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당찬 출사표를 내놓은 힙합 프로듀서

도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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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로우 헤어스타일을 한 채 주눅 들지 않으며 또박또박하게 랩을 쏟아내던 13살의 도끼(Dok2)는 그 퍼포먼스를 통하여 ‘힙합 신동’이라는 이미지를 철저하게 각인시켰다.

2002년 엠넷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 조피디의 「Fever」가 공연되는 순간, 관객과 시청자의 주목을 끈 이는 조피디가 아니었다. 콘로우 헤어스타일을 한 채 주눅 들지 않으며 또박또박하게 랩을 쏟아내던 13살의 도끼(Dok2)는 그 퍼포먼스를 통하여 ‘힙합 신동’이라는 이미지를 철저하게 각인시켰다. 이어 자신보다 3살이나 어린 마이크로 닷(Micro Dot)과 올 블랙(All Black)이라는 팀으로 활동하는가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잠재성만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친 감이 없지 않았다.

도끼가 힙합 프로듀서의 자질이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은 그 이후부터이다. 한국 힙합의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무브먼트 크루(Movement Crew)를 기반으로 언더와 오버를 넘나드는 프로듀싱 작업을 펼치며 어느 앨범의 크레디트를 펼치더라도 도끼의 이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런 그가 지난 11월 <Thunderground EP>라는 개인앨범으로 당찬 출사표를 내놓았다. 2009년의 끝자락에 만난 도끼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많은 나머지, 그의 랩만큼이나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은 듯 보였다.

올 한 해 왕성한 작업을 했는데 2009년은 도끼에게 어떤 해였나.

정말로 작업을 많이 한 것 같긴 해요. 그러나 이전 해와 별로 다른 건 없는 것 같고요. 그래도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꼽으라면 제 이름을 걸고 앨범을 냈다는 것?

래퍼보다는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이 더 돋보이는 것 같다. 결과물이 얼마나 되나?

프로듀서로 곡을 준 것이 거의 50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프로듀서 앨범도 냈고.

프로듀서 앨범, <Illstrumentalz>의 반응은 어땠나? 또 가장 호응이 좋았던 곡은?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어요. 우리나라 힙합 신에서 인스트루멘털 앨범이 보통 100장가량밖에 안 팔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제 앨범은 1,000장가량 팔렸거든요. 인스트루멘털 앨범치고는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이죠.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곡은 「Take my hand」라는 사랑 노래인데요, 래퍼인 저희 친형(Mr.Gordo)이 직접 노래를 불러 준 곡이에요.


올해 5월에 프로듀서 앨범을 발표한 시점에서 왜 EP앨범을 발표하게 될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가?

원래 다음 앨범은 정규 앨범을 낼 계획이었고 시기로는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은 없었어요. 그런데 자칫 공백의 기간이 너무 길어질까봐 중간에 한 번쯤 짚어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EP 앨범을 내게 되었어요.

이번 앨범은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구상해 온 콘셉트가 있었는가?

사우스 힙합이요. 이번 앨범의 제작을 시작할 때 애초에 더티 사우스를 한 번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옛날부터 많이 빠져 있던 장르였어요. 그런데 예전에는 한국에서 더티 사우스 하면 가짜 힙합이나, 클럽용 힙합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하나의 트렌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콘셉트 앨범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죠.

음악적으로 더티 사우스에 끌리는 점은?

제가 원래 한국 힙합 트렌드에는 역행하는 스타일이에요. 요즘 한국 힙합은 주로 BPM이 100~120 사이에서 만들어지는데 사우스 스타일 같은 경우에는 BPM이 80~90, 어떨 때는 60~70까지 느리게 흘러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비트가 느려도 무대에서 충분히 신나게 할 수 있고, 웅장한 것을 보여줄 수 훀어요. 한국에서는 항상 빠른 것을 선호하니깐 저는 반대로 비트가 느려도 충분히 무대에서 신나게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비트가 빠르면 랩으로 할 말이 줄어들어요. 반대로 비트가 여유로우면 할 말이 더 많은 점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다는 이야기인가?

네.(웃음)

「I`m back」을 들어보면 전체적으캷 가사에서 굉장히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그 자신감이 뭐랄까요, 제 주관으로 진짜 제가 잘나서 자신감을 말하는 뜻은 아니에요. 그런데 한국은 약간 그런 것 같아요. 실력이 뛰어나서 잘하는 만큼 뒤따라오는 피드백이 그리 우호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한 불만을 약간 돌려서 말하는 것이죠.

