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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로 서울대 법대 합격한 비결을 알려드립니다 , 문승기 군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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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어떻게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느냐고 많이 묻는데 저는 정말 간절하게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내내 이 목표를 늘 떠올리면서 공부를 했거든요. 최선을 다하면 결코 중간에 흔들리거나 뒤집히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최선이죠.

11월 16일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준비해 온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도 잠깐. 대학 입학을 위한 논술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논술에 불안감과 함께 막막함을 느낀다. 코앞에 닥친 내신과 수능 시험을 준비하느라 대부분의 학생이 논술을 뒷전으로 미룬다. 그래서 논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수능시험이 끝나고부터다.

『난, 논술로 갔다』를 쓴 문승기 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쯤 하향지원을 권하는 담임선생님을 설득했다. “가채점을 해보니 471점이 나왔어요. 합격 평균보다 10점이나 낮았어요. 그렇지만, 논술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다고 선생님을 설득했어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논술을 공부해 2006년 서울대 법학과에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다.

그는 인터뷰하는 것을 무척 쑥스러워했다. “이제 겨우 스물인데요. 남들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요. 사실 저라는 아이에게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게 없거든요. 책 냈다고 옆에서 ‘이야, 너 대단하다’ 그러면 부끄러워요.” 책을 쓸 때는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벅찼지만 막상 책이 나온 후에는 마음이 담담해졌다고.

매일 글을 쓰고 첨삭해 주는 학원

부족한 수능 점수를 논술로 극복하고 서울대 법대생이 된 문승기 군
문승기 군은 수능을 치고 나서 서울에서 논술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논술에서 점수를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많이 망설이긴 했지만, 목표로 한 대학의 경쟁자들을 미리 만나보고 싶었어요.”

서울에 올라가 우선 논술학원에 등록했다. 학원을 고를 때 염두에 둔 것은 다음 두 가지였다. 매일 글을 쓰고 첨삭해 줄 것 그리고 사람이 적을 것. 일단 많이 쓰고, 쓴 글을 고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서론을 쓰는 법을 배웠어요. 실제 논술을 채점할 때 서론을 보고 재미가 없으면 저쪽으로 치워둔다고 해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거죠. 매일 첨삭을 받다 보니 내 글이 어디가 부족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요. 맞춤법이나 문법부터 논리와 내용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자기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 한 달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매번 정성껏 작성한 글은 선생님의 면박과 함께 돌아왔다. “처음 부딪쳤던 건, 아무리 해도 창의적인 생각이 안 나온다는 것이었어요. 딴에는 괜찮겠다 싶은 아이디어로 글을 써도, 선생님은 항상 ‘이게 주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 하셨어요.”

괜찮다 싶은 글은 질책을 받고, 잘 썼는지 못 썼는지 아리송한 글은 뜻밖에 칭찬을 받았다. 그런 힘겨운 시행착오 속에서 ‘제대로 된 논술’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았다. 논술 쓰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가 시험을 치기 일주일 전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것이 오히려 시험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까 긴장을 유지하면서 글을 많이 썼어요. 시험을 칠 때 실력이 절정에 도달했던 것 같아요. 논술을 준비했던 한 달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충실한 시간이었습니다. 논술 공부를 하면서 양과 질이 같이 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자신이 아는 것을 조리 있게 쓰는 테크닉을 배워라

서울대 법대에 가기엔 낮은 수능시험 점수임에도 지원을 하게 된 것은 논술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일주일에 한 권 이상씩 꾸준히 책을 읽었고, 다른 친구들이 학교 공부만 할 때 논술 프로그램에 참가해 꾸준히 토론 수업을 받았다. 또,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한 덕에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다. 그런데도 막상 본격적인 논술 수업을 받아보니 제대로 된 논술을 쓰기엔 많이 부족한 자신을 발견했다.

“고3 때는 수능과 내신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논술을 차분하게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논술을 쓰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많이 부족했죠.” 처음에는 논술 선생님에게 야단도 많이 맞고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논술을 꼭 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머리에 꽉 차 있었어요. 그래서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일주일은 너무 힘들었고, 어쩌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했어요.”

