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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 한반도의 문제를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는 세계시민 - 『바리데기』의 저자 황석영과 독자의 만남

전쟁과 방북, 망명, 투옥… 험난했던 삶이 문학의 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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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독자와의 만남에서 작가는 자신의 문학이 어떤 변화를 거쳐 여기까지 왔으며, 외국 문학 동향과 거기에 대한 작가의 대응방식, 그리고 한국 문학의 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정점으로 북한은 동구 붕괴 이후 십여 년 이상의 오랜 기근 속에서, 유엔의 지적에 의하면 삼백여만 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 후유증으로 죽어갔습니다. 우리들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지척에서였지요.” (『바리데기』 297쪽)

최근 소설 『바리데기』를 낸 작가 황석영은 탈북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 화해와 북한 내부의 불안이 이어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작가들은 ‘자신과 한반도의 현재의 삶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독자와의 만남에서 작가는 자신의 문학이 어떤 변화를 거쳐 여기까지 왔으며, 외국 문학 동향과 거기에 대한 작가의 대응방식, 그리고 한국 문학의 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옛날에는 책을 내면 신문에 광고만 하면 끝났는데, 요즘은 먹고살기 힘들어졌어요. (웃음) 기자회견, TV, 인터넷 등에 불려다녔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여기 오니까 커피숍에도 책을 두는 공간도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다 책이 있어요.”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문학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가벼운 농담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가는 최근의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느닷없이 학력 이런 얘기 나와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데, 사실 내가 보면 배우나 연예인들은 자기 ‘재간’으로 다 검증받은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일류 대학 나오는 게 중요한 건지. 마녀사냥 하듯이 우 밀려들어서 하는 게 참 보기 안 좋아요.”

작가는 알려졌다시피 1943년 만주 장춘(長春)에서 태어나서 광복 후 귀국했다. “저는 고등학교는 명문 학교에 들어갔는데, 책을 많이 읽고, 그때 지적 훈련을 많이 했어요. 잘한 건 문예반에만 들어간 것뿐이지.”

하지만 그는 불량소년 비슷하게 살았다. 싸움도 잘했다. 모 재벌 넷째 아들과 싸워서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학교도 못 가고 덕수궁에서 도시락 까먹고 놀기도 했다. 고등학교도 두세 군데 돌아다니다 야간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다.

“그때 자기 내면의 문제에 급급해서 신탄진 연초공장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도 하고, 청주에 가서는 아이스께끼 장사도 했어요. 『삼포 가는 길』이 눈 오는 날이지만, 사실은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70리 길인데, 그때 비가 왔어요.”

그렇게 1년 정도를 헤매고 다녔다. 가출했다 돌아오기를 거듭하면서 작품을 썼다. 그러다 그의 문학 인생에 전환점인 군대에 가게 됐다. 베트남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게을러서 신체검사를 3번 정도 기피를 했더니 파출소에서 잡으러 왔어요. (웃음) 할 수 없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지.”

베트남전을 겪으면서 ‘전쟁을 겪은 자는 젊은이가 아니다’라는 걸 체감했다. 귀국 후에는 전쟁후유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잠자다가 포복을 하기도 하고, 한 번은 동생이 팔을 건드렸는데 적으로 오인, 잠결에 동생을 때려서 몇십 바늘 꿰매게 하는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의 베트남전 경험은 이후 1985년 『무기의 그늘』로 작품화되었다. 자연스럽게 베트남에서의 경험은 아시아의 정치 상황에 대해 눈을 돌리게 한 계기가 되었다. 전태일이 분신한 것도 그즈음이다.

“당시의 지식인들은 ‘전태일 쇼크’라고 부르는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젊은이가 자기와 같이 일하는 여공들의 삶의 조건을 바꿔주겠다고 막 애를 쓰고 호소도 하고 혼자 몸부림치다 분신했는데, 그 사건 이후로 지식인들이 굉장히 많이 변화합니다.”

