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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 김탁환이 전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팁 - 『눈먼 시계공』 김탁환, 정재승

‘<아이언맨>과 『눈먼 시계공』 으로 보는 미래와 융합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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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과학이 만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소설가와 과학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융합형 소설을 내놨다. 이 만남이 흥미로운 것은, 시간이 품은 사건 속에서 이야기의 가지를 치는 장인 김탁환 소설가와 대중적인 과학 글쓰기로 꽤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와 과학이 만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소설가와 과학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융합형 소설을 내놨다. 이 만남이 흥미로운 것은, 시간이 품은 사건 속에서 이야기의 가지를 치는 장인 김탁환 소설가와 대중적인 과학 글쓰기로 꽤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눈먼 시계공』(김탁환?정재승 지음|김한민 그림/민음사 펴냄)이 그 협업작품이다.

배경은 2049년, 39년 후의 서울. 현재의 과학 발전 속도를 감안해 고증을 거쳐 실현 혹은 예측 가능한 시공간을 구축했다. 사이버네틱스(인공 생체기술)과 로봇이 본격 등장하고 최첨단 정보기술이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현실과 시대를 돌아볼 수 있다. 뭣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린다.

그 흥미로운 미래 서사를 던진 작가와 만나는 시간. 지난달 16일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에서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人터뷰’가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김탁환 작가와 정재승 교수. 『눈먼 시계공』의 공동 저작자로서, 이날 ‘<아이언맨>과 『눈먼 시계공』으로 보는 미래와 융합 글쓰기’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났다.

다만, 이날 약간의 방송사고, 아니 행사사고가 있었다. 애초 계획은 두 사람의 대담, 관객과 나누는 대화 등이 진행된 뒤 <아이언맨 2>가 상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재승 교수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다행히 경미한 사고였다―대담에 참여하지 못해, 김탁환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채워졌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

김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팁에 앞서, 2주 전 제주 올레길을 거닐었던 경험을 말한다.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되는 제주 올레길. 물론 파란색만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김 작가는 파란색을 따라가는 것을 택했으면서도, 가는 내내 맞나, 안 맞나, 고민했단다. 아이폰을 꺼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을 하면서. 그러다 갑자기 아이폰이 고장 나면서 낭패감을 느낀 경험을 말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이 곧 파란 화살표다. 20년 동안 이야기를 만든 사람은 저런 화살표를 만들어서 가는구나, 생각하면 된다. 난 저렇게 안 갈래, 한다면 자신이 마음대로 가면 된다. 편하게 갈 거란 보장은 못하지만.(웃음)”

김 작가는 요즘 『논어』를 읽고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말이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옹야」 편).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곧,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언급.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은, 내겐 즐거운 작업이다. 습작하는 사람들 중에 고통스럽다, 싫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글 쓰지 말라고 한다. 글을 써서 그리 불행하면 글 쓰지 말고 다른 행복한 것을 해야 한다.”

때문에 글을 쓰는 것,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에는 완성의 순간에 찾아오는 큰 기쁨도 있지만, 잔 기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잔 기쁨이 모여 마지막에 큰 기쁨이 된다. 김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 만들기의 대 원칙,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기쁜 일이다”. 이어지는 이야기 만들기에 얽힌 소설 노동자의 체험이 담긴 팁(Tip).


소설노동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Tip

첫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바로 쓰지 않는다.

연애편지의 경험, 떠올리면 되겠다. 깊은 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자니 폭풍감정 작렬한다. 손발 오그라드는 것 개의치 않고, 그 감정을 쏟아 붓는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이다. 북북 찢어지는 감정의 찌꺼기들. 차마, 이 편지를 보낼 수가 없구나, 하~ 대체 밤에 내가 뭘 한 거지???

“밤에 연애편지를 쓸 때와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경험이 많지 않으면 이때 바로 쓴다. 아이디어가 달아날까봐. 그러나 백에 백, 용두사미가 된다. 멋지게 시작했다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첫 장편을 쓰는 작가를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앞부분은 빛나고 나중은 흐지부지. 이런 걸 보면, 아이디어가 바로 떠올라서 쓰기 시작했구나 싶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좋은 작품을 쓰면 그건 천재다.”