매일 논술을 쓰고, 쓴 글을 바로 첨삭 받고, 구체적으로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서 글은 점점 더 나아졌다. 가장 많이 야단을 맞은 부분은 서론을 제대로 못 쓴다는 것. “논술 수업을 한 달 정도 들었는데, 2주 동안 하루에 서론만 3~4개씩 썼어요. 몇 시간씩 서론만 가지고 끙끙거려도 선생님은 절대로 모범답안이나 선생님이 쓴 글을 보여주지 않으셨어요. 아예 모범답안이 없을 때도 많았고요. 처음부터 그렇게 철저하게 자기 생각으로 자기 글을 쓰지 않으면 진짜 ‘논술’을 쓸 수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논술 지문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고, 자연스러우면서 창의적인 서론을 쓰고자 이런저런 글감들을 떠올리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한 달 동안 문승기 군이 배운 것은 자신이 아는 것을 조리 있게 써내는 글쓰기의 테크닉이었던 셈이다.

“한 문장이 부족하다, 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서론에서 주의를 환기한 후 문제 제기로 넘어갈 때 그 둘 사이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해 줄 문장을 쓰지 못한다고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모범답안보다 친구의 논술을 읽어라

논술을 배우면서 어려운 점은 공식도 정답도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는 거죠. 제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면 저보다 잘 쓰는 친구들의 논술을 읽으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도움을 받았어요.”

문승기 군은 말을 이어갔다. “같이 공부한 친구들의 논술을 일종의 발판으로 삼는 겁니다. 친구들의 논술문은 나와 수준이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서 받아들이기 쉬워요. 남의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글의 문제점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자기 글을 읽으면 사실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나쁜지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의 글을 읽으면 객관적이 되기 때문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논술을 잘 쓰기 위한 첫째 조건은 경험이다. “저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야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서가 중요하죠.”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공부와 독서를 병행하기 어려워한다. 짧은 기간에 논술에 도움이 되는 독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어봤다.

“자기가 읽었을 때 이해가 되는 책을 정독하는 편이 좋아요. 논술을 위해 책을 읽는 건 결국 그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시험 때 써먹기 위해서잖아요. 그래서 어려운 책보다는 쉬운 책이,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 논술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술 문제의 지문만 제대로 읽어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승기 군이 논술 시험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을 훑어보아도 난해하거나 어렵거나 전문적인 분야의 책보다 일반적이면서도 쉬운 책이 많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나 게리 폴슨의 『손도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같이 중학생 정도면 쉽게 읽고 감동할 수 있는 책이다.

“어려운 책에 욕심낼 필요가 없어요. 독서는 굉장히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무작정 어려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책의 내용이 자기 것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논술을 위해 책을 읽기 전에 솔직하게 자기 독서수준을 진단한 후, 거기에 맞는 책을 골라서 읽어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모든 ?은 현실과 연관해서 생각할 수 있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작가의 사상과 세상의 모습에서 얼마든지 깊고 풍부한 생각거리를 끄집어낼 수 있거든요.”

그가 치른 서울대 논술 시험은 ‘현실사회의 경쟁 양상’에 대해 논하는 것. 인류가 발전하려면 경쟁은 필요하나, 현대 사회는 경쟁에서 비롯한 부조리가 너무 심하게 일어난다. 그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예시로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을 들었다. 의미 없는 경쟁을 하는 애벌레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폭넓게 사랑받는 책으로 분량도 짧고 간결한 글과 단순한 그림으로 구성된 그림책.

논술 실전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논술은 글을 잘 쓰는지를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에요.
논술 시험까지 몇 달 남지 않은 수험생들은 대부분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다. “극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논술 실력은 엇비슷하다고 봐요. 그러니까 수능을 마친 후에 제대로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솜씨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논술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논술은 글을 잘 쓰는지를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니까요. 글쓰기 솜씨보다는 얼마만큼 문제를 제대로 분석했는지, 문제의 요구사항을 제시된 분량 안에 잘 충족시켰는지,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보는 시험입니다.”

