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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연회] 당신은 어제보다 더 행복한가요? - 『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 프랑수아 를로르

당신을 정말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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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들을 한국의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12월 11일, 연세대에서 작은 강연이 열렸습니다. 프랑수아 씨가 발견한, ‘행복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독자 여러분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내용은 프랑수아 씨의 목소리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읽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분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과 행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둘 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행복이 향수처럼 은은하게 퍼져 있는 것이라면, 행운은 그 향기가 결집한 상태. 즉 어떤 냄새 같은 것입니다. 퍼져 있는 향수는 기분을 좋게 할 뿐, 애써 분별해내려고 하지 않으면 그것이 어떤 향인지도 모르고 넘어가게 마련입니다. 그에 비해서 행운은 좀 더 강렬하지요. 금세 코를 움켜쥐게 하는 냄새나, 혹은 침을 꼴깍 넘어가게 하는 냄새와 같이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킵니다. 행복이 행운보다 더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때로 행운은 내 손안에 있는 것 같고 내가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행복은 자신의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아요. 행운이 적극적이고 개구쟁이 같은 녀석이라면, 행복은 내성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죠. 행복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지극한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에게만 조용히 다가와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이니까요. 행복에 관심이 없는 사람, 또는 민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곁에 있어도 없는 척, 전혀 자신을 알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말이에요. 우리는 늘 그때를 지나고 나서야 ‘행복이라는 녀석이 내 근처에 있었구나.’ 하고 추억 속에서 회상할 뿐이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라지만, 행복을 위해 그들 모두가 노력하지는 않아요. 행운을 얻기 위해서 때로는 복권을 긁거나, 일이 잘 풀리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거나 기도를 하기도 하죠. “오늘 하루 운이 어땠어.” “이런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어.” 하고 따져 보는 사람들은 많아도, 행복에 대해서 간절히 바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행복은, 더없이 추상적이고 때때로 입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쑥스러운 말이니까요. 누구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면서도 말이죠.

프랑수아 를로르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입니다. 동시에 심리 상담가이기도 하고요. 행복의 의미를 찾아 떠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나 『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는 프랑수아 씨가 실제 여행이나 진료를 통해 만난 여러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행복 전문가들을 만나고 자문을 얻었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알게 된 행복들을 한국의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12월 11일, 연세대에서 작은 강연이 열렸습니다. 프랑수아 씨가 발견한, ‘행복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독자 여러분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내용은 프랑수아 씨의 목소리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읽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분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괴리가 적을수록, 당신은 행복한 사람!

심리학이 행복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입니다. 이것은 사회, 문화적인 변화와도 관련이 있지요. 그때서야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GDP, GNP가 인간의 안녕이나 행복, 삶의 가치들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행복이라는 것이 경제지나 일간지에도 자주 언급되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최근, 정보경제학의 영역을 개척하여 노벨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와 인도의 경제학자들이 보고서를 냈는데, 그에 의하면 이제는 삶의 양적 수준이 아니라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행복의 문제는 한국에서도 제기될 법한 문제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까? 그런데 과연 우리는 지난 20년 전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행복의 요소는 기쁨, 쾌락, 만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근원적 감정이면서 동물과 원시인에게도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보편적인 표정으로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한국 드라마를 볼 때 내용은 모르더라도 인물이 기쁜지 슬픈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복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물론 어떤 외부적인 요소를 통해, 살펴볼 수도 있지만, 행복은 훨씬 주관적인 연구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사람의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서, 먹을 식량이 충분한가? 안전한가? 등의 조건을 묻는 것보다 삶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를 묻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강연하는 프랑수아 를로르 씨의 모습

집에서도 해볼 수 있는 행복 측정법을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래 세 가지의 괴리가 적을수록 당신은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 현재 가진 것과 앞으로 가지기 원하는 것 사이의 괴리
- 현재 상황과 그 이전의 가장 좋았던 상황과의 괴리
- 내가 가진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의 차이

아마 여러분 중에는, 만족할 만한 상황에 있는 분도 있을 겁니다. 만약 현재 행복한 사람이라면 괴리는 제로에 가까울 겁니다. 세 번째 괴리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저 멀리 인도의 가난한 농부나 빌 게이츠와 비교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러한 괴리 이론에서는 위의 세 가지 괴리의 평균을 가지고 지금의 내가 행복한지 측정하기도 합니다.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