미국 같은 경우에는 제이 콜(J.Cole)이라는 래퍼가 있는데 원래는 텔레마케터로 전화로 홍보하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도 혼자 유튜브에 랩하는 동영상 올리고 페이스북에 믹스테이프 올려서 실력을 인정받아 제이지(Jay-Z)의 락 네이션(Roc Nation)이라는 레이블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몇 년을 보내야지 데뷔할 수 있고 그때서야 조명받는 시스템이니까 열악한 상황인 것 같아요.


부자유스러운 관행에 속해서도 나는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의지인가?

네. 제이 지나 릴 웨인(Lil Wayne)처럼 단순히 돈이 많은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에요.

더티 사우스 말고 앨범에 역점을 둔 사항은?

다른 것은 없어요. 더티 사우스에 맞춘 콘셉트 앨범이니까요. 그전에는 90년대 스타일의 힙합을 좋아했었는데 최근 들어서 더티 사우스쪽으로 제가 스타일을 전향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더티 사우스에 집중해서 구성한 셈이죠.

더티 사우스를 상당히 자극적인 음악이라고 여기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그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준 곡들, 예를 들면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길을 막지마」 리믹스 버전에서 처음으로 사우스로 랩을 했었고, 드렁큰 타이거 형의 「Die legend 2」에서 ‘이제 도끼가 본격적으로 사우스를 하려는가 보다.’라는 인식을 알린 뒤에 본격적으로 더티 사우스를 시작했어요. 급격하게 사우스 힙합을 하기보다는 처음에는 살짝, 기미만을 보여준 것이에요.

더티 사우스의 매력과 장점을 얘기해 달라.

보통 이스트 코스트 힙합이나 웨스트 코스트 힙합 앞에는 더티라는 형용사가 앞에 붙지 않잖아요. 그런데 더티라는 표현이 뜻 그대로 안 좋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직설적이라는 것이 매력이죠. 거르지 않고 바로 질러대는. 원래는 이스트 스타일을 좋아했었는데 듣다 보면 약간 철학적인 면이 가사에 있더라고요. 저는 비트는 좋아했는데 가사는 그런 쪽으로 쓰는 것을 가짜라고 생각해서 약간 싫어했어요. 제 자신도 학교를 별로 못 다녔고, 유식한 척을 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런 가사는 타블로 형처럼 쓰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는 제가 자라온 환경에 맞는 쪽을 선택한 것이죠. 저로서는 더 시원해요. 평소에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이스트 힙합 같은 경우에는 시적인 표현이 가사에 많거든요.


그렇다면 제이 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좋아하죠. 제이 지가 해온 것을 보면 사우스 힙합이랑 많이 비슷해요. 비트의 측면에서 사우스의 바운스 느낌을 많이 녹여놓은 것이 느껴지거든요.

타블로의 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블로 형이 진짜 멋있죠. 「백야」나 「연필깎이」 「낙화」 같은 가사를 들어보면 말도 안 되게 좋죠. 그런데 저는 그런 가사를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더라고요. 분명 커먼(Common)이나 탈립 퀠리(Talib Kweli)나 릴 웨인은 구역이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실력의 위치로 봤을 때 커먼이나 탈립 퀠리나 릴 웨인은 모두 위에 있는 래퍼예요. 릴 웨인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렇게 가사를 써도 나름의 인정을 많이 받잖아요. 저도 굳이 비교하자면 약간 릴 웨인 같은 스타일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전면적으로 더티 사우스 앨범을 낸 것이 없지 않나?

일단 지금 미국에 있는 크라운 제이(Crown J)가 사우스를 하려고 했었고,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앤써(Answer)가 있었어요. 몇몇 그런 사람들이 사우스 힙합을 하려고 했었는데 정식적인 콘셉트나 앨범 포맷으로 시도한 경우는 없었죠.

다음 앨범을 낸다면 그때는 어떤 음악 스타일을 하고 싶은가?

그때도 사우스 스타일이 될 것 같아요. 우선 한국에는 없는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드렁큰 타이거 형이나 다이나믹 듀오 같은 형들도 잘하시지만 지금 미국에 형들의 앨범을 가져다 놓으면 올드 스쿨적인 성향의 앨범이 되어버릴 것이에요. 한국과 미국의 힙합 스타일 자체가 확연히 다르니까요. 저는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스타일을 하고 싶어요.

미국의 트렌드는 플로 라이다(Flo Rida)처럼 멜로디컬한 측면이 많이 있는데.