고로, 김 작가의 첫째 팁을 부연하자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 『눈먼 시계공』도 그런 숙성의 과정을 거쳤다. 정재승 교수의 아이디어가 반짝한 것은 3년 전. 그것도 술자리였다. 당시 KAIST에 재직하고 있던 두 사람. 한 학생의 논문을 함께 지도하고 있는데, 그 학생이 제대로 못 알아들으니 복장이 터질 노릇, 학생은 자러 가고 밤은 깊어 새벽 3시. 에잇, 술이나 마시자. 재미없는 논문 이야기 말고 재밌는 이야기나 하자. 니나노~

그때 여러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그 가운데 한 이야기를 정 교수가 열나게 주절주절. 축약해보자. 한마디로, 사자 우리에 남자를 집어넣은 여자의 이야기다. 실제다.

한 연인,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갔다. 여자가 손수건을 사자우리에 던지고 남자에게 말했다. ‘날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손수건을 꺼내와.’ 이 남자, 콩깍지 단단히 뒤집어썼나보다. 우리를 훌쩍 넘어간 이 남자, 조심스레 손수건을 집었다. 당시 사자, 20m쯤 떨어져 졸고 있었는데, 남자가 우리에 들어가 손수건을 잡는 순간, 눈을 번쩍. 남자를 향해 전력질주 하는 사자. 10분간 사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사자 앞에 남자 사람이 당할 순 없다. 그 남자, 여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사랑을 증명하다 죽었단다. 신문에도 나왔다. “난 왜 이 이야길 들어야 하나 하면서 듣고 있는데, ‘뭐가 재밌죠?’라고 정 교수에게 물었다.”

이 기사의 후일담이 정 교수는 흥미로웠단다. 시간이 지나서 토막 기사가 났다. 그 남자의 입을 조사해보니 사자의 갈기가 가득했단다. 사자가 덮치니, 이 남자도 사자를 문 것. 최선을 다해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가진 동물성이 발현된 순간.

절대적인 공포 속에서 엄청난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생각, 이 생존 본능이 그를 죽기살기로 저항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생존 본능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순간, 엄청난 분노와 함께 미친 듯이 덤벼대는 인간의 폭력 성향도 결국 이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명체라면 공히 가지고 있을 이 생존 본능을 우리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로봇에게 생존 본능을 코딩해 자신을 분해하거나 부수려는 존재에 맞서 분노하게 만드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 소설 『눈먼 시계공』의 아이디어는 20년 전 일어난 이 시간에서 출발했다. (…) ‘남자 입속의 사자털’은 나에게는 도무지 풀 수 없는 인생의 화두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과학자인 내게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애 첫 충동’을 일으켰다.(p.370, 『눈먼 세계공 2』 작가의 말_ 정재승)

정 교수, 로봇과 뇌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어떤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숱한 소설가와 영화감독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그 아이디어를 블라블라, 옳다구나, 우리 합시다, 그래, 가는 거야~ 그러나 연애편지와 마찬가지로, 밤에 달뜬 이야기는 해만 뜨면 쪼그라드는 속성을 지니나니. 돈도 너무 많이 들고, 제대로 착종이 안 됐다.


둘째, ‘1:1:1’의 배율을 지킨다.

그때 구원(?)처럼 나타난 김 작가. 작당모의를 한다. “같이 소설을 써야 하는데, 로봇, 뇌, 본능을 아우른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다. 둘째 팁인데, 나는 트라이앵글 구조로 소설을 쓴다. 1대1대1. 한 권을 쓰는 데 6개월이 걸린다 하면(초고), 자료조사 6개월, 퇴고 6개월이 필요하다. 즉, 1년 6개월의 타임테이블을 짜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2권짜리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초고에 1년 걸릴 테니, 1년을 스터디하고, 1년을 퇴고하자고 했다. 3년 뒤 소설을 내자고 제안했다.”

정 교수, 깜짝 놀랐단다. 당장 내일부터 쓰자고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면서. 이건 김 작가의 일종의 비기다. 작가로 살아오기, 14년. 이런 프로세싱을 거치면 태작이 나오지 않더라는 그의 경험이다.