행복을 생각하는 데 있어 경제적인 요소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돈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줍니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보십시오, (강의실의 학생 중 다수가 손을 들자, 프랑수와 씨는 웃으셨습니다.) 여러분이 틀린 건 아니고요. 그렇다고 옳은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콜롬비아나 인도네시아 등 빈곤한 국가에서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다른 부유한 나라 못지않게 많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은, 소득이 굉장히 높고 사람들 대부분 행복하다고 응답은 했지만, 미국이 자유주의 국가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들에게 실패한 인생, 불행한 인생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책임질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이들의 응답 결과는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의 증가가 행복의 증가로 이어지는지도 생각해봅시다. 갈 곳도 먹을 것도 없는 극빈층의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행복이 유지될 수가 있지만, 안락한 집에 살다가 큰 집으로 이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행복은 증가했다가 시간이 갈수록 희석되어 이전과 같은 상태가 될 것입니다. 새집이나 새 차로 행복이 증가했다가 다시 제 수준을 회복하는 까닭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새 동네로 이사했는데 주변의 더 잘 사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사회적 비교가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쾌락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든 결국 익숙해지는 것은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기질 때문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인 행복의 수준이 있습니다. 이것은 혈압이나 키처럼 타고나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대체로 일정 수준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많은 소득이 주는 초기의 행복을 기억하기 때문에, 더 많은 소득을 얻어 더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당신을 정말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를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1. 가까운 사람과의 좋은 관계입니다. 이것은 자신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건강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질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하게 되면, 굉장히 불행해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역시 이전에 느끼던 행복의 수준을 되찾게 됩니다. 물론 조금 더 하향되겠지만, 행복이든 불행이든 우리는 익숙해지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3.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자신의 삶을 얼마나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자유와 관련이 있고, 기질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긍정적인 사람들은 더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4. 정신적 건강입니다. 우리는 스포츠나 외국어 혹은 음악 등의 분야에 관심이나 재능을 가지고 있고, 노력하면 그 정도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친구들이 꼬마 꾸뻬에게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래서 꼬마 꾸뻬가 대답했다.
“난 대장이 될 거야.”
“대장? 무슨 대장?”
이 질문에 꼬마 꾸뻬가 대답했다.
“나의 대장.”
(…)
“상사가 없기는! 나도 상사가 있어.”
이번에는 꼬마 꾸뻬가 물었다.
“그 상사가 누군데요?”
꼬마 꾸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도 아빠에게 대장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아빠가 말했다.
“나 자신이지! 그래서 편할 때가 많아. 나와 내 상사는 서로 잘 통하거든.”(p.202)


행복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철학자들은 네 가지 범주로 행복을 나누었습니다. 나에게 가장 맞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1. 외부 조건에 좌우되는 행복
2. 개인의 생각에 좌우되는 행복
3. 강렬하게 마음을 동요시키는 종류의 행복
4. 고요한 종류의 행복

강렬하게 마음을 동요시키는 행복은 외부적 요건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입니다. 파티나 축제에서 느끼는 행복을 꼽을 수 있겠지요. 혹은 사랑에 빠지거나 극단적인 행동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고요한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입니다. 이것은 더는 원하는 것이 없을 때 느껴지는 행복이기도 합니다. 내 주변엔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가, 생각해보면 나는 운이 좋은 편에 해당하지 않는가, 생각할 때 느낄 수 있으므로 개인의 생각에 좌우되는 행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늘 뭔가 욕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행복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프랑수아 를로르의 『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제가 늘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1. 우리는 진정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2. 알고 있다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를 하고, 힘을 쏟고 있습니까?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요

프랑수아 씨의 짧은 강연 후에, 대담이 진행되었습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님이 사회를 맡으셨고, 『서른 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김혜남 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행복에 관해 또 다른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아래의 질의응답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행복에 관한 또 다른 아이디어들을 품을 수 있길 바랍니다. 우선,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김혜남 선생님의 이야기로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김혜남(이하 김): ‘어떻게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의 문제는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문제와 관련이 많습니다. 하나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향상시키는 것과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제가 정신과 상담할 때도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얘기합니다.

환경은 타인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좋은 관계 맺기에 있어서 자신이 이바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을 신뢰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단점을 수용하는 관용이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정신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심리학과 대학원 졸업생입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생물학 측면에서 공부하셨는데, 환자 내담자를 만나면서 기질과 환경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김: 기질이냐 환경이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기질 7, 환경 3이라고 느꼈는데 여기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일반적, 정상적 환경에 놓였을 때가 그 정도라고 할 수 있고. 환경적 요소가 트라우마틱하면 그것에 의해 압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정신과 의사로서 일대일로 어려움을 해결해주시는데, 심리학이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김: 프랑수아 선생님이나 저 같은 경우는 책을 쓰는 일이겠지요. 해결보다는 도움을 주는 건데, 우리 사회에 우리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끔, 책이나 매체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환자를 다루는 사람들이라, 사회를 다루는 데는 미약해서, 이런 소극적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 같습니다.

프랑수아(이하 프): 제 생각도 김혜남 선생님과 일치합니다. 클리닉에서 환자를 접하는 것처럼 사실 책도 한 명의 독자와 만나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바지할 방법이 있다면, 아마 정책 결정자들이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행복에 관련된 정책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이를테면 스웨덴이나 퀘벡에서는 열 살 때부터 폭력 없이 싸움을 풀어가는 방식을 교육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협상 능력을 길러주는 거지요.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국민보건 프로그램의 목표가, 모든 국민이 우울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끔 교육합니다. 이런 식의 사회적 기여를 들 수 있겠습니다.