정규에는 그런 스타일도 많이 시도할 것이에요. 이 앨범은 아예 더티 사우스로 작정했지만 그런 곡들도 반 정도는 이미 녹음을 해놨었어요. 지금은 정규 앨범에 수록하기 위해서 약간 빼놓은 상태고요.

근래 도끼의 음악 스타일은 눈에 띄게 더티 사우스 힙합으로 귀결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극미(極微)하게 쪼개지면서도 바운스감이 두드러지는 비트와 신시사이저가 폭발하는 더티 사우스 스타일은 미국 힙합의 판도를 바꿔놓으며 연이은 히트 싱글의 표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적나라하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사들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티아이(T.I)를 비롯하여 도끼의 롤 모델격인 릴 웨인이 이러한 시류 속에서 최고 수혜를 받은 아티스트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앨범 중에 좀 더 신경 써서 만든 곡이 있다면?

제일 신경 쓴 곡은 「64%」일 것 같아요. 제목이 뜻하는 것은 랩이 64마디라는 의미에요. 「64%」는 후크(Hook)가 없어요. 저의 목표가 랩으로만 100마디를 채우는 것이긴 한데, 똑같은 비트에 BPM을 맞춰가며 가사만 쓴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에요. 게다가 메시지에서도 하나도 안 겹치게 쓴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가사 쓰는 데 한 3,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주로 이번 앨범에서는 주로 자기 자신감에 근거한 본인의 가사를 하고 있다. 가사의 다양성도 의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보는 눈이 다양할 수 있지 않은가.

이번 앨범은 콘셉트 앨범이라서 약간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후 정규 앨범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가사가 들어갈 것 같아요.

힙합 음악은 기본적으로 백인 지배 사회에서 흑인들의 자기 존재 가치를 표현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었다. 어쨌든 최소한의 저항적 정신은 보여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 문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가사의 측면에서는 곡의 스타일에 맞게 써져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저항의 의미가 원래 힙합이기도 하지만 지금 스타일의 힙합은 또 나름대로 분리되어서 존재하는 것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잖아요.

그 현재의 힙합 스타일이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제가 이번 앨범을 콘셉트 앨범으로 의도하고 있는 것이에요. 개인적으로 90년대 힙합을 모아서 따로 EP로 낼 생각도 가지고 있거든요. 믹스 테이프 앨범이나 프로듀서 앨범으로도 낼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기본을 잊지 않기 위한 제작 계획은 생각하고 있긴 해요.

가사에서 여자에 관한 내용이 별로 없다. 사우스 힙합 가사를 보면 많이 발견되는 성향이 아닌가?

그것도 정규 앨범에 하려는 생각이에요. 이번에는 ‘앨범 테마를 랩을 보여 주자, 한국말로 할 수 있는 랩의 끝을 보여 주자.’라고 잡았거든요. 앨범에서는 랩만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랩 스킬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랑 노래를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더욱 마초적인 스타일로 갔던 것 같아요.

2002년에 조피디와 만나 캐리어를 시작한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은 딱히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일단 아버지께서 뮤지션이셨어요. 성함이 윌리 리(Willy Lee) 씨인데 드렁큰 타이거 형의 8집에 「Die legend 2」에서도 아버지께서 기타를 쳐주셨어요. 아버지께서 음악을 하셨기 때문에 큰 반대는 없었지만 이런 것은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호텔 같은 곳에서도 연주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일단 음악을 시작했으면 슈퍼스타가 되길 원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것과 현재 하고 있는 음악은 결코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약간의 의견차가 있는 것 같긴 해요.

어렸을 때 12살이면 초등학생이었다. 그 당시에 끌렸던 아티스트가 있나?

힙합을 듣는 것은 7살 때부터였어요. 외국인 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그때도 한국에 힙합 음악이 많이 들어왔어요. 힙합을 들을 계기는 굉장히 많았던 셈이죠. 그중에서 누구를 제일 많이 듣고 컸느냐면 한국에는 드렁큰 타이거였고, 외국에는 가사를 들어도 잘 모르니깐 그냥 마구잡이로 다 들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라킴(Rakim)은 최고였죠.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인터뷰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2005~2006년 무렵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나스(Nas)와 라킴이었어요. 그런데 라킴은 그 이후로 최근까지 낸 앨범이 없으니깐 더 이상 좋아할 수가 없더라고요. 최근에 <The Seventh Seal> 앨범을 냈지만 옛날 그대로의 모습만 남아있는 것 같아서 실망도 했고요.

에픽 하이가 이끄는 맵 더 소울(Map the soul)에 영입되었다. 계기가 있다면?