“서둘러 작품을 내면 C나 D의 작품이 나오고 구상(스터디)부터 초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 B 이상 나오더라. 여러분도 이야길 쓰게 되면, 일주일이 걸린다 하면 준비를 일주일 해라. 쓰기 전에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작품 수준이 정해진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초고를 쓰는 작업은 20일 정도가 필요한 거다. 문창과에서 이렇게 강의했는데, 학생들이 말을 안 듣는다.(웃음)”

헤밍웨이 가라사대.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이건, 진짜 쓰레기이기도 하고, 쓰레기 취급을 하라는 말씀이다. 그만큼 고칠 수 있다는 것이고, 고칠수록 작품은 좋아진다는 김 작가의 말씀도 따른다.

셋째, 캐릭터에 이야기성을 부여하라.

김 작가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낸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라며, 『헬로키티 성공신화』를 보여준다. “헬로 키티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분석한 책이다. 재밌는 게, 뒷부분에 헬로 키티의 비밀들이란 조항이 있다. 캐릭터를 짜면서 디자이너들이 모여 헬로 키티 아빠가 보통의 샐러리맨이라는 것부터 엄마는 예전에 피아니스트였으나 현재는 모든 가사를 즐겁게 하며, 헬로 키티 일상, 학교를 비롯해, 첫 친구가 빨간 금붕어이고 좋아하는 치약 맛, 좋아하는 빵 등 헬로 키티를 둘러싼 모든 것을 설정했다. 몰랐을 거다. 이걸 알고 헬로 키티를 보면 이런 스토리가 캐릭터에 숨어 있구나 하면서 볼 수 있다.”

즉, 어떤 이야기든,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작가의 강조점. “인물을 정해 놓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혈액형을 고민한다. 『불멸의 이순신』을 할 때도, 혈액형부터 고민했다. 소설에 혈액형은 나오지 않는데, 창작자는 소설에 안 나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인물을 만들 때, 작가가 10가지만 알면 독자와 작가가 아는 수준이 같아서, 독자는 캐릭터에게 싫증을 낸다. 캐릭터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중요하다. 나는 100문 100답을 쓴다. 은석범(『눈먼 시계공』의 주인공)을 놓고도 100문 100답한 노트가 있다. 그렇게 정리하면서 인물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바꾸기도 하고. 버릇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캐릭터에 이야기를 부여하면서 비밀을 정리해놓은 거다. 독자들에게 절대 안 보여준다. 나만 알고 있는 거다.”

이런 인물의 비사를 혹은 비밀을 설정하면서, 인물은 다채로워지고 작가는 인물을 장악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즐거운 작업이란다. 자신이 신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넷째, 답사를 꼭 가야 한다.

이야기에 구체성과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답사갈 수 있는 곳은 꼭 가야 한단다. 그런데, 갈 수 없는 시공간이라면? 김 작가의 소설에서 특히 심하게 고민했던 것이 두 경우가, 하나는 『나, 황진이』, 그리고 이번 『눈먼 시계공』.

『나, 황진이』를 쓸 때는 배경이 15세기 말~ 16세기 초 개성이었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을 보면서 개성에 대해 요약해서 포스트잇을 책상에 붙이고 그랬다. 황진이가 개성 한 바퀴를 도는 것을 묘사하고 싶으면, 상상답사를 하는 거지. 스스로 공간을 구축해서. 고려시대 자료를 읽으면서 개성을 복원하고 이야기를 짰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면서 행복한 거지. 이 짓을 해본 사람이 없으니까.(웃음)”

이번 책도 그랬다. 2049년의 서울. 우선 지금 서울에 대한 감각을 지웠다. 39년 후 서울의 집은 어떻고, 밥은 어떻게 먹고, 친구에게 전화는 어떻게 하고, 사랑은 어떻게 나누고 등을 구축해야 했던 작업. 가장 어려운 건, 지금의 과학발전 속도를 예측해서 39년 후에 바뀔 것을 묘사하는 것이었다. 즉, 예측가능성을 따지는 것.

“정 교수와 나눠서 작업을 했다. 어떤 집에 살까에 대한 자료를 보니, 놀랍게도 부자일수록 자연친화적인 집에 사는 거다. 집안에 나무가 있고, 벽에 안개가 분무되고. 가난할수록 디지털 환경에 살고. 그런 자료를 모으니, 백 몇 십 가지로 분류됐고, 이를 구축했다. 이 소설을 보면 그렇게 구축한 모습이 담겨 있다. 그건 스토리와 바로 직결되는 것 같진 않은데,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지금 과학수준 발전을 따져서 2049년을 구축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우리 상상은 날아다니는 상상은 아니었다. 지금 발전 단계에서의 제한적인 상상이고, 그 상상을 정확히 해보려고 노력한 과정이었다.”