그해 겨우내 작품을 써 이듬해 봄에 발표한다. 문학평론가들이 김지하의 『오적』과 함께 70년대 민중문학의 문을 열었다고 하는 『객지』다. 이후 『삼포 가는 길』 등의 작품이 『객지』에서 새로 열린 세계로 외연을 확장한 작품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자신의 인생과 문학에서의 첫 번째 변화다.

두 번째 변화는 80년 광주항쟁 때다. 76년도쯤부터 ‘전위냐, 현장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는데, 그는 현장을 택했다. 전라도 해남으로 이주, 10년 동안 대하소설 『장길산』을 연재했다.

“80년대 전반 동안은 급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고, 북한에 대해서는 생각은 다르지만 또 다른 자아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때 그는 소설을 거의 쓰지 못했다. 운동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그에게 찾아온 세 번째 변화는 방북을 결행하고, 89년에 베를린으로 망명한 때다.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적인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체감하는 기회였다. 이후 망명생활을 끝내고 귀국, 그는 7년형을 선고받는다.


전쟁과 방북, 망명, 투옥… 험난했던 삶이 문학의 자양분

5년간을 독방에서 지내며, 일상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된다. 그의 네 번째 변화다. 집필도 못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그에겐 말 그대로 ‘죽음’과 같았다. 자신만 세상에서 빠져 있고, 아무런 영향도 세상에 끼칠 수 없다는 걸 절감한 때였다.

“그때 내 안의 많은 걸 정리하게 됩니다. 평상심에 대해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감옥에서 배웠습니다. 무협영화 같은 걸 보면 무술을 배워도 그렇잖아요. 스승님이 처음부터 무술 동작 안 가르치죠. 나무도 하고 빨래도 하고 한 6~7년 돼야 동작을 가르쳐 주듯이.”

감옥에 있으면서 처음 3년은 독하게 살았다. 함께 구금된 학생들의 처우개선 문제로 단식도 많이 했다. 모두 19번이다. “한 3년 그렇게 사니까 미치겠더라고. 독서도 그래요. 친구도 만나고, 애인도 만나고 다른 일상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독서를 해야 진짜 독서지 방에 앉아서 책만 보면 관념의 줄거리만 남아요.”

“대개 징역살이하다 나온 사람 특징이 두 가지 있는데, 몸이 안 좋아지고, 신비주의라든가 일상에서 벗어나 관념화돼요. 시인들이 우리보다 더 그렇죠. 느닷없이 생태주의자가 되거나 사상가가 되거나 그래요.” 그는 다행히 ‘시정잡배’로서 자신을 유지하지 않으면 소설가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책도 읽지 않고 이전처럼 단식도 하지 않고 일반 사람들과 ‘놀았다.’

그때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조폭들이 그를 ‘총장님’이라고 부르면서 ‘모셨다.’ 교도소가 ‘국립대학’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자신들이 지니지 못한 사회의식을 행동으로 실천한 대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정신적 지주 역할에 대한 기대 때문이리라.

“그 일상은 이런 거예요. 과일을 깎아 먹으려고 하면 칼이 필요하잖습니까? 그런데 위험하니까 칼을 안 주죠. 그러면 운동장에서 깡통이나 연통 쪼가리 구해서 신발 깔창 밑에 넣어가지고 와요. 방에 올라와서 시멘트에 갈아서 한 주일 정도 되면 칼이 하나 생기죠. 이걸 성경 555페이지에 딱 넣어놓고 하죠. (웃음)”

98년에 사면으로 출소하고 나서 그는 약속을 ‘칼같이’ 지켰다. 그런 그를 두고 어느 출판사 편집자는 ‘한국 교도행정의 일대 승리’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한 5년 동안 망명시절을 보냈는데, 남북 어느 쪽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지명수배자죠.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왕따를 당한 거에요. 아마 베를린 망명 시절부터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라는 괴죄죄한 관념으로부터 벗어난 거 같아요. 그러면서 작가의 자유, 창작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가 ‘세계시민’임을 밝힌 건 그의 이런 경험 때문이다. 자신과 한반도의 문제를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한 프랑스 작가와 얘기를 나누다 “작가는 국적과 민족으로부터 구애받지 않는 존재다. 다만 조국이 있을 뿐이다. 그 조국은 모국어다”라는 말에 공감해 그 얘기를 자주 쓰고 있다.