에픽 하이는 옛날부터 같이 작업하던 형이에요. 무엇보다 서로 잘 알잖아요. 또 주변의 형들이 각자 개인 레이블을 가지고 있어요. 다이나믹 듀오 형들은 아메바 컬쳐(Amoeba Culture), 드렁큰 타이거 형은 정글(Jungle), (은)지원이 형도 가지고 있고. 원래는 정글에 들어가려고 했다가 안 됐고, 아메바 컬쳐에 들어가려고 했다가 또 안 된 일들이 있었어요.


왜 안 되었는가?

일단 레이블 내에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웃음) 저는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뭔가 대형 시스템이라고 할까요. 저는 앨범을 제작하고 바로바로 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메바 컬쳐나 정글은 챙겨줘야 할 식구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앨범 발매도 로테이션으로 진행해야 하는 제한도 있더라고요.

맵 더 소울에 들어가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악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단지 환경의 측면에서는 개인 앨범을 내고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졌죠. 아무래도 이전처럼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할 때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에픽 하이나 선배들이 도끼에게 하는 주문이나 충고라 할 것이 있는가?

그런 것은 없어요. 오히려 형들이 저에게 물어봐요. 타이거 JK 형도 갑자기 전화하셔서 두 시간 동안 랩만 하시면 두 시간 동안 저는 듣고만 있어요. 랩이 다 끝나면 형이 이 가사가 유치하지 않은지, 트렌드에는 맞는지, 영어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시기도 하세요. 그렇게 보면 반대로 저에게 조언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도끼의 맵 더 소울행은 이미 무브먼트 크루라는 네트워크로 에픽 하이와 연결되어 있던 터라 의외의 행보는 아니었다. 다만 최근 들어 더티 사우스 힙합을 표방하던 도끼와, 하이브리드적인 음악 스타일의 면모를 나타내던 에픽 하이와의 궁합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허나 도끼의 답변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에서, 나이와 스타일에 개의치 않고 음악 안에서 상호 간의 존중을 중요시하는 작업 환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국내 힙합 뮤지션 중 음악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래는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실력을 따졌을 때는 더블 케이(Double K) 형을 가장 좋아해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형은 타이거 JK 형. 단 한 번도 대중적인 노래를 의도하고 작업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JK 형은 결국에 여러 곡들을 띄웠잖아요. 또 JK 형 가사를 보면 일관된 주제가 없어요. 그런 게 진짜 힙합이거든요. 한 곡 가사 안에 1절은 사랑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2절에는 본격적인 힙합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미국이 그래요. 가사에 기본적인 분위기는 있지만 일관된 주제는 없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주제를 애초에 정하고 가잖아요. 개인적으로도 가사에 제한된 주제를 정하는 것을 정말 싫어해요.

외국에서는?

릴 웨인이에요. 릴 웨인은 1년에 백 곡씩 내요. 보통 외국에는 투어가 많잖아요. 그런데 릴 웨인은 투어 갈 때마다 호텔방에서도 녹음을 해요. 그리고 녹음 중에는 매니저 보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고 그냥 녹음만 해요. 외적인 것은 신경 안 쓰고, 공연이랑 힙합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만 계속해요. 그리고 다작을 하는데도 나오는 것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요. 그런 점에서 릴 웨인이 좋은 것 같고, 저도 역시 그러고 싶어요.

올드 스쿨 계열은 좋아하지 않는가?

좋아하죠. 각나그네라고 알려진 슈퍼맨 아이비(Superman Ivy)와 올드 스쿨 스타일의 앨범 <Yes Yes Ya'll'>을 내기도 했어요. 그리고 재즈 힙합도 좋아해요. 2006년에 올 블랙으로 활동할 때 앨범에 「부재」라는 곡에서 재즈 힙합을 시도하기도 했고요.

마이크로 닷(Micro Dot)의 요즘 근황은 어떤가?

글쎄요. 연락을 하긴 하는데. 저번에 연락을 했을 때에는 낚시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나이인데도 전문적으로 낚시를 해요.(웃음)

음악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래핑을 한다고 해도, 보컬을 적극적으로 곡에 접목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It`s me」에서 주영이라는 형이랑 같이 했고요. 욕심이야 많죠. 프로젝트 팀 같은 것도 진보(Jinbo) 형이랑 같이 하고 싶고. 그 형이 저랑 많이 친해요.

알앤비 싱어 중에 개인적으로 누가 노래를 잘하는 것 같나.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랑 니요(Ne-yo)를 좋아해요. 니요는 노래도 잘하는데 작곡가잖아요. 보컬 라인도 잘 만드는 것 같아요. 플레져 피(Plesure P)도 역시 좋아하고.