그만큼 이야길 만들 때는 시공간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걸 장악하는 것이 이야기를 좀 더 잘 만들 수 있는 길이고. 공간을 장악하기 위해선 답사가 필요하며, 실재를 답사하기 어렵다면 몽상을 통한 답사를 동원해야 한다.

이 네 가지, 어렵지 않은 것 같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팁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이런 말로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네 가지 과정을 거치면 퀄리티에 차이가 난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자의식을 만드는 과정이다. 김탁환의 창작방법이기도 한데, 『눈먼 시계공』을 통해 협업할 때도, 16세기 적용해도 되고 2049년 적용해도 되더라. 지금은 다른 소설을 쓰고 있는데, 일제 시대를 다룬 시대극이다. 2049년을 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품을 다 쓰고는 잊으려고 노력한다. 헤밍웨이는 여자를 바꿨고, 나는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웃음)”


Q&A

이어진, 질의응답의 시간.

매일 원고지 50매씩 쓴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쓰고 막힐 때는 어떻게 하나.

“50장은 오버다. 굉장히 잘 써질 때나 그렇게…….(웃음) 요즘 20~30매씩, 하루 8시간을 쓴다. 우선, 집에서 아침 6시 반 정도부터 9시 정도까지 쓴다. 9시가 되면 짐을 싸서 파주의 작업실로 간다. 한 타임 쓰면 지치기 때문에 그렇게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쓴다.

삶이 단순하다. 단순해질수록 글 쓰는 힘이 커지는 것 같다. 3시 이후는 노는 시간이다. 아무렇게나 산다. 영화, 친구, 책 등등. 3시까지 열심히 쓰면, 안 되는 날은 20매 정도, 잘되는 날은 30매를 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하루에 5매, 안 되면 3매, 치명적으로 안 되면 한줄 쓰는 날도 있었다. 어쨌든 쓸수록 는다. 중요한 건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 매일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는 거지. 그게 쌓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생각도 들고 자신이 기특해진다.

글이 안 된다고 술 마셔야지, 여행 가야지, 하는 사람들은 여행을 가도, 술을 마셔도 글이 안 된다. 글이 막히면 왜 막힐까를 생각해야 한다. 이유가 있다. 하루 20매를 쓰다가 하루 2매 썼다면 왜 막힐까를 생각해야 한다. 막히는 부분은 풀어야 한다. 나는 그걸 풀기 위해 책을 사거나 산책을 한다. 나도 (글 쓰는) 로봇은 아니다. ‘라이팅 머신(Writing Machine)’이라는 이상한 소릴 하는데…….(웃음)”


왜 소설가가 됐고, 자신에게 소설가는 어떤 의미인가.

“허허. 요즘은 (소설가가) 업이라고 생각한다. 왜 소설가가 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소설가가 돼야지!’ 결심했던 순간이 있었다. 나는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8년 동안 서당 다니고 논어 외우고 그랬는데, 그때는 학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26살까지 소설을 쓴 적이 없다. 소설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한 거지.

그러다 군대를 해사 교관으로 가면서 고향인 진해에 배치받았다. 친구들 만나 많이 놀았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는데, 날치 떼가 물살 위로 오르더라. 그 날치 떼를 보다가 소설 쓰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저걸 쓰고 싶다. 이상한 생각을 한 셈인데, 맛이 가기 시작한 거지.(웃음) 그때가 스물일곱이었다.”


질의응답이 끝났다. 자, 이제 쇼타임이다. <아이언맨 2>. 과연 철갑의 이 무적 사나이는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할 것인가. 밉지 않은 토니 스타크의 깨방정은 지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더 세고 강해진 아이언맨이 활공한다. 어느 미래, 아이언맨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심정이다. 행여나 아이언맨 슈트를 입는다면 그보다 더한 짜릿함은 없을 터이고.

인간은 로봇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전 우주적 스케일의 사회적 동물이었던 것이다.(『눈먼 시계공 1』,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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