작가의 강연을 경청하는 독자들

“자본주의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 연구소에서 나온 게 신자유주의잖아요. 동구가 무너지면서 세계화체제로 넘어가죠. 정치적으로 신자유주의, 문화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나타나는데, 지금 상태는 그 이행기라고 봐요.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재편성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한국 문학이 지향해야 하는 지점도 개인 문제, 국내 문제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이미 FTA문제로 나타나고 있고, 북한의 문제 또한 세계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 『바리데기』는 탈북소녀 ‘바리’를 통해 그 배경이 청진에서 연길, 대련을 거쳐 구식민지시대의 심장부인 런던으로 옮겨가고 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파키스탄인 무슬림과 결혼하고, 9.11 테러와 아프간 전쟁을 직접간적으로 겪는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신자유주의 그늘을 해부하는 동시에, 분열되고 상처받은 인간과 영혼들을 용서하고 구원하는 대서사시를 그리고 있다.

2002년에 『한씨연대기』『삼포 가는 길』이 프랑스에서 처음 출판되었는데, 그때 그는 한 작가에게 ‘2차대전 이후에 당신 같은 작가는 서구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번도 겪기 어려운 전쟁을 2번이나 겪고, 수십 년 동안의 군사독재와 광주항쟁, 방북과 감옥생활을 겪은 그다. ‘현장과 현실의 직접 접촉에 의해서 서사를 만드는 작가’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서구작가들과 얘기하는 자리에서 ‘왜 내 작품을 읽느냐?’라고 물어봅니다. 대부분이 ‘나와 다른 것을 알기 위해서 읽는다’라고 합니다. ‘서사의 힘이 다르다. 이런 것들은 고전에서 보는데, 현대작가들에게서 보기 어렵다’라고 해요.” 고난의 인생 경험이 훌륭한 문학적 자산이 된 셈이다.

최근에 일고 있는 한국 문학의 위기에 대한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한국 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에요. 거의 10년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서구 문학에서는 20세기 초부터 문학의 위기라고 했습니다. 시대 상황이 확 변할 때, 미처 적응하지 못한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자기 위기감을 스스로 고백하는 거죠. 엄살일 수 있고, 변화의 와중에 있기도 하고요.”

책 읽는 사람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근년에 전 사회적인 노력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웃 일본은 이런 노력의 절반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일본은 7~80년대 이후 엄청난 호황이 있었는데, 본격문학의 가치를 무산시켰어요. 대중문학과 섞었죠. 베스트셀러로 줄 세우고. 본격문학 하던 사람들은 자폐됩니다. 오에 겐자부로도 5천 부 나갈까 말까 합니다.”


한국 문학의 위기는 ‘서사’와 ‘현실’이라는 두 요소 무시했기 때문

“우리나라는 시집이 서점에 꽂혀 있고, 몇 만 부 팔리잖습니까? 독자 모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나라가 없습니다. 문학적 역량이나 열기가 있는 나라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가서 ‘나는 몇만 부 나간다’ 그렇게 얘기하면, 거기 출판인들이 깜짝 놀랍니다. 출판연감을 보면 4,500만 인구에 출판시장이 세계 7위입니다. 대단한 거죠.” 물량 면에서는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 질적인 면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어렸을 때 아무리 가난해도 어머니가 『걸리버 여행기』 같은 책을 사오곤 했다’는 기억을 회고하며, 한국 문학이 위축된 건 독자들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작가들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90년대 이후 현실로부터 멀어졌어요. 개인, 내면, 행복, 일상도 대단히 중요한 가치지만, 집단, 공동체, 조직, 의무, 도덕성 이런 것이 같이 있어야 해요. 개인의 행복, 일상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만나는 사회적 관계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한국 문학의 위기는 ‘서사’와 ‘현실’이라는 두 요소를 무시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이어졌다. “90년대 이후 독자들이 많이 떠났어요. 이 독자들이 어디로 떠났느냐? 다 다른 매체, 특히 영화 쪽으로 많이 간 거 같아요.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영화의 대부분이 서사와 현실이라는 두 요소를 갖추고 있거든요.”