우리나라에서 꼽자면?

아까 말씀드린 진보 형이랑 이번 앨범에 참여한 주영이라는 형. 그리고 김범수 씨도 최고인 것 같아요.

힙합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 재미있나.

다 하고 나면 재미있어요. 작업할 동안에는 괴로운데.(웃음)

어린 나이에 그렇게 못 놀아서 어떡하나?

다 노는데요.(웃음) 맛있는 것 먹고 영화도 보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의 래핑 실력은 어느 정도인 것 같나?

오히려 프로듀서의 실력에 대해서는 쉽게 자부할 수는 없지만 래퍼로는 자신 있어요. 일단 프로듀서로는 자신은 있는데 우선 악기가 너무 비싸요. 어떤 좋은 악기나 장비를 사려고 하면 금액이 천만 원에 가까울 정도라 어떻게 구할 수가 없어요. 그것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비하면 랩은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잖아요.

콘서트는 어땠나.

정말 재미있었어요. 옛날에도 단독으로 콘서트를 하긴 했는데, 이번에는 제 앨범을 내고 하는 것이니까 의미가 더욱 있었죠.

공연과 작업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저는 공연용 곡을 따로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의 「마지막」을 빼고 나머지 곡은 다 공연용으로 만든 것이에요. 예전에는 우울한 곡이 많아서 마땅히 공연할 곡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공연을 위해서 만든 곡이 많아서 앨범의 전체 곡을 공연에서 부를 수 있었어요.

정규 앨범은 언제쯤 발표할 계획인가?

내년 3월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반 정도는 작업이 이미 다 되어 있거든요. 현재 곡 작업이 다 끝나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고요, 편곡만 하면 되는 상황이에요.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는데 음악적 캐리어를 감안했을 때 내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이 자기가 생각할 때 적정한 속도라 보고 있는가?

저는 성질이 급해서. 뭐든지 빠르게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14살쯤에 무조건 15살 되기 전에 정규 앨범을 내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무작정 회사를 찾아가고 그랬던 것이고요.

베스트 앨범 5장을 꼽는다면.

우선 제가 좋아하는 두 인물, 나스의 <Illmatic>을 꼽고 싶고, 두 번째는 릴 웨인의 <Carter Ⅲ>를 뽑고 싶어요. <Carter Ⅲ>는 전곡이 다 달라요. 보통 힙합 앨범을 보면 일관된 주제를 많이 따지잖아요. 그 대신 릴 웨인은 특유의 랩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일관된 주제가 없어도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고 연결이 다 돼요. 그리고 랩을 쉽게 하면서도 잘 할 수 있다, 유치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어요. 비유도 정말 재미있고요. 세 번째로는 밈스(Mims). 밈스가 2007년에 <Music Is My Savior> 앨범을 냈을 때는 클럽 튠의 곡들이 인기를 많이 얻어서 솔쟈 보이(Soulja Boy)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거든요. 한국에서도 미니홈피 BGM으로도 많이 쓰일 정도였고. 그런데 밈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올해 <Guilt>라는 앨범을 냈는데, 미디어에 홍보를 안 했어요. 듣고 싶으면 들어라 이런 마인드였죠. 그런데 이 앨범이 완전 명반이 된 것이에요. 네 번째는 릴 웨인 말고 제가 또 좋아하는 패볼러스(Fabolous)의 <Loso's Way>를 뽑고 싶고, 마지막으로는 더 게임(The Game)의 <LAX>를 좋게 들었어요.

<Thunderground EP>를 들으려는 팬들에게 당부 한마디 한다면.

항상 앨범을 두고 많이 나온 얘기가 가사의 주제가 똑같다는 말이었는데요. 이번 앨범은 말씀드렸다시피 콘셉트 앨범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앨범의 주제는 사우스 힙합으로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대신에 랩 스킬을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앨범을 들으시면 만족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곡을 들으시면 앨범에 수록되어있는 이전 곡들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실 것이에요. 정규 앨범의 미리 듣기 같은 트랙이니까 정규 앨범 때는 또 다른 면모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 임진모, 홍혁의
사진 : 양혜림, 맵 더 소울
정리 : 홍혁의

2010/01 홍혁의 ()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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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우주, 인체, 환경, 역사, 문화, 지리 등 올해의 과학 역사 교양 토픽을 한 권에!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필수 지식과 최신 정보를 두루 모은 최고의 다큐멘터리 매거진. 전 세계 아이들과 함께 보고, 매년 기다려 있는 세계 어린이를 위한 지구 탐험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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