일단 제시된 문제를 꼼꼼하게 읽고 문제의 의도와 요구사항을 꼼꼼히 살핀다. 문제와 요구사항을 생각하면서 지문을 읽는다. 여기서 유용한 팁 하나, 문단의 내용을 한 줄 정도로 요약해서 써두면 도움이 된다.

“제가 원래 반복을 무척 싫어해요. 그래서 똑같은 문제를 푼다는 것, 같은 글을 두 번 읽으면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요. 그것을 보완하려고 생각해낸 방법인데 논술에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논술은 문제를 분석하고 글을 쓰기에도 빠듯합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지문을 한 번 훑어야 할 때가 꼭 있어요. 그럴 때 글을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죠. 또, 심리적으로 시간에 쫓기는 입장이라서 내용이 차분하게 들어오지도 않죠. 처음 글을 읽을 때 한 문단을 한 문장 정도로 짧게 요약해두면 전체적인 내용 파악에 큰 도움이 돼요. 저는 언어영역 시험에도 이런 방법을 활용했어요.”

그다음에는 개요를 짠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고 세부적으로 개요를 작성한다. 서론에는 관심 끌기, 문제접근, 문제제기로, 본론은 서너 문단으로 나누고 문단마다 하나의 주제문과 논증할 자료가 들어가도록 하고, 결론은 주의환기와 종합요약, 주제문으로 구성한다. “개요는 답안에 옮기기만 하면 되도록 짜야 합니다.” 여기까지 전체 시간의 40~50%를 할애하면 된다.

목표에 집중하라

문승기 군의 가장 큰 장점은 목표에 대한 집중이다. 논술 시험을 준비하던 한 달 동안은 무엇을 해도 논술 생각만 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비빔밥을 먹을 때, 밥을 비비면서 여러 반찬이 잘 섞여야 맛있는 비빔밥이 되듯, 우리 사회도 여러 집단이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사회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는 무엇을 해도 논술과 연관시켜 생각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목표에 잘 집중할 수 있었는지를 묻자 “정말 원하는 것이었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왜 서울대 법대에 가고 싶었을까? 그는 약간 쑥스럽다는 듯이 웃고 입을 열었다. “모의고사나 수능을 치면 점수대별 배치표가 나오잖아요. 문과 중에서 제일 높은 점수가 매겨져 있는 곳이 서울대 법대죠. 그걸 보면 저기에 꼭 한번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웃음). 물론, 그게 다는 아니죠. 남들이 들으면 속물이라고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판사가 되고 싶었고, 한국에서 최고라는 서울대 법대에 가고 싶었어요.”

대학 4년은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이다

서울 생활 1년은 어땠을까? “일단, 공부만 하는 생활에서 ?어나 여러 가지 일을 해보는 게 좋았어요. 서울 여기저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게 좀 후회스럽긴 하지만요.” 1년 동안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느냐고 묻자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학교 4년은 자기계발에 통째로 다 써도 되는, 인생에 다시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기회일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죠. 대학 와서 게을러진 점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제 슬슬 다음 목표를 위해 다시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다음 목표는 판사. 더 훗날의 목표는 국제 변호사처럼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법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다.

“저는 평범해요.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남들에게 내세울 것이 있다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 정도에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내 ‘노력’의 결과입니다. 그 점을 자부하죠. 서울에 와서 놀랐던 것은 공부 말고도 다른 분야를 잘하는 친구들이 무척 많다는 거예요. 외국어를 잘한다든지, 바둑을 어렸을 때부터 두었다든지, 악기를 다룰 줄 안다든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걸 보고 분발하게 되죠.”

얼마 전에는 학교 신문사에 들어갔다. 첫 취재 원고로 A4 반쪽짜리 원고를 쓰는데 온종일 매달려 있었다고. “새벽 두 시까지 선배들과 신문 만들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고, 원고를 쓰고 교정을 받아보는 것도 즐거워요. 또, 조직이랄까 사회를 미리 경험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마지막으로 수험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가 생각할 때, 최선은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어떻게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느냐고 많이 묻는데 저는 정말 간절하게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내내 이 목표를 늘 떠올리면서 공부를 했거든요. 최선을 다하면 결코 중간에 흔들리거나 뒤집히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최선이죠. 그리고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위해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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