서사를 회복하려는 노력과 회복한 서사를 현실과 어떻게 접점을 찾아갈 것인가 하는 노력이 한국 문학을 살리는 길임을 강조하며, 작가 자신도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천 매 안쪽의 경장편을 저는 ‘시적 서사’라고 표현하는데, 삶 자체가 변하면서 시(詩)가 현대사회에서 사라지고 있어요. 서구에서는 서점에서 시집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시의 함축성과 긴장을 산문의 스토리와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그에겐 화두다.

“그럼 시가 사라졌느냐? 이게 이동해서 광고 카피나 시적 영상으로 옮겨간 거예요. 사실 우리는 시적 이미지의 홍수 속에 있는 거죠. 광화문에 가보면 교보 건물에 있는 시구가 계절마다 바뀌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그러면서 거리에 있는 전광판에도 사회적 약속을 통해 짧은 시 두세 줄을 흐르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나도 12권짜리 『장길산』을 썼지만, 박경리 선생 같은 경우는 20권이 넘잖아요. 나도 이거 너무 길어서 감옥 가서 봤어요. (웃음) 서사의 특징은 함축하면 되거든요. 요즘은 산문이 영상화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바리데기』 같은 대서사는 최소한 5권 정도 써야 해요. 옛날 독법으로 보면 너무 짧아서 다들 ‘섭섭하다’고 그러거든요.”

문학이 서사와 현실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독자에게서 멀어졌고, 현실을 통해서 끊임없이 독자를 자기 세계로 초대해내면 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로 1시간여의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 문학은 위기라 생각하면 위기고, 중흥기라 생각하면 중흥기입니다.”


* 다음은 참석자들과의 일문일답

Q) 한국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신진작가들이 사회적 현실을 읽어내는 데에만 그치는 듯합니다. 많이 가벼워진 신진작가들에게 하고 싶으신 얘기는 어떤 것인지?

“좋은 얘기입니다.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저는 45년 동안 글을 쓴 사람이에요. ‘생활의 달인’인 셈인데, 요즘 문학이 너무 어려워요. 나도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일반 독자들은 더구나 모를 거거든요. 현실을 삭여서 독자와 어떻게 대화를 할 것인지 그것을 자기의 방식으로 보여줘야 해요. 인문사회과학 공부를 안 해요. 만날 소설책만 읽어요. 현실은 널려 있지만, 무언가를 탁 잡아내야 하잖아요. 그게 재간이자 작가관이에요. 작가의 눈이죠.

문장은 기본이죠. 구성이 문제예요. 문창과가 100여 개가 되는데, 문창과 말고 역사학과, 철학과 다니면서 문학을 해야 해요.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다 교수야. 먹고살기가 워낙 어려워서 그런 건데, 프로작가가 필요해요. 직업작가. 다들 취미로 쓰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직업작가로서의 젊은 작가를 저는 보고 싶어요.”


사인회를 하는 작가

Q) 문학교육을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심청, 연꽃의 길』(『심청』 개정판)과 관련해 옛이야기를 다시 쓰는 이유와, 어떤 이야기가 다시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옛이야기를 다시 쓴 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다음인데, 세계가 직면한 현실 서사를 우리 형식에 담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이유는 근대문학이 위축돼서 우리는 서구에서 받아먹기만 했잖아요. 그들과는 다르게 얘기하는 방식이 있을 거다, 그걸 고민했죠.

18세기에 인형극, 탈춤, 민속화가 나오는데,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기층민중이 있었다는 거죠. 저는 식민지시대 24살의 식민지 청년이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흉내 낸 이상의 시를 지금도 박사과정에서 논문으로 쏟아내는 걸 보면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과거의 전통을 이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우리의 진정한 근대문학이 이어진 건 6,70년대가 아닌가 생각해요. 동아시아의 근대문학을 보면, 한 30년 쓰면 자신의 방식이 표출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동아시아에서 보는 세계, 자기의 문학을 자기 식대로 개척하는 작가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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