많은 학생의 질문에 꼼꼼히 답변해주시는 프랑수아 를로르(좌), 김혜남 선생님(우)


행복에 대해 연구하시는데 선생님은 행복하신지요?(웃음) 어떤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프: 다행히도 제가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매번 말할 때마다 이 행복이 계속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 행복은 제 기질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이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셨기 때문입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비교적 잘사는 나라, 전쟁 없는 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사회적 위상이나 교육 수준에서 거의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요, 그래서 아까 말씀 드린 세 가지의 괴리가 저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럴 때는 저의 정신 상태나 세상 보는 관점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제가 환자들하고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입니다.

김: 저는 행복합니다. 원래 행복의 시간은 짧고 일상은 권태롭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몸이 좋지 않은데, 사람들이 그런데도 어떻게 웃으며 행복하게 사느냐고 물어봅니다. 저 역시 충분히 슬퍼하고 우울해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어느 날,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달라진 게 없고, 그저 조금 불편해졌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밖에 문제가 없는데.’ 싶더라고요. 내 환경과 처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습니다. 계속 한탄하고 원망하며 산다면 불행하겠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체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복, 행복은 매일매일 느낄 수 없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p.255)

기술이 발달해서 책, 영화, 게임, 인터넷을 통해 가상 세계가 확대되고 있는데, 가상 세계에서도 진정한 행복이 가능할까요?

김: 가상 세계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게임 좋아하는데, 게임을 할 때는 무아지경에 빠져, 너무 행복합니다. 그게 게임이라는 걸 알고 즐기고 나오면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못하고 그것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면 문제가 됩니다.

피터팬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그를 지원(support)해주는 어른들이 필요하듯, 한 사람이 가상 세계에만 빠져서 행복을 유지하려면 누군가가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건 놀이지 현실이 아니고, 자기가 일시적으로 대리 충족을 하는 장소입니다.


프: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어린 아동들과 청소년들이 게임이나 가상 세계에서 너무 많은 시간 보내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 나이에는 꼬마 꾸뻬처럼 타인과 접촉을 통해 인생을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뺏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사회적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 우리나라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비교하려는 성향이 많은데, 이러면 상대적 박탈감이 많아집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도 중요하지만,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게 뭔가 고민해야지요. 사람이 죽을 때 ‘껄껄껄’ 하고 죽는다고 하거든요. 껄껄 웃는 게 아니라 좀 더 재미있게 살걸, 베풀고 살걸, 하는 ‘껄껄껄’이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행복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불행을 느끼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20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라, 괴리가 큰 시기인 것 같습니다.

김: 사실 저도 불행할 때 많습니다. 내가 왜 불행하고, 내가 왜 불행을 느끼는지 이유를 찾아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덤덤해질 뿐, 행복해지지는 않아요. 행복은 목적은 아닙니다.

행복에 대한 강박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어요. 일상은 좌절과 우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너무 우울할 때는 도대체 어떤 것 때문에 그런지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사실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 참 가엾습니다. 인생의 가치, 목적에 대한 준비, 번뇌, 고민도 없이 성적을 향해 돌진해 온 사람들이라 방황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게 중요한 게 뭔지. 필요한 게 뭔가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프: 어떤 연령대든 자기 연령대 사람과 비교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비슷한 상황의 사람과 비교해야 한다. 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로는, ‘내가 이것을 다 끝내고 나면 행복할 것이다.’라고 자꾸 생각하면 더 불행을 맛보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도 행복 강박증이죠.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큰 흥분, 즐거움 느낄 수 있는 시기면서, 가장 큰 고통 느낄 수 있는 때입니다. 많은 특혜도 있지만 가장 불행할 수도 있는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나이 때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죠. 정상에 올라갔다가도 나락에 떨어지는 시기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풍경이 참 아름답지?”
꼬마 꾸뻬가 대답했다.
“네.”
“이 길은 말이야. 인생과도 같단다. 비가 올 때도 있지만, 또 활짝 갤 때도 있어. 하지만 더 가다 보면 또 비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지. 중요한 건 계속해서 달리는 거야…….”
이번에는 엄마가 말했다.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해.”
“무슨 말인지 알겠니, 꼬마 꾸뻬?”(p.368)


행복에 대해 감이 오시나요? 행복해지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결코 날씨처럼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행복과 행운은 또 다른 차이가 있네요. 오늘의 대담 속에 당신이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비밀이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행복의 비밀이란, 행복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알고,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행복의 속성만 제대로 알아도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 질 수도 있다는 거지요. 행복이 순간이고, 일상이 권태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설사 행복하지 않은 때에도 불행해지지는 않을 수 있으니까요. 불 같은 사랑, 복권 당첨, 기적 같은 일만이 행복으로 여기지 말고, 일상에서 숨죽이고 있는 고요한 행복에도 관심을 둬보세요. 그게 당신을 더 오래 웃게 할 테니까요. 아마도 고요한 행복은 모두에게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그 행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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