내기도 한다. 스스로를 서브 컬처 문화인이라고 생각한다. 서른의 문턱을 넘어가던 어느 날, 우연히 커플 댄스를 접하게 됐..
30대를 위한 '본격 부추김' 취미실용 에세이 〈서른 살 처음〉시리즈 두 번째 책. 서른 살 문턱을 넘을 때까지 춤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던 저자가 스윙 댄스부터 살사, 탱고에 이르기까지 소셜 댄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경험담과 소셜 댄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소개한다. 소셜 댄스란 공연용 댄스 스포츠와